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이 탄소자산이 되는 곳, 신안군을 대한민국 ‘블루카본 수도’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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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갯벌이 탄소자산이 되는 곳, 신안군을 대한민국 ‘블루카본 수도’로 만들자

“세계자연유산 갯벌에서 해상풍력까지…
신안의 바다를 국가 탄소중립·기후경제의 전략자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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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에너지 GIC IHEE 전문위원 장웅조
[굿뉴스피플] 기후위기는 이제 환경만의 문제가 아니다. 탄소를 얼마나 줄이고, 얼마나 흡수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과 지역경제를 만들어 내느냐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그 변화의 중심에 전남 신안군이 있다.
신안군의 경쟁력은 단순히 바다와 섬이 많다는 데 있지 않다. 광활한 갯벌과 연안 생태계, 천일염 산업, 해상풍력, 그리고 주민이 에너지 사업의 경제적 이익에 참여해 온 경험이 한 지역에 동시에 존재한다.
필자는 바로 이 점에서 신안군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블루카본(Blue Carbon) 국가전략 실증지역’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세계가 인정한 신안의 갯벌, 이제 ‘기후자산’으로 바라봐야
신안의 갯벌은 이미 국제적인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202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이 2026년 확대 등재를 맞이한 지금, 신안의 갯벌은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의 1단계 구성지역 가운데 신안 갯벌은 압도적인 면적을 차지했다. 이후 세계유산은 2026년 확대 등재됐으며, 유네스코는 이 갯벌 생태계가 높은 생물다양성과 철새 서식지를 지닌 세계적으로 중요한 연안 습지임을 밝히고 있다.
신안군이 이제 해야 할 일은 이 자연유산의 가치를 ‘보전’에만 머물게 하지 않는 것이다.
갯벌과 염습지, 잘피 군락, 연안 퇴적층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지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복원 사업을 통해 추가로 확보되는 탄소 흡수량을 장기간 측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갯벌의 탄소 저장 잠재력을 국가 규모에서 조사한 연구도 이미 발표되어 있다. 2021년 국내 갯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갯벌 퇴적층의 유기탄소 저장과 축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면서 한국 갯벌의 블루카본 잠재력을 제시했다.
신안은 이 연구를 실제 지역정책과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대표적인 현장이다.

■ ‘신안 블루카본 지도’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블루카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데이터다.
필자는 신안군이 가장 먼저 ‘신안군 블루카본 정밀지도(Blue Carbon Map)’ 구축에 착수할 것을 제안한다.
갯벌·염습지·잘피 서식지별 면적과 식생을 조사하고, 퇴적물 깊이에 따른 유기탄소랑, 탄소 축적률, 해수 환경, 생물량을 장기간 측정해야 한다.
이를 위성영상과 드론, IoT 수질·환경 센서, AI 영상분석 기술과 연결하면 신안군 전 해역의 변화를 디지털 공간에서 관리할 수 있다.
즉, `현장 조사 → 위성·드론 → 센서 → AI 분석 → 탄소량 산정 → 검증(MR)`으로 이어지는 ‘신안형 디지털 블루카본 MRV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신안군은 “탄소를 흡수하는 지역”을 넘어 탄소흡수량을 실제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는 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가 완성되면 향후 자발적 탄소시장(VCM) 거래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 과정에서 신안군이 탄소 주도권을 쥐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다만 과학적·정책적으로 한 가지 구분은 분명히 해야 한다. 현재 IPCC의 2013 Wetlands Supplement가 명시적인 산정 방법을 제시하는 대표적 연안 블루카본 생태계는 맹그로브, 염습지(Tidal marsh), 잘피(Seagrass)다. 비식생 갯벌은 국제 온실가스 인벤토리 방법론이 아직 충분히 확립되지 않은 영역이므로, 신안군이 국가 연구기관과 함께 방법론 개발과 실증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이 점이 신안군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완성된 시장을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형 ‘신규 블루카본’ 방법론을 신안에서 만들자는 것이다.

■ 신안의 차별화는 ‘블루카본 + 8.2GW 해상풍력’이다
신안군의 가장 큰 경쟁력은 블루카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전남·신안권에서는 발전사, 제조기업, 주민이 참여하는 8.2GW 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정부는 이를 주민이 수익에 참여하는 상생형 모델로 제시했다.
이것이 다른 블루카본 지역과 신안을 구분하는 결정적 요소다.
신안에서는 바다에서 두 개의 탄소중립 산업을 동시에 만들 수 있다.
하나는 갯벌·염습지·잘피 등을 보전하고 복원해 탄소를 흡수·저장하는 ‘자연 기반 탄소흡수 산업’이고, 다른 하나는 해상풍력을 통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재생에너지 산업’이다.
이를 하나의 전략으로 묶으면 신안은 “탄소를 흡수하는 바다 + 청정 전력을 생산하는 바다”라는 세계적으로도 차별화된 해양 탄소중립 모델을 만들 수 있다.

■ 천일염까지 연결하면 ‘신안형 기후경제’가 완성된다.
신안에는 또 하나의 강력한 자산이 있다. 바로 천일염이다. 염전은 신안의 역사와 주민 생활, 지역경제를 오랫동안 지탱해 온 산업이다.
앞으로는 천일염 산업도 식품산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생산 과정 전반에 '천일염 생산자 추적이력제'를 도입하여 원산지와 생산 주체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여기에 '탄소발자국 인증'을 결합해 친환경 생산 및 재생에너지 사용 이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블루카본 보전지역과 친환경 염전, 재생에너지, 스마트 생산관리 시스템을 연계한다면 ‘신안 천일염’에 저탄소·친환경 인증이라는 기후·환경 가치를 더하는 새로운 브랜드 전략도 가능하다.
즉 신안에서 생산된 소금 한 포대가 깨끗한 갯벌과 재생에너지, 그리고 철저한 이력 관리가 뒷받침된 '탄소중립 가치소비 상품'이 됨과 동시에 지역 주민의 소득과 연결되는 상품이 되는 것이다.

■ 제강슬래그 등 산업부산물 활용은 ‘검증 우선’이 원칙
해양복원 과정에서 제강슬래그 등 산업부산물을 활용하는 순환경제 모델도 연구할 가치가 있다.
국내 연구에서는 콘크리트·철강·제강슬래그를 이용한 인공어초의 해양 중금속 용출 영향을 조사했고, 조사 조건에서 환경기준을 충족한 결과가 보고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제강슬래그 기반 철 공급체가 해조류 성장을 촉진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그러나 이를 신안갯벌에 곧바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중금속 용출, pH 변화, 저서생물 영향, 생태독성, 장기간 해수 반응 등을 사전에 검증하고 소규모 실증을 거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신안 블루카본은 무엇보다 ‘생태계 보전’이라는 원칙 위에서 추진돼야 하기 때문이다.
■ 주민이 블루카본의 주주가 되는 ‘신안형 바다연금’
신안군이 대한민국의 다른 지역보다 한발 앞설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주민 참여 경험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소개한 신안 해상풍력 상생 모델에도 해상풍력 협동조합 설립과 이익공유, 지역 발전 기금 등의 구조가 포함돼 있다. 이 구조를 블루카본에도 확대할 수 있다.
지역 주민이 잘피와 염습지를 관리하고, 갯벌 생태 모니터링에 참여하고, 드론·센서 데이터 수집과 해양환경 관리에 참여하며 그 경제적 편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것을 장기적으로 ‘신안형 바다연금’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
신안의 바다 → 갯벌·잘피·염습지 보전 및 복원 → 과학적 탄소측정·디지털 MRV → 블루카본 사업·ESG 투자·국가 감축정책 연계 → 주민 일자리·소득·지역기금으로 환원으로써 핵심은 탄소사업의 경제적 성과가 외부기업에만 귀속되지 않고 신안 주민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처음부터 설계하는 것이다.

■ 대한민국 블루카본 국가센터를 신안에
이제 신안군의 목표는 개별 사업을 하나씩 추진하는 수준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필자는 신안군에 가칭 ‘국가 블루카본 실증·MRV센터’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이곳에서 갯벌·잘피·염습지 탄소 조사, 복원 기술 연구, 위성·드론 모니터링, AI 기반 MRV, 탄소금융 및 해외 인증방법론 연구, 전문인력 교육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신안 전체를 거대한 ‘Living Lab’, 즉 살아 있는 블루카본 연구·실증단지로 만드는 구상이다.
세계자연유산 갯벌과 다도해, 천일염,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8.2GW 해상풍력 구상이 한 지역에 모여 있는 곳은 흔치 않다.
신안이 가진 것은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다.
갯벌은 탄소를 저장하고, 바람은 전기를 생산하며, 천일염은 지역산업을 만들고, 주민은 그 가치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신안군이 대한민국 블루카본 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필자는 국제환경에너지 GIC IHEE 전문위원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신안의 바다는 더 이상 지역의 바다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세계자연유산 갯벌과 재생에너지, 천일염 그리고 주민참여를 하나의 기후경제 전략으로 연결한다면 신안군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해양 탄소중립의 실증도시가 될 수 있다.”
신안의 미래 경쟁력은 바다에 있다. 그리고 그 바다의 새로운 이름은 ‘블루카본’이다.
gnp@goodnews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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