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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 점검] 내년 지방선거 8개월 앞으로… | 정당공천제와 유급제 영향
때이른 불법 선거운동 열풍
‘死者입당’ 등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지방자치 더 퇴보 불보듯”우려 증폭 | | | | 입력시간 : 2005. 10.18. 18:09 |
때이른 선거 열풍이 불고 있다. 내년 5월 31일 실시될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예상자들이 벌써 지난 무더위와 장마 속을 뚫고 당원 확보 전쟁을 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정당공천제가 도입되는 데다 중선거구제로 전환돼 의원수가 30% 줄어들게 됨으로써 기초의원 출마 예정자들은 후보 경선에서 자신을 지지해줄 당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찜통더위도 물러가고 추석까지 다가오자 다른 사람을 내세워 식당까지 예약해놓고 불법 선거 운동을 합법처럼 자행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9개월 남은 선거를 겨냥해 당원 ‘입도선매’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정당이 당헌과 당규에 당비를 일정기간 납부한 당원(진성 당원)에게만 후보 경선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하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당헌·당규상 후보자 경선 전까지 6개월 이상 당비(월 2천 원)를 납부한 당원에게만 후보 경선 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주기로 해 출마 예정자들은 늦어도 올 9월 말까지 입당하고지지 당원을 끌어모아야 한다.
단, 민주당은 당원 모집에 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당 지지율이 높은 광주·전남에서만은 공천을 받으려는 입지자들의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내년부터 지방의원들이 세비(광역 7천만∼8천만 원)를 받는 유급제로 전환되면서 너도나도 출마 준비를 하기 때문에 더욱 치열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전남의 경우, 예상 경쟁률을 7∼8대 1로 보지만, 서울 경기 경남 경북 등은 10대 1을 뛰어넘는 곳이 많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광주에서는 친인척을 다 끌어들인 곳도 있고 자신이 다니는 교회 신도를 끌어들이는 곳이 있는가 하면 보험설계사와 택시기사까지 동원, 돈을 주고 입당서를 받더라는 것이 광주시 광산구 대촌동 K씨의 전언이다.
뿐만 아니라 한 구청장은(본인은 부인을 하지만) 직원, 직원 부인, 유치원 원장까지 동원, 당원 모집을 했다하여 선관위와 검찰에 고발을 당하기도 했고, 전남지역에서 출마를 준비중인 B씨는 자신의 사조직과 전·현직 이장, 어머니회 회원 등을 통해 입당서를 조직적으로 배부한 혐의로 선관위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외에도 당내 경선과 관련, 수십 명을 허위로 입당시키고 당비를 대납한 모 정당 시당 대표자 8명이 적발돼 경고를 받았다. 당비 대납 등의 행위를 할 경우 1년 간 당원 자격이 정지돼 당내 경선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상실될 뿐만 아니라 내년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에 정당 추천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수원 등에서도 출마 예상자가 9월 말 전까지 자신을 지지해줄 당원을 확보하기 위해 매월 내는 당비를 대신 납부해주거나 모집책을 동원해 입당 원서 1장에 5만∼10만 원을 주고 당원을 끌어모으는 과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죽고 없는 사람의 입당서까지 받아 제출했다가 발각되는 웃지 못할 불상사도 발생하고 있다.
선관위는 “선거법 개정으로 기초의원 선거에도 정당공천제가 도입됨에 따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불법 행위들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면서 “각 정당의 당원 모집 실태와 당원 가입에 따른 대가 지급 및 당비 대납 여부 등에 대해 집중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관위는 당비 대납 및 타인을 통한 당원 모집, 친인척과 동문회 등을 대상으로 한 입당 권유와 대가 제공 등을 중점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부 뜻 있는 시민들과 정치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선관위의 실효성 없는 단속, 정당들의 정당 공천제와 진성 당원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남 순천시와 목포시의 기초의원 출마 예정자인 H씨와 K씨는 “올 여름 휴가 때 당원을 모집하느라 포장마차와 길바닥에서 보냈다”며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로 지방자치는 오히려 이전보다 퇴보할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한편, 정세욱 한국공공자치연구원장도 이런 부작용을 예상이라도 한 듯 지난 8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초의원 선거제도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벌써부터 물밑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며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으로 인해 지방의회가 국회에 예속돼 지방정치의 중앙집권화와 매관 매직 등 부정부패가 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단체장급? 국장급? 그것이 문제로다”
지자체에 유급제 지방의원 대우 불똥
당원이 아닌 일부 시민들마저도 지방의원을 당 공천제로 바꾼 것을 두고 지방정치를 중앙에 예속시킬 사안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기초의원의 선거구가 중선거구제로 개편되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은 현재 3천496명에서 2천922명으로 574명이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유급제가 도입돼 보수 또한 지금보다 3배 가량 많아질 전망이어서 거물급 출마 예상자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실 내년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선거에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과 사업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뛰고 있다.
이 때문에 의회의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 다른 한편에서는 이로 인해 걱정인 곳이 있다. ‘부단체장급이냐, 국장급이냐’가 문제인 것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지방의원 유급제를 앞두고 각 지자체들은 이들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 지난 6월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원 유급제’가 처음 도입된 이후 당사자인 지방의원들은 부단체장급 대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전국 16개 시·도의회 의장협의회 의장단은 지난 8월 16일 열린우리당 배기선 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고 “월정수당 지급 기준액을 자치단체 부단체장급으로 책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의 요구대로라면 광역의원은 7천만∼8천만 원, 기초의원은 5천만∼6천만 원의 ‘고액 연봉’을 각각 받게 된다. 이는 광역의원이 2천700만 원, 기초의원이 1천800만 원을 각각 받고 있는 현재 보수보다 2.5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방의원 인건비는 현재 845억 원에서 2천100억 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지방의원 수당 상한선’을 확정해야 할 행정자치부가 아직까지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마련하지 않은 데다, 크게 늘어난 예산 조달 방안이 여의치 않아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개정된 법안에서 의원 수당의 50%를 지방비로 책정토록 해놓고 있어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둔 지방자치단체에 비상이 걸렸다.
따라서 올 정기국회에서는 이에 대한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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