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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리즈>섬<Ⅶ> 임자도(荏子島)
들깨 많이 나 붙은 이름이라는데… 고운 은모래에 비길 바 아니구나
수천 년 의지했을 백사장과 해당화 사랑스러워
국내 최대 새우젓시장 ‘전장포’엔 생명력 넘실
입력시간 : 2005. 11.25. 13:45


하늘에서 바라 본 임자도
도심 곳곳이 흩날리는 오색 낙엽들로 늦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어 있다. 긴 코트가 어울리는 이 가을, 언제나 그렇듯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섬 여행을 떠났다. 계절의 변화는 비단 육지뿐 아니라 바다도, 섬도 이미 가을의 끄트머리에 와 있었다. 1분 1초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계절의 변화는 오히려 느긋하다. 그래서 섬 여행은 더욱 ‘특별함’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기에 말이다. 뭍엔 하루가 다르게 도로가 뚫리고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고 하지만 섬은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 시간이 멈춰서 있는 곳이 바로 섬이 아닐까.

이번 호에 가보고 싶은 섬으로 선정된 곳은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도. 임자도는 신안군의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다. 동으로는 바다 건너 지도읍, 서쪽으로는 광활한 서해, 남으로는 바다 건너 자은면, 북으로는 바다 건너 영광군 낙월면과 이웃하고 있다. 서울에서 5시간, 목포에서 1시간 거리에 잔잔히 떠있는 섬이다.

1990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대광해수욕장’이 있어 여름철이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전국에서 유명한 대파, 김, 천일염이 생산되어 농가 소득을 올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가을이면 새우젓으로 유명한 ‘전장포’에선 시골 장터보다 더한 북적거림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최고의 관광 자원 ‘대광해수욕장’

광주에서 1시간 30분 남짓 걸려 도착한 신안군 지도읍 점암선착장. 그곳에서 임자농협 철부선을 타고 20여 분만 가면 임자도 진리 선착장이다. 들깨가 많이 난다 해서, 또 깨를 뿌린 것처럼 많은 섬을 품고 있다 해서 임자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니, 이름은 하난데 의미는 여러 가지인 섬이다.

섬 전체가 모래 언덕으로 형성되어 있어 ‘한국의 유일한 사막’으로도 불리는 섬이다. 임자도는 어디를 가나 모래밭이 넓고 넓다. 오죽하면 ‘임자도 처녀는 모래 서 말을 마셔야 시집을 간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천혜의 비경에 비해 임자도가 지금껏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바로 목포에서 6시간 걸리던 뱃길 때문. 그러나 현재는 쾌속선이 취항, 당일로도 여행이 가능한 코스가 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임자도를 관광지로 만들어놓은 최고의 천혜 관광 자원은 바로 국민관광지 ‘대광해수욕장’이라고 해서 그곳을 제일 먼저 찾았다. ‘모래섬’이라고 불릴 정도로 모래가 곱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광활한 모래사장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장장 12㎞, 폭 300m가 넘는 하얀 백사장은 걷는 데만 3시간이 족히 걸린다고. 넓은 백사장 너머로 보이는 푸른 수평선 또한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이곳에서 만난, 가을 바다로 여행온 한 쌍의 연인의 모습은 멜로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환상적이기까지 했다. 물결은 잔잔하고 발 밑의 모래는 밀가루처럼 희고 곱다. 임자도의 대표 해수욕장인 데다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고 깨끗한 모텔이나 여관, 펜션들이 모여 있어 다른 섬 지역과는 달리 숙소 걱정은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백사장 뒤편 모래언덕에 피어있는 해당화는 신안군의 군화(郡花)로, 이곳에서 대규모로 자생하고 있다. 해수욕장 들어가는 입구에도 길게 늘어서 있어 장관을 이룬다.

#차밭처럼 펼쳐져 있는 대파밭
대파 밭에서 일하고 있는 주민과 담소하는 최 면장


임자도에는 대광해수욕장 못지 않게 들를 만한 곳이 많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운동장처럼 넓은 해변이 인상적이고, 그 끝에 사람 한둘이 들어설 만한 이흑암리(二黑岩里)에 있는 용난굴. 높이 8m, 길이 150m의 이 동굴은 바다 쪽으로 좁게 트여 있는데, 동굴 안은 이리저리 바위 사이로 꺾여 들어온 희미한 햇살과 차고 축축한 공기가 묘하게 섞여 있다. 용난굴은 썰물에 드나들 수 있는 자연굴로 용이 났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아직 관광지로는 지정되지 않아 연간 이용객이 약 3천여 명 정도에 불과한, 약간 인적이 드문 곳이다.

또 이흑암리에 위치한 대둔산성도 한번 둘러봄직하다. 언제 축조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고, 다만 1711년(숙종 37년)에 설치된 임자진(荏子鎭)과 관련된 산성으로 추정되는 정도. 유적의 상태는 타원형의 퇴뫼식 산성으로, 자연석과 암벽을 이용하여 축성하였으며, 규모는 둘레가 약 100m, 높이 1∼1.5m, 폭 2.5∼3m 정도인데, 거의 도괴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이곳저곳 임자도의 유명 관광지를 다니다 보면 아스라하게 잔디밭 같기도 하고 차밭 같기도 한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엇인가 궁금해 가까이 다가가 보니 바로 대파밭이다. 임자도는 모래가 섞인 비옥한 사질토라 대파, 양파, 고추, 콩, 참깨 등의 농산물이 잘 된다. 특히 임자도 대파는 대도시에서는 이미 유명한 특산물 반열에 올라있다. 올해는 '김치 파동'으로 인해 대파 값이 많이 올라 임자도 주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고 하니 기자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또한 철따라 잡히는 갑오징어, 병어, 민어 등의 생선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동시에 농·어가 소득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반도 최고·최대의 새우젓 산지

임자도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특산품들이 몇 가지 더 있다. 그 중 해방 직후 들어선 서울염전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이 있다. 임자도의 천일염 생산 시기는 4월에서 10월까지지만, 장마가 들기 전인 5∼6월까지 전체의 60% 정도가 생산된다. 또 이곳에서 생산되는 김은 옛 김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더불어 어족이 풍부해 신안군 내에서도 ‘복 받은 섬’으로 불리며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섬에 왔으니 고깃배가 드나드는 선창을 찾는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새우젓으로 유명한 전장포로 향했다. 전장포는 전국 새우젓의 60%가 나오는 유명한 포구. 한반도에서 새우젓이 가장 많이 나는 곳이다. 음력 5월, 6월 임자도 근해에서 잡은 새우로 담근 젓갈은 ‘오젓’‘육젓’이라고 하여 전국 최고로 친다. 어부들은 잡은 새우를 배 위에서 바로 천일염에 절이고 드럼통에 담아 섬에 있는 서늘한 토굴에 보관한다. 저온에서 짠맛이 줄고 비린내가 사라질 때까지 장기간 숙성시켜 제 맛이 나게 하기 위해서다. 임자도에 가면 꼭 전장포를 가보라. 포구 특유의 활기를 맛볼 수 있고, 부둣가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새우젓을 직접 맛보고 싼값에 사는 즐거움 또한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멈춘 듯 하나, 계절은 바뀌어 만추(晩秋)의 표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섬, 임자도. 포근한 것이 그리운 가을에 남쪽 섬 임자도에서 따스함을 가슴 가득 안고 돌아왔다. 다가오는 겨울도 결코 춥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으로….

[최철재 임자면장 미니 인터뷰]

"지역 발전·화합의 선행조건은 깨끗한 공직자상"

"임자도는 대파 주산지인데, 올 가을 대파 값이 높아 생산 농민들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아 면장 얼굴에도 요즘 웃음꽃이 피었다"는 최철재 면장.

신안군청에서 근무 할 당시 도서개발사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최 면장이 사무관 승진 후 첫 발령을 받은 곳이 이곳 임자도이다. 그래서인지 최 면장은 고향은 아니지만 이곳 임자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대민 업무에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평가에 대해 최 면장은 "군청에서 근무할 당시 ‘도서개발업무’의 특성상 읍·면을 경유해야만 했는데,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 주민들과 잘 지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임자면장으로 부임한 지 9개월이 되어가는 최 면장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봤다.

-부임한 지 9개월이 되어가는데, 임자면 자랑 좀 해달라.

▲이곳 임자도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섬이라서 그런지 교육과 경제적인 수준이 높은 편이다. 국민관광지인 ‘대광해수욕장’이 있고 천일염과 새우젓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임자도는 ‘들깨 임(荏)’ 자를 쓰는 것에서도 추정되듯 들깨가 많이 나는 비옥한 토지를 가지고 있어 이곳에서 나는 농산물은 품질이 아주 우수하다. 특히 올해는 이곳의 주 특산품인 대파가 ‘김치 파동’의 여파로 가격이 치솟아 주민들이 아주 기뻐하고 있어 면장인 나도 아주 기쁘다. 이밖에도 청정해역에서 생산되는 김은 옛날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계절에 따라 잡히는 생선 등 어족자원도 풍부해 농·어가 소득이 높은 편이다. 이곳에서 일하게 돼 즐겁다.

-이곳 주민들이 면장님 부임 이후 모든 일들이 잘 돼가고 있다며 "운 좋은 사람이 와서 그렇다"고 칭송한다는데….

▲과찬이다. 듣기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인 줄 알면서도 그런 얘길 들으면 기분이 좋다. 올해 고추, 콩, 참깨, 대파 등 우리 임자면 농사가 풍년이다. 군청에서 근무할 때 도서개발사업을 맡았었는데, 그때 읍·면을 경유했던 것이 면장을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처음 부임해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직원들과의 친화력이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르신이나 여성단체들과도 화합이 이루어지면서 원활하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지역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청년회와 연계해 일을 하다 보니 좋은 일이 있는 것 같다. 모두가 주민들이 협조해주신 덕분이다.

-임자면에서 '2005 자랑스런 전남인 상'을 받은 이가 있다고 하는데, 소개해달라.

▲아주 자랑스런 일이다. 천일염 개발 보급 등의 공로로 친환경 수산 분야 수상자로 유억근 마하탑 대표이사가 ‘자랑스런 전남인’으로 선정되어 상을 받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18년 동안 오직 우리 소금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정규직원 10명 등 수십 명에 달하는 지역 인력을 채용하면서 지역의 고용창출에도 남다른 기여를 하고 있다. 사실 임자면에서 1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곳은 마하탑 밖에 없다.

-공직자로서 신조나 철학이 있다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내가 깨끗해야 화합이 된다’는 것이 나의 철학이자 신념이다. 그래야만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소신껏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임자면으로 부임하면서 나보다 어르신들에게는 무조건 인사하고 젊은 친구들에게는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사심 없이 지적했다. 그렇게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모두 마음의 문을 열었다. 이런 나의 신념은 면사무소 직원들에게도 해당된다. 그래서 모든 직원과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모든 주민들이 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협조해주신다면 지역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고 기대한다.


방수진 차장 koojin418@goodnewspeople.com        방수진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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