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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의 인물>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 탄생-한명숙 | 산적한 난제 풀 추진력 관심
"결코 ‘얼굴 마담’ 되지 않겠다" | | | | 입력시간 : 2006. 06.14. 14:15 |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총리에 지명된 장 상 전 이화여대 총장이 아들의 국적 문제 등으로 국회 인준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지 4년 만이다. 이로써 한국은 2006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국가원수 또는 여성 총리를 가진 13번째 나라가 됐다.
한 총리는 재야 여성운동가 출신으로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1970년대 민주화 운동단체인 크리스찬아카데미에서 활동했다. 이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여성운동에 투신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여성부, 환경부 장관을 차례로 역임했으며 16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정치를 시작했다. 2004년 17대 총선 때는 경기도 고양·일산갑에 출마해 거물급 정치인인 홍사덕 전 의원을 누르고 재선에 성공한 여성 정치인이다.
#‘찬성 182 : 반대 77’ 압도적 지지
국회가 지난 4월 19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한명숙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가결함으로써 고건·이해찬 전 총리에 이어 참여정부의 세 번째 총리로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임명동의안 처리는 재적의원 279명 가운데 264명이 참석해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쳐져 찬성 182, 반대 77, 기권 3, 무효 2표로 통과되었다.
한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4월 20일 임명장을 수여 받고 취임식과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부드러운 카리스마론’을 펼치며 강한 의욕과 포부를 피력했다. 특히 이날 취임식은 종전의 격식을 파괴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에는 맨 앞줄에 장관, 다음 줄은 차관, 그리고 1·2급 등의 순서로 정렬해 선 채로 취임식을 가졌었던 것에 반해 참석 대상인 중앙부처 국장급 이상 400여 명을 서열과 관계없이 자리에 앉도록 배치한 것.
한 총리는 취임사를 통해 "함께 일해본 사람들은 저를 외유내강이라거나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부르곤 한다. 이 점에 관해서는 머지않아 알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무원들에게 휘둘리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하는데, 국민의 평안과 이익에서 벗어나면 단호하게 원칙을 갖고 다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총리는 "총리 지명이후 ‘얼굴 마담이나 하지 않을까’ ‘대독 총리나 하지 않을까’ 등의 지적이 있었다. 이를 폄하라 생각하지 않고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실세 총리로 꼽혔던 전 총리에 비해 장악력이나 추진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주변의 시각을 의식해 이를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한 총리는 기자 간담회에서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의 외조에 대해 "머리로는 여성들에 대한 이해가 저보다 깊었지만 그 시대 남성들이 갖고 있는 한계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웠다. 우리 부부도 가정 내 평등을 위해 많은 투쟁을 해왔고 오늘은 남편이 밥상을 차려줬다"고 말했다. 공직자 골프 문제에 대해서는 "그 자체를 국민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토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공직자로서 한계와 정도를 지키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재직 중에는 여가 활용을 위한 운동으로 가장 먼저 배드민턴을 치겠다. 자전거를 타고 수영하고 등산하는 것을 좋아하므로 틈틈이 건강을 위해 여러 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책통’아닌데…?" 우려 눈길도
한 총리는 취임 이틀째인 4월 21일에는 한나라당 등 야당을 잇따라 방문, 국정운영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또 이에 앞서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이용훈 대법원장과 김원기 국회의장,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을 예방하는 등 국무총리로서 발빠른 행보를 시작했다.
한 총리 자신은 취임 이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전문성과 업무 장악력에 대한 외부의 의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또 한 총리가 어느 정도 의지를 가지고 어떤 리더십을 보이면서 산적한 국정현안을 풀어나갈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총리실이 국정 후반기에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로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 양극화 해소, 일자리 만들기와 같은 대형 정책들뿐만 아니라 검·경 수사권 조정,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 등 시급한 과제들이 쌓여있다. 재계 여성계 시민단체 등 각계가 참여해 범사회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던 저출산·고령화 대책 연석회의도 지난 3월 이 전 총리의 골프파문 이후 중단된 상태며, 3월 말까지는 결론을 내겠다던 검·경 수사권 조정도 언제 해결될지 현재로서는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3월 당 관계자들에게 분권형 국정운영의 틀을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총리실의 위상이 급격히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31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 대선 정국에 들어서면서 정국 운영에 당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의 정책 전반을 샅샅이 파악하고 있는 ‘정책통’이 아닌 데다 첫 여성 총리인 한 총리의 국정 운영 능력에 특별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볼 때 한 총리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의 틀은 중립과 통합과 화합으로 국론이 분열되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읽어 국민의 입장에 서는 것으로 정립돼야 하지 않을까.
방수진 차장 gnp@goodnewspeople.com 방수진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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