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입력폼

+
신지식인 송인숙 대표
가정에서 만들어 일가친척들만이 나누어 먹던 것에서 탈피해 한과를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재정립, 상품화에 성공한 여성이 있다. 만들기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과인 산자, 강정을 비롯 오색의 아름다운 빛깔을 자랑하는 다식, 깨와 김의 조화 속에 만들어지는 부각, 백년가약에서 빠질 수 없는 폐백·이바지음식 등 우리 전통음식이 한 여성의 손에 의해 새롭게 태어나 전국을 누비고 있다.
전라남도 고흥군 대서면 금마리에 있는 고흥유자한과는 전라도식 전통 한과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송인숙 대표는 “유자한과의 희망은 회사의 몸집 부풀리기에 있지 않다”면서 “그저 정성스레 만든 제품들이 맛있다는 소리를 듣고, 고증을 통해 우리 전통한과의 맛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폐백 상차림
폐백 상차림

농림부 지정 전통식품업체인 고흥유자한과가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지난 2000년. 농촌구조개선대책의 하나인 전통식품개발사업으로 농업기술센터의 기술 지원을 받아 한과 생산에 나섰던 것.
25년 전 우리음식보존연구회장을 맡으면서 출발했을 때는 부업 수준이었다. 추석이나 설 등 명절 때 그녀가 빚어낸 한과는 친척과 이웃들의 입맛을 돋웠다. 그러나 그녀의 한과 솜씨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주문량이 밀려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됐다. 주원료인 찹쌀과 맵쌀은 모두 손수 농사지은 것으로 식용색소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가 개발한 제품은 유자, 백련, 모시한과와 유자인절미, 유자방울한과 등이며 폐백, 이바지음식도 단연 인기. 한과가 주로 명절 때 즐겨 찾는 계절식품으로, 판로에 한계가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밤, 대추, 오징어오림, 육포, 곶감오림, 다식 등 폐백음식과 이들을 한데 모은 종합세트도 인기다.
한과란 우리의 전통 과자를 일컫는다. 강정, 유과, 약과 따위가 여기에 속한다. 이 과자들은 제사, 혼례 등 집안의 크고 작은 상차림에 필수 품목으로 오르던 음식이다. 귀한 간식거리이기도 했다. 맛과 기술은 낙안세계음식축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군데에서 이미 인정을 받았다.
이곳은 1년 매출의 90% 가량을 설과 추석 등 명절을 전후해 올리고 있다. 이처럼 고흥유자한과가 인기를 끄는 것은 철저하게 고흥땅에서 난 토종 원료와 유자, 그리고 깨끗한 물로 만든 식품이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할머니에서 어머니에게로 이어져내려온 손맛이 그대로 스며들어 있어 보기만 해도 절로 군침이 돈다. 물론 깊고 그윽한 맛이 나고 모양과 색깔에 있어서도 고아하고 단아한 품위가 우러난다.
추석이나 설 등 명절이 다가오면 손수 빚은 한과를 선물해 일가친척들로부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듣던 주부에서 전통음식을 상품화한 사업가로 변신한 송씨. 공장을 차린 후 ‘무서운(?) 입소문’을 타고 사업은 날로 확장됐다. 2000년 남도음식축제에 출품하여 개발음식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2002년에는 우편주문판매업체로 선정돼 판매에 돌입했다. 우리 농산물에서 추출한 색소 이용, 무방부제·무설탕 제품 생산, 고흥 쑥 모시 연을 가미한 제품을 생산, 허가를 취득하여 공장을 가동시켰다.
남도음식축제 개발부분 대상
남도음식축제 개발부분 대상

사실 무서운 성장에는 ‘입소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음식들이 적당한 분량과 간으로 대강 맞추어 만들던 주먹구구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집안 식구들끼리 나누어 먹던 수준에서 벗어나 ‘상품’이라는 옷을 입힌 송씨의 노하우 덕이었다.
공장이 있는 고흥군은 유자골이다. 어딜 가나 유자밭이 흔하다. 이에 착안해 만든 비타민C가 많은 유자를 이용한 제품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노하우의 제일은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이라고 송씨는 밝힌다. 그래서 “밀가루를 사용할 때는 꼭 우리밀을 사용하고, 보다 더 신선한 재료를 이용하는 저의 고집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혹시나 수입산 재료를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는 일이 생길 때 가장 속상하다”고 했다. 고흥유자한과 공장에서는 약 20가지의 한과, 유과, 강정, 부각 등을 만들고 있지만, 자동화에 의존하는 것은 겨우 20% 정도고, 나머지는 전라도 여인의 손맛에 의존한다. “한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손맛이다. 우리 할머니에서 우리 어머니로 전수된 맛은 바로 정성이 들어있는 여인의 손맛이기에 많은 부분에 수작업을 고집한다”고 정성이 밴 손맛이 두 번째 노하우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반 전통음식도 상품의 옷인 ‘포장’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 송씨의 설명. 앙증맞게 작은 강정과 다식 하나 하나에도 세련된 포장을 입히고, 고운 우리 석작과 한지함에 차곡차곡, 그리고 먹음직스럽게 수북히 담는다는 것이다. 현대적인 세련된 디자인으로 미각을 자극하도록 보는 즐거움을 고려한 포장에도 신경을 썼다. 전통음식이 현대적 옷을 입고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유자향 가득 실은 고유 유자한과 제품
유자향 가득 실은 고유 유자한과 제품

바쁜 와중에도 연구와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송씨는 한과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면서 고흥유자를 이용한 유자모나카 젤리 캔디 캬라멜, 우리밀 쿠키를 개발해 시판에 들어갔다. 앞으로는 고흥유자초콜렛과 마늘고추장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그녀의 꿈이 궁금했다. “희생을 필요로 하는 번거로움과 수고로운 공정을 거치면서 오로지 가족을 생각하며 만든, ‘모성애로 빚은 정겨운 과자’가 한과입니다. 고흥유자한과 공장을 학생들의 실습장과 전시실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고흥유자음식체험관을 설치, 유자의 생산 가공 전시 판매 교육을 일원화, 현장체험을 통해 유자음식과 전통음식의 고유 맛을 살리고 보존하고 싶습니다.”

전통음식·환경·불우이웃 지키는 '마당발'
‘고흥유자한과’ 송인숙 대표는…
남도음식문화잔치에서의 송인숙씨
남도음식문화잔치에서의 송인숙씨

송인숙씨는 어려서부터 대가족 종손 가정에서 성장해온 탓에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특별히 배운 것은 없고 책을 통해서나 어른들의 말씀을 듣고 하나 둘 취미 삼아 만들어본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됐다.
송씨가 본격적으로 전통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1980년 고흥군농촌지도소에서 생활개선회 회원들에게 전통음식, 폐백·회갑상 차림, 생활음식, 향토음식 강의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강의를 받았던 주부들 중 음식에 관심이 컸던 회원 45명을 선발해 고흥의 옛 지명을 딴 ‘흥양음식보존회’가 구성되어 활동하던 중 송씨가 직접 수제자 13명을 선발해 만든 것이 ‘고흥음식보존회’다. 이밖에도 광주, 전북, 전남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교수 등 전문인과 기능인으로 구성된 전라도음식보존연구회의 부회장으로 6년째 활동해오고 있다.
전통음식에 도통한 송씨가 가장 아끼는 음식은 바로 은행과 대추 등 전통과일로 만든 ‘과일폐백’이다. 그가 창안했다고 인정돼 전라도에서는 ‘송인숙 과일폐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과일폐백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로만 만들기 때문에 구입과 보존이 용이하며, 현재 10여 명이 부업으로 참여하여 상품화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세계음식문화대축제에서 1999년 전통부문 최우수상(수수부꾸미), 2000년 개발부문 대상(유자해초탕수) 등 총 7회에 걸쳐 우리의 전통 재료와 지역 특상품을 이용한 음식을 출품하여 입상했다.
고흥의 특산물인 유자의 영양성에 착안, 설립한 유자한과공장을 경영한 지 6년째이다.
전통음식 외에도 고흥군 새마을부녀회장으로 병원 장기 환자 도우미 활동과 국립소록도병원 환자촌 김장 담가주기 등 이웃사랑 활동도 매년 한번도 빠짐없이 펼쳐오고 있다. 버려지는 헌옷을 재활용하여 개량한복을 제작, 보급하면서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전남 4개 권역에서 재활용 한복 제작 교육과 패션쇼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또한 환경단체인 ‘그린고흥21’ 감사로 활동하면서 아직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고흥의 청정해역 지키기에도 힘쓰고 있다.
이런 성실성과 노력으로 2000년 12월에 새마을훈장 노력장을 받았으며, 2002년에는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기념일에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김영춘 기자 gnp@goodnewspeople.com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