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몸 보신 닭요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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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름 몸 보신 닭요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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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석 주필
한 달 계속되는 복(伏)이 11일부터 시작된다. 그 복중에 먹었던 여름 시식(時食)은 다양했다. 18~19세기 무렵에 지어진 우리나라 세시기(歲時記)들에 적힌 복중 시식만도 대여섯 가지나 된다. 골무떡이라 하여 떡가래를 잘라 골무처럼 둥글게 단자를 만들어 차가운 꿀물에 적셔 먹었는데 이를 수단(水團)이라 했다. 자기 나이 수 만큼 먹어야 몸에 좋다는 속전이 있었다. 만두피 속에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호박을 저며 싸 이를 김에 쪄서 초장을 찍어먹었는데 이 여름 시식을 수각아(水角兒)라 한다. 복죽이라 하여 복날에 팥죽을 끓여 먹는 습속도 있었다.
이상의 시식들은 근대화 과정에서 단절되고 없어졌지만, 지금까지 명맥을 잇고 있는 복중 시식으로는 삼계탕을 들 수 있다. 닭과 찹쌀과 인삼, 대추를 넣어 삶는데 인삼 뿌리나 대추를 넣을 때는 1, 3, 5, 7… 홀수 개를 넣어야 보신이 된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복날 시식의 대종을 이루고 있는 것은 개장국이다. “삶은 개고기와 파를 듬뿍 넣어 다시 삶아낸 것을 개장이라 한다. 여기에 닭고기나 죽순을 넣으면 한결 맛이 좋아진다. 개장에 후추를 쳐 흰밥을 말아먹고 땀을 흠뻑 쏟고 나면 더위를 쫓고 보허하는 효험이 있다. 그래서 성안에서도 많이 판다(동국사기)”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흑견, 필리핀에서는 적견을 좋아했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황견을 쳤다. 일설에 황견은 노란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이 많이 사는 서울 북촌 황자통방에서 잘먹고 자란 개를 뜻한다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전쟁중 멸종되다시피 개를 잡아먹어 사이공 동물원에 구경거리로 보호받고 있었다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사기(史記)>에 보면 이미 진(秦)나라 때 삼복(三伏)날 제사에 개를 희생하고 있느니, 신명에게 바친 희생음식으로 먹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희생물로 바친다는 뜻인 한문 헌자가 개를 솥에 넣어 삶는다는 모음글씨인 것을 미뤄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평양 미림과 김해 회현의 패총에서 개뼈다귀가 출토되고 있고. <고려사>열전에 보면 세군데나 개고기를 잘 먹었거나 개고기를 업을 삼은 기록이 나온다.
국제화시대를 맞아 외국손님에게 우리나라 이미지를 흐리게 한다 하여 보신탕집이 사대문 밖으로 추방당하고, 광주도 이젠 찾기가 힘들다. 최근에는 동물단체의 감시가 심하고 동물보호법 등에 따라 개를 잡다가 걸리면 엄한 체벌을 받는다고 한다. 이렇다보니 건강식으로 삼계탕이 있지만, 4~5명이 먹을 수 있는 토종닭 같은 닭을 요리하는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 전라도는 특히 닭가슴살을 회로 내고, 진한 붉은 살의 여러 부위를 푹 고아서 탕으로 또는 도리탕으로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내장이 딸려나오는 것도 흥미롭다. 오돌오돌한 모래집 회나 구이는 닭도 부위별로 맛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히 닭요리법이 독특한 호남의 토종닭 미식문화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축산법도 엄하고, 그런 조리법의 닭을 젊은 세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다. 방법을 찾아 전래의 조리법은 이어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을 수 없을까. 요즘은 분홍색의 육색이 보이도록 요리하는게 대유행하는 것처럼. 그러니 기성세대들이 개고기(구탕)를 좋아해 즐겨먹고 몸보신 했듯이, 닭요리를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들이 여름 뿐만이 아니라 언제나 즐겨먹고 몸보신 하도록 조리해야 할 것 같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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