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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대학교 강영규 학장 | “경찰은 사회의 부드러운 소금 돼야
창설이후 60년 대한민국 지탱 자부
상대 배려를 최고의 덕목 삼아달라"
경찰대 폐지 반대, 수사권 조정 찬성 입장 | | | | 입력시간 : 2005. 11.05. 11:00 |
한국 경찰이 지난 10월 21일로 창설 60주년을 맞았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 정권에서 경찰은 공포와 지탄의 대상이었다. 이런 경찰이 창설 60주년을 맞아 도약을 꿈꾸고 있다. 내부 쇄신을 통해 비리 경찰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인권 경찰을 표방하며 국민에게 친숙한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장벽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년을 넘어 장년으로 접어들고 있는 경찰은 민주경찰상 확립이라는 기존의 과제에다 수사 구조 개혁과 자치경찰제 시행, 인권보호 등 새로운 과제를 떠안은 채 ‘환갑’을 맞게 되었다.
이렇게 60돌을 맞이하면서 수많은 경찰 간부 인력을 배출, 명실상부 경찰 간부 양성의 요람으로 자리잡고 있는 경찰대학교의 강영규 학장(치안정감)을 만났다.
경찰 간부 자질 향상을 위해 설립된 경찰대학교는 2004년 입시에서 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개교이래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지금까지 2천290명(20기 포함)의 경찰 간부를 배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순경 출신 경찰들의 인사 적체 문제가 불거지면서 경찰대 폐지 논란 등 진통도 겪고 있다.
지난 2월 학장으로 부임한 강 학장은 경찰 내에서 대표적인 ‘경비통’으로 불릴 만큼 경비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경찰청 경비과장과 서울경찰청 기동단장․101경비단장, 경찰청 경비국장 등 경비 분야의 주요 보직을 모두 거쳤다. 기동단장 재직 시절 경찰 기동대 버스를 동원해 주요 정부 시설을 시위대로부터 보호하는 이른바 ‘차벽(車壁) 전법’을 직접 개발한 일화는 경찰 내에서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성품이 소탈하고 격의가 없어 대인관계가 원만하지만, 업무에서는 완벽을 추구하는 외유내강형으로 통한다. 요즘도 매일 줄넘기 3천 번 이상을 할 정도로 젊은이 못지 않은 체력을 자랑하며, 배드민턴과 테니스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부드러운 경찰’을 강조하며 실천하고 있는 강 학장은 “사회의 소금 역할을 하는 것이 경찰”이라고 강조하고 “21세기는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인권 경찰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경찰 창설 6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경찰대학 학장으로서, 경찰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경찰이 창설된 지 60년이 된 것을 경찰인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도 기쁘고 또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환갑에 해당하는 60년이란 세월에는 참으로 많은 열정과 눈물, 환희가 고스란히 배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난과 격변의 현대사를 그대로 안고 대한민국을 묵묵히 지탱해온 우리 경찰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존경하고 사랑할 것입니다.
학장님은 ‘부드러운 경찰’을 강조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학장님 모습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부드럽게 보이시나요? 그렇게 보아주시니 감사합니다.(웃음)
경찰은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유지시키는 것을 그 존재 목적으로 하는 조직입니다. 이런 조직의 생리적 특성상, 그리고 우리가 항상 입고 있는 제복이 가져다주는 이미지상, 경찰은 존재 그 자체로 부드럽다는 것과는 다소 거리감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지난 반세기 우리 경찰은 국민들에게 결코 부드러운 이미지로 다가서진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21세기 우리 경찰은 국민을 진정한 주인으로 생각하는 ‘인권 경찰’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권 경찰이 되기 위해 우리 경찰이 꼭 체득해야 할 이미지는 바로 ‘부드러움’이 아닐까 합니다. 부드러움이라는 보편적인 긍정의 가치 안에는 언제나 강인함이란 명약이 숨겨져 있다는 것은 인류가 겪어온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이라는 격언도 있지 않습니까.
저는 경찰대학생들에게 부드러움의 미학을 항상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찰 간부로서 무수히 많은 시민들과 대면하게 되는 우리 경찰대학생들에게 부드러운 인상과 행동은 인간관계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환한 웃음과 열린 마음은 부드러움 그 자체이고, 이것은 바로 인간관계의 시작이자 완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경찰대도 올해로 개교 25년이 되었습니다. 경찰대의 설립 배경에 대해 들려주십시오.
70년대 경찰의 자주성을 확립하고 경찰 행정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문 경찰인을 양성해야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된 상태에서, 전문화된 교육기관의 설립은 무엇보다 중요한 경찰의 과제였습니다. 이와 같은 시대적 요구와 맞물려, 경찰직무의 과정과 결과는 국민과 직결되므로 수준 높은 교육이 필요하고, 경찰 업무의 방대성으로 인해 단기간 지식 습득이 불가능하며, 강인한 체력과 다양한 기능 체득에는 상당 기간 특수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4년제 정규대학인 경찰대학이 설립되었습니다. 또 국민은 따뜻한 인성과 헌신적 사명감으로 충만한 경찰인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인재가 배출되기 위해서는 4년 간의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인성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에 국민 모두가 동의한 결과물이 바로 경찰대학의 탄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학장님께서 부임하신 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남은 임기 동안 해야 할 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부임 후에 저는 줄곧 우리 대학이 변화에 힘들게 적응하면서 명맥만을 유지해나갈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앞장서 선도(先導)해나갈 방법이 무엇인지, 다양한 혁신 방안을 모색하여왔습니다. 우선 경찰학 연구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하여 우수 교원 육성과 경찰대학원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 일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또한 21세기 지구촌 시대 치안 초석이 될 청년 경찰간부들이 국제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외국대학 및 교육기관과의 교류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존 제이 컬리지(John Jay College, 1992년)와 중국 인민공안대학(1998년), 미국 샘 휴스턴 대학(2005년)과 경찰학 학술교류를 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14일에는 터키경찰대학과 정기교류협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이밖에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도 우리 대학에 학술 교류를 적극적으로 요청해오고 있는데, 올 9월에는 10일간 중국 러시아 필리핀 등 19개 국 30명의 경찰관을 대상으로 국제공조수사과정 및 사이버범죄수사과정을 개설, 운영하기도 하였습니다. 학생들에게 방학기간 중 해외 선진국 연수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으며, 4학년생 졸업여행을 해외연수 형태로 전환하여(2004년 중국, 2005년 일본) 대학 생활 동안 견문을 최대한 넓힐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제감각을 갖춘 대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국비유학을 통해 선진화된 외국 경찰을 경험하여 명실공히 세계화 경찰로 맹활약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저는 다른 일반 교육기관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경찰대학만의 특화된 현장 중심 교육프로그램을 심화․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이 개발한 ‘참여형 지식공유 프로그램’인 ESTL, 문제해결형 교육프로그램인 Action Learning 등은 정부로부터 우수 교육사례로 선정되어 올해 모든 공무원 교육기관에 확대․보급되는 등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중시되는 ‘인권 존중과 인간의 존엄성’ 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과정 및 직무교육 과정에 주 4시간 이상의 인권 교육 및 봉사활동을 의무화하고 미국 존 제이 컬리지의 인간존엄성 교육도 도입하여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인권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는 거친 광풍 앞에 외롭지만 당당히 서있는 한 그루 소나무의 생명을 지키고 가꾼다는 마음으로 경찰대학의 혁신을 위해 모든 노력과 열정을 다할 생각입니다.
최근 순경 출신 경찰들의 인사 적체 문제가 불거지면서 경찰대 폐지론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학장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경찰대의 폐지 여부는 치안서비스의 수요자인 전체 국민의 입장에서 평가될 일이며, 인사 적체와 같은 내부 불만에 의해 타산적으로 판단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 84%가 경찰대 폐지를 반대하고, 70%는 경찰대 출신 경찰관을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경찰이 앞으로 더욱더 혁신과 변화를 거듭해나가라는 국민의 염원이자 경찰에 대한 채찍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경찰대학은 시대 변화에 맞는 경쟁력 있는 장기 발전 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입니다.
경찰대 존폐와 관련하여 일부에서 인사 적체 문제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체계적이고 정밀한 내부분석 결과, 경찰대로 인해 인사 적체가 발생되었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는 경찰의 인사 적체 문제가 계급구조 개편 등 보다 근원적인 해법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재 경찰청 차원에서 다각적인 계급구조 혁신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검찰과 마찰을 빚고 있는 최대 현안인 수사권 조정에 대한 학장님의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
현재 전체 형사사건의 97% 이상을 경찰이 담당하고 있음에도 현행 형사소송법은 검사만이 수사권을 독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번잡한 수사절차가 고착화되고 국민들은 이중조사, 사건처리 지연 등 각종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수사구조 개혁 논의는 어느 기관에 어떤 권한을 나눠줄 것인가 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을 겪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 검․경간 수사권 조정은 민주사회의 원리인 견제와 균형 원리에도 맞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선 경찰들의 처우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려야 할까요?
일선 경찰들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는 단기간에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의 처우개선은 궁극적으로 양질의 치안서비스 제공이라는 결과물을 생산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기본적 투자이며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의 확충 차원에서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경찰청에서는 경찰 처우개선을 위해 위험한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들의 보수 인상과 격무에 지친 경찰관들의 휴식을 위한 경찰 수련원 증설, 여성경찰이나 맞벌이 경찰관을 위한 직장보육시설 설치, 지구대 단위 샤워실 설치 등 다양한 복지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경찰에 몸담아오신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경찰이나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전해주시겠습니까?
저는 평소 대학생들에게 나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부드럽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경찰관이 되어주기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소금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경찰은 하나의 기준으로만 사고하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하되 자기주장에만 얽매이지 말고, 항상 상대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야말로 경찰관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강 학장 프로필]
▲가족관계 : 부인 김소윤씨와 3녀.
▲경남 합천 출생
▲동국대 경찰학과 졸업
▲영월경찰서장
▲경찰청 예산담당관
▲남대문경찰서장
▲서울경찰청 기동단장
▲101경비단장
▲경찰청 경비국장
▲경찰대학장
대담=김성환 편집국장 정리=이학성 서울본부 부장 김성환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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