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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 화순 산골짝에 '돌의 낙원'이… | 30년 정성이 빚은 돌탑 등 즐비
보는 이마다 찬사와 감탄 연발
주인공 이동근씨 "건강한 한 계속 쌓을 것" | | | | 입력시간 : 2006. 06.05. 10:25 |
화순은 광주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다.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 환경, 특히 산세가 좋은 곳이다. 또 화순은 운주사 천불천탑, 온천 휴양지, 고인돌 공원 등 관광 코스로도 뛰어난 곳이다.
여기에다 특별히 추가해야 할 명소가 하나 더 늘었다. 화순군 이서면 설봉농원이 그곳이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암자인 무등산 규봉암 아래에 위치한 설봉농원을 소문을 듣고 찾아가봤다. '도깨비 도로'를 지나 안양산 휴양림까지 가는데, 마치 스위스 알프스산맥을 지나는 것과 같이 아름다운 경관이 돌탑과 함께 펼쳐져 있었다. 안양산 휴양림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개발한다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돌탑을 쌓은 주인공인 설봉 이동근씨는 "화순 만연사를 찾는 관광객이나 군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돌탑을 보며 소망과 희망, 깨달음 등 뭔가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긴 돌탑을 쌓았다"고 말했다. 만연산 정상에서 설봉농원까지 6㎞에 이르는 길가에 돌탑이 쌓아져 있으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농원 입구에 들어서니 많은 세월 공들여서 갖가지 모양으로 형성화한 돌탑, 그리고 여러 종류의 나무와 돌의 조화를 흠뻑 음미할 수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돌을 소재로 연출해낸 집념과 끈기의 집합체, 바로 그 자체였다.
소박하고 우아하고 튀지 않는 은은한 아름다움과 보면 볼수록 신비한 각과 선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이씨의 돌에 대한 생각이다. 그러면서 우리 민족이 돌탑 쌓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했다. 2천 년 동안 1천여 회나 외세의 침입을 받고도 살아 있는 강인함, 그리고 개인의 소망이나 민족의 평화를 간절히 염원하는 마음들이 돌탑을 쌓는 정성으로 승화됐다는 것이다.
이씨의 농원에는 10년, 20년, 30년 동안 자란 정원수와 돌탑들이 새끼줄처럼 묶이고 꼬여 기이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또 한가지 자랑거리는 아직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다는 대형 악어 조각품. 청옥으로 조각한 악어와 악어새끼는 길이만 해도 5m에 달하고 무게가 무려 4t이나 돼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씨의 민속품 창고는 북, 징, 거울, 놋그릇, 작두, 문틀, 홀태, 성에, 인두, 연, 다리미, 호롱불, 기상나팔 등 수많은 각종 민속품과 골동품들로 가득 차 있다. 이씨는 지난 4월 말 개최된 고인돌축제에 그가 소장하고 있는 옛 민속품 200여 점을 전시해 많은 관람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매년 축제 때면 무상으로 주민들을 위해 전시할 계획이라는 이씨는 "우리 조상들의 혼이 들어 있는 이 민속품이나 골동품들이 변질될까 두렵다"고 걱정하고 "지자체에서 박물관이라도 지어 전시해준다면 모두 내놓을 생각"이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설봉농원을 다녀간 사람들의 자취인 방명록에는 이런 글들이 남겨져 있었다. <돌과 나무, 무등산과 함께 인생의 가치를 깨우쳐주신 정성에 감탄…>(전 행자부 장관 강운태), <무등산 뒷자락에 묻혀 있기가 아쉬웁구나. 햇빛 보는 날이 빨리 왔으면…>(광주MBC 기술이사 김세하), <민족의 숨결, 조상의 운기가 느껴지는 곳. 오래 오래 민족의 숨결이 간직되기를 기원하며…>(전 감사원장 윤은중), <세계의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한국 역사를 전부 볼 수 있게 소장하신 설봉 선생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영국의 세계적인 여행가 데이비스 힙스). 이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낀 소감들이 가득 써 있었다.
이씨는 "이제 남은 여생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민속품과 골동품을 모아서 돌탑을 쌓는 기능까지 모두 사회에 환원해 홍익인간의 철학을 실천하는 일일 것"이라며 "남을 사랑하며 사는 일은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의미 있는 말을 했다.
모든 사람들의 관심 속에 설봉농원이 화순의 명소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안고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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