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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산 순례> 지리산 남한 최대 자랑하는 靈山 | 봄엔 진홍빛 철쭉 천지 압권
10경(景)은 철따라 장관 연출 | | | | 입력시간 : 2006. 06.14. 13:49 |
5월엔 봄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는다. 개나리는 노오란 꽃이 지고 초록빛 잎으로 다시 태어나고, 하얀 목련꽃도 한 잎 두 잎 떨어져 가고, 벚꽃도 봄을 재촉하는 비에 하염없이 스러져간다. 이렇게 4월이 가고 5월이 오면 온 산은 철쭉으로 마치 불바다 같은 장관을 이룬다.
이때쯤 전국에서는 철쭉제가 열리고, 철쭉이 만개한 산은 등산객들을 수줍은 새색시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맞이한다.
어느 산의 철쭉이 아름답지 않겠는가만, 지리산의 바래봉에 펼쳐진 철쭉의 향연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이 절로 터져나오게 한다. 사시사철 어느 계절이나 좋은 곳이 지리산이지만, 철쭉의 융단을 두른 5월의 지리산에서 봄의 끝자락의 정취에 흠뻑 젖어보면 어떨까.
#바래봉∼팔랑치 덮는 ‘붉은 카페트’
소백산맥의 남쪽, 태백산맥의 서남단에 높이 솟아오른 지리산은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명산.
봄이 되면 더욱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지리산이지만, 이 시기에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코스로는 바래봉을 빼놓을 수 없다.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을 닮았다하여 이름 붙여졌다는 바래봉. 둥그스름한 모습 그대로 능선이 순한 데다 정상 주위는 나무가 없는 초지로 되어 있다. 바래봉은 능선으로 팔랑치, 부은치, 세걸산, 고리봉, 정령치로 이어진다.
바래봉 철쭉 중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곳은 정상 아래 갈림길에서 팔랑치에 이르는 약 1.5km 구간. 팔랑치에서 능선을 계속 따라 1,123봉으로 오르는 능선에도 철쭉이 군락을 이룬다. 팔랑치 부근의 철쭉동산에서 부은치로 이어지는 철쭉은 5월 중순에 만개한다.
보통의 산철쭉은 나무 사이로 제멋대로 자란 키에 드문드문 꽃이 달리고 연한 분홍빛이 대부분이지만, 바래봉 철쭉은 군락을 이루어 빽빽하고 둥그스름하게 자라며, 색깔이 진홍빛인 게 특징이다. | | 지리산의 일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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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봉 철쭉이 널리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1971년 호주와 손을 잡은 시범 면양목장이 설치, 운영되면서 방목된 면양들이 잡목과 풀을 모두 먹어치워 철쭉만 남는 바람에 군락이 형성되었다.
#우리 민족의 수난 보듬은 산
지리산은 전라남도 구례군과 전라북도 남원군, 경상남도 하동·산청·함양군 등 3개 도의 5개 군에 걸쳐 자리잡고 있다. 1967년 12월 29일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남한에서는 면적이 제일 넓고 높이 또한 백두산,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둘레만도 800여 리나 되고, 신라 5악 중의 남악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고 해서 지리산으로 불렸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다. 또한 백두산의 맥이 한반도를 타고 내려와 이곳까지 이어졌다는 뜻에서 두류산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불가에서 깨달음을 얻은 높은 스님의 처소를 가리키는 ‘방장’의 깊은 의미를 빌어 방장산이라고도 불린다.
지리산은 1천500m 이상 되는 높은 봉우리만 해도 주봉인 천왕봉(1천915m)을 중심으로 전북지역의 반야봉(1천732m), 전남지역의 노고단(1천507m) 등 12개나 있으며, 뱀사골 칠선 한신 심원 등 시원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깊은 계곡이 7개나 된다. 뿐만 아니라 비폭동, 문장대, 통천문 등 14개의 기암과 구룡폭포 선유폭포 청류동폭포 등 10개의 폭포가 제각각의 비경을 자랑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고려 말 원나라 침입, 조선시대 임진왜란, 현대사의 여순사건과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활동 등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깊이 품어온 민족의 영산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리산을 무대로 한 대하역사소설 『태백산맥』 『지리산』 『토지』 등을 낳기도 했다.
지리산이라는 지금의 명칭은 조선의 건국설화에서 비롯되었다. 태조 이성계가 건국의 야심을 품고 기도를 올려 백두와 금산의 산신에게 허락을 받았는데, 지리산의 산신만은 승낙하지 않아 지혜가 다르다는 뜻으로 지리산(智異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봄이면 세석계곡을 붉게 물들이는 철쭉을 시작으로 여름에는 싱그러운 신록과 뼛속까지 시원하게 한다는 폭포, 가을이면 산장까지 3㎞의 피아골 계곡을 물들이는 단풍과 만복대 등산길의 억새풀 밭이 지리산을 찾는 이들에게 자연의 경이를 고스란히 안겨준다. 겨울에는 그 어느 산보다 드넓은 설경이 펼쳐져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 | 제석봉의 고사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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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은 이렇게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늘 새로운 기분을 만끽하게 하는 산이다. 산이 높고 커서 산 아래와 정상부 사이에 약 10℃ 이상의 온도차를 보여 한랭한 고산지대와 온후한 산간지대의 기후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후 탓에 한·온대식물들이 무성하고 그 종류도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자연의 보고(寶庫)이다. 또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고산준령 지역도 많아 사향노루, 산양, 하늘다람쥐 등 희귀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남한 최고의 원시림을 보존하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세인들은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10경’으로 압축해 표현하기도 한다. 지리산에는 10경 외에도 뱀사골계곡 심원계곡 고운동계곡 한신계곡 구룡계곡 구룡폭포 등의 자연 경관이 유명하며, 화엄사 쌍계사 연곡사 법계사 실상사 천은사 대원사 벽송사 칠불암 등 불교문화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또 지리산에서 조금 벗어난 주변에는 남원 광한루, 진주 촉석루와 진양호 등 가 볼 만한 곳들도 많다.
※등산로 안내
1코스 : 백무동-하동바위-장터목산장-천왕봉-법계사-중산리(약 9시간)
2코스 : 화엄사-노고단-임걸령-삼도봉-토끼봉-명선봉-벽소령-덕평봉-세석평전-연하봉-장터목산장-제석봉-천왕봉-법계사-중산리(2박 3일)
3코스 : 화엄사-중재-코재-노고단(4∼5시간)
4코스 : 달궁-심원-성삼재-코재-노고단-임걸령-뱀사골산장(약 5시간)
5코스 : 전적기념관-탁용소-병소-간장소-뱀사골산장-화개재(4∼5시간)
6코스 : 연곡사-직전마을-피아골산장-질매재-노고단-임걸령-노루목-반야봉(약 7시간 30분)
7코스 : 추성리-선녀탕-칠선폭포-천왕봉(약 7시간)
8코스 : 평촌-대원사-무재치기폭포-치밭목산장-써리봉-중봉-천왕봉(약 7시간 30분)
9코스 : 백무동-한신계곡-한신폭포-세석평전-세석산장-대성골-의신마을 버스종점(약 10시간 소요)
#지리산 10경(景) | | 노고단의 운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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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은 그 크기가 장대한 만큼 수많은 절경과 비경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고 특색 있는 자연경관 10개를 들어 ‘지리 10경’이라고 부른다. 1972년경 지리산악회 우종수 회장이 발표, 공식화되었다.
♣노고단 운해(雲海)=노고단에서 바라보는 구름바다는 이곳이 천상이 아닌가 착각하게 만들만큼 신비롭다. 멀리 남해 바다에서 몰려온 구름이 주변의 산야를 가리고 노고단 산허리를 감돌아 흐른다. 노고단 주변의 원추리꽃, 진달래, 철쭉들과 어울려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려낸다.
♣피아골 단풍=매년 10월 중순부터 지리산 제일의 활엽수림 지대인 피아골 계곡이 단풍으로 물들어간다. 산과 물과 사람들을 붉게 물들인다 하여 삼홍(三紅)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반야봉 낙조=심원계곡 건너 태양이 휘황찬란한 황금빛을 발산하며 사라져가는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경건함마저 느끼게 한다.
♣벽소령 명월=정적과 고요함 속으로 주변의 밀림과 고사목을 헤치고 조용히 떠오르는 둥근 달을 상상해보라. 맑은 날 밤 청명한 달과 쏟아질 듯 하늘을 수놓은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곳이기에 운치를 더하는 장소이다.
♣세석 철쭉=매년 5월 말 6월 초에 걸쳐 수십만 평의 광대한 세석고원 일대가 철쭉의 연분홍 빛으로 곱게 물든다.
♣불일폭포=쌍계사 뒤편 숲길을 거닐다보면 험준한 협곡 속에 포말로 부서지며 쏟아지는 불일폭포가 나온다.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불일폭포는 2단식 폭포인데, 온통 바위절벽으로 둘러싸인 주위의 경관 또한 장관이다.
♣연하 선경(仙境)=세석과 장터목 사이 연하봉에는 철 따라 꽃들이 만개하고 기암괴석은 천년의 고색창연한 이끼를 입고 서 있다. 한신계곡을 넘어온 운무가 이 봉우리에 잠시 머물면 신선이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날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천왕봉 일출=사방이 막힘 없이 탁 트인 천왕봉에서는 동틀 무렵 끝없이 펼쳐진 회색구름바다 저 멀리서 서서히 오색광채의 거대한 태양이 떠오른다. 이 장관은 3대에 걸쳐 공덕을 쌓아야만 맞이할 수 있다 할 정도로 극히 만나기 힘들다고 한다.
♣칠선계곡=비경의 연속을 이루어내는 지리산 최고의 계곡. 길이 16㎞에 이르며 용소, 선녀탕, 비선담, 칠선삼층폭포 등이 있다. 한여름에도 손과 발을 담그고 1분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계곡 물이 차갑다.
♣섬진청류=섬진강은 전북 진안, 장수에서 발원하여 산을 굽이굽이 감돌아 하동포구에서 남해바다와 만나는, 300리의 유장한 물줄기다. 지리산 서남쪽을 지나갈 때는 푸른 강물 위에 지리산 산자락을 실어 낭만을 자아낸다. 은빛 백사장도 곱거니와 청류 위에 뜬 거룻배도 그림 같다.
방수진 차장 gnp@goodnewspeople.com 방수진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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