
고운석 주필
그리하여 송덕비 제막식에서 현감이 비석의 막을 벗기자 비문에는 ‘금일송차도(今日送此盜)’라 새겨져 있었다. 뜻은, “오늘 이 도둑놈을 보내노라” 하는 것이었다. 이를 본 현감은 껄껄 웃고 그 옆에 한 줄 더 새겨 넣었다. “명일래타적(明日來他賊) 내일 다른 도둑놈이 올 터인데” 현감이 떠나자 아전들은 기가막혀 또 한 줄을 새겨 넣었다. “차도래부진(此盜來不盡) 도둑놈들만 끝없이 오는구나” 행인이 지나가다가 이를 보고 또 한 줄을 더 보태었다. ‘거세개위도(擧世皆爲盜) 세상에 온통 도둑놈 뿐이로구나“ 요즘 여의도 국해(國害)의원 이야기 같아서 씁쓸하다. 누군가의 귀한 자료로 쓰지만 정말 놀랍다.
이렇듯 한국은 도둑들이 너무 많다. 대도(大盜) 전성시대다. 개발경제시대의 신출귀물 조세형은 차라리 소박했다. 나랏돈, 회삿돈, 고객돈 가리지 않고 빼먹는다. 얼마 전 감사원에 적발된 시민단체들은 정부보조금을 골프, 자녀 유학비, 가족·지인 월급으로 착복했다. 앵벌이 닮은 윤미향 횡령 건은 특이한 것도 아니었다. 돈에 환장병 든 사회다. 회사원 횡령 사고는 금액이 너무 커 현실감이 없을 정도였다.
오스템임플란트에선 직원 한 명이 무려 2215억원을 빼돌렸다. 열받은 대주주는 회사를 팔아버렸다. 우리은행과 계양전기 직원도 수 백원대를 해먹었다. 꼬리가 길어 들킬 가능성이 높은데도 도망가지 않았다. 양심의 통각이 마비되면 나타나는 불감증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권력 주변 인사들의 결탁으로 의심받은 3종 사기세트(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펀드)는 투자자들에게 무려 2조원이 넘는 피해를 줬다. 어찌된 일인지 수사부진과 재판지연 등으로 아직도 사건 전모가 규명되지 않고 있다.
권력형 비리나 금융범죄로 넘어가면 얼굴에 철판 까는 사람들을 본다.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당당함을 넘어 피해자 행세까지 한다. 김남국 의원의 코인 난장은 절망적이다. 국회의원의 금융거래와 투자가 그렇게 불투명할 수 있을까. 이런 인물이 어떻게 세상사에 호통치게 된 것일까. 속속 드러나는 거짓과 허물에도 검찰 수사의 희생양 행세를 하며 당당한 것일까. 희한하게도 주가조작범 라덕연에게 똑같은 방식의 질문이 가능하다. 무명이나 다름없는 투자자문업자가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으며, 무엇을 믿고 체포 직전까지 ’돈 먹은 사람이 범인‘이라며 피해자 행세를 한 것일까.
그리고 이름만큼이나 베팅이 셌던 김만배의 대장동 스캔들을 빼놓을 수 없다. 한때 대선주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되고 검수완박에서 체포 동의안 부결로 이어지는 방탄정치가 펼쳐지자 국회는 엉망진창이 돼버렸다. 그의 측근 이화영은 쌍방울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한때 호형호제하던 사이비 기업인과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 자신의 과오와 허물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정의감이 고장난 사회의 악당들은 갈수록 대담해진다. 우리 사회는 탐욕을 절제하는 법을 어느새 잊어버린 듯해 기가 찬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