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정명 천년 기념 특별기획> 우리 마을 어르신 구술 프로젝트 ② - 남외동 이신임 어르신(93세)
며느리가 잘해주고,
밥 잘주고 함께 산게 큰 걱정없이 살제.
각시 때는 안늙고 곱다고 했는디
근디 지금은 암것도 아녀"
입력시간 : 2018. 08.22. 12:57


전라도 정명 천년을 기념해 어르신들의 인생 경험과 여정을 기록함으로써 인생에 대한 보람과 자긍심 고취는 물론 후손들에게 삶의 다양한 지혜와 추억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본지는 ‘2018 우리 마을 어르신 구술 집필사업’을 진행한다.

우리 마을 어르신 구술 집필사업은 어르신들의 인생 정리 작업을 통해 지난 삶을 돌아보며,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함으로써 행복지수를 높이고, 어르신들의 이야기 상대가 돼 드림으로써 봉사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마을의 소중한 역사와 문화를 기록으로 보존해 후손들에게 알릴 수 있는 마을 어르신들의 구술을 담아 본다. / 편집자 주



저그 함평서 태어나 거시기로 이사 왔응게. 무안서도 살고.

어려서 나와서 암것도 몰라. 글고 인자 나이 묵어서 다 잊어 묵었제. 우리 식구들 몇 살 묵은지도 다 잊어 묵었어. 아흔 한 살, 두 살, 까정은 다 알았는디 인자 바보 되어 브렀어.


치매 같은 것은 없는디 몇 번 죽을라다 살았제. 다리 수술도 허고. 눈 수술도 허고, 이빨 수술도 허고.

나는 7남매 중에 큰딸로 태어났어. 우리 클 때는 묵을 것이 없어서 참말로 고생 많이 허고 살았제.

전에는 뭐가 묵을거나 있간디. 산에서 나무해다 때고 풀때기나 뜯어다 묵고 그랬제. 시방은 뭔 걱정이여.

일정시대 일본놈들 한테 안 잡혀갈라고 옐일곱에 결혼했제.

글고 열아홉에 큰아들을 놓고, 모닥 아들 다섯에 딸 둘 낳았는디 세째 넷째 아들은 다섯 살, 여섯 살 묵어 홍역 앓다 죽고, 전풍 앓다 잃어 버렸어. 다 키워갔고….

나가 복이 없는가벼. 그때 나가 안 죽고 살았응게 살제.

나는 힘들게 살아서 즐거웠던 기억도 별로 없구면, 사람이 산 것이 징그라.



“암것도 읍응게 자식들도 못갈치고, 그랑께 다들 빈몸둥이로 자수성가 했제.”

여그서 세탁소 하던 큰아들도 막둥이 여울판인디, 링게루 맞으러 병원 간다드만 이틀 만에 갑자기 저 세상으로 가브렀어. 부산서 살던 둘째 아들도 간경화로 먼저 가불고, 막내 아들만 광주에 살아. 글고 딸 한나는 부산에 살고 한나는 서울 살제.

큰아들은 아들 한나, 딸 넷인디, 손녀딸들이 즈그 엄마한테도 잘 헌디 내게 더 잘 한당께.

이삔 내 옷도 사다주고, 반찬도 늘 맹글어 갔다준당게.

지금 입고 있는 옷도 둘째손주가 나 입으라고 사온 것이여.

둘째 아들은 아들 둘에 딸 한나 뒀고, 광주 막내 아들은 아들만 둘이여, 딸 둘은 다 남매만 뒀제.

시집와 영감하고 농사짓고 살았는디, 영감이 젊어서부터 위가 안 좋아 병원 댕김서 위수술을 세 번이나 했어. 그럼서 논도 다 넘어가고 가진 살림을 다 읍앴제, 그땐 참말로 서운하더구만.

생전 치여가꼬 있고, 암것도 읍응게 자식들도 못갈치고, 그랑께 다들 빈몸둥이로 자수성가 했제.
큰며느리가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주민과 함께한 어르신.


영감이 아펐어도 같이 농사짓고 살았는디, 여든 여덟에 영감도 먼저 갔어.

“나가 복지관서 여자노인 중에 젤로 나이가 많이 묵었어”

글씨 말이요, 나도 어서 가버림 쓰것는디, 작은 며느리도 혼자 살고, 큰 며느리도 혼자 살고, 딸도 어려서 젖배를 골아 아퍼쌌코, 맴이 안조탕께.

중부노인복지관서 뭣을 떠들어 보고 전화 왔어, 늙어갔고 집에만 있음 심심허고 불쌍한게 오라하더라고. 그래서 아플 때 빼곤 맨날 댕겨.

점심도 주고, 무료로 차도 태워다 준당께. 차가 여그까정 와서 태워가고, 저 밑에서 내려주고 가제. 아님 버스타고 올 때도 있어.

나가 복지관서 여자노인 중에 젤로 나이가 많이 묵었어. 작년부터 일주일에 시번인가 네번인가 치매교육도 받아. 인자 곧 끝난답디다.



“각시 때는 안늙고 곱다고 했는디, 근디 지금은 암것도 아녀”

그저 잘 먹는거 먹고, 밸스럽게 좋아하는 것도 읍어. 며느리가 잘해주고, 밥 잘주고, 함께 산게 큰 걱정없이 살제.

요즘은 시상 귀찮고 다리 아픈게 집에 있으면 이렇게 땅에 푹석 안자써. 오래 살면 뭣할 것이여, 며느리 고생만 시키제.

각시 때는 안늙고 곱다고 했는디, 근디 지금은 암것도 아녀. 인자 내가 천덕꾸러기제.

오메 늙어서 시상 볼 것도 없는 나를 만난다고 여그까정 왔는디, 목도 안축이고 가네, 미안허구먼. 담에 또 지남서 들려.

며느리가 큰 아들하고 하던 세탁소를 쉬엄쉬엄 하고 있는디, 여가 동내 사랑방여, 근게 아무 때나 와도 되구먼.

차는 가지고 왔제, 조심해서 가더라고.


정리 박은정 기자 gnp@goodnewspeople.com        정리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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