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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소 잃고도 외양간 못 고쳐서야… | | | | 입력시간 : 2010. 04.02. 18:43 |
 | | 박양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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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자기 집 안방에 있던 13살 소녀가 납치돼 성폭행 당하고 살해된 뒤 알몸으로 유기되는 일이 일어나고야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정치권 전체가 1년 만에 부랴부랴 또다시 말잔치를 벌이고 있다. 성폭력 범죄자들에게 전자발찌 부착을 위한 소급입법 추진,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자들에게 약물 주입으로 성욕을 억제시키는 화학적 거세론 등 그동안 자주 들어왔던 근절책을 여야를 막론하고 앞다퉈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법은 완료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잇따라 발표하는 대책들을 보고 국민들은 ‘1회성 구상’들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식상해한다.
국무총리 지명, 4대강, 언론법, 세종시 수정에 파묻혀 죽고살기로 매달린 여야가 권력다툼과 생색내기 정치 공방전에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에 정작 민생현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성폭력 사건만도 한 해 동안 1만여 건에 달하고, 이와 무관하지 않을 퇴폐적인 성문화와 퇴폐업소가 넘쳐나고 있는 게 현실이 되어버렸다. 이는 집권 2년을 넘긴 정권이 권력 안위를 위해 사정 강화에 행정력을 모으면서도, 정작 국민의 생명과 가정의 안정은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충격이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그동안 미뤄왔던 아동 성폭력 관련 법안들을 ‘원 포인트 법안 처리’로 조속히 처리키로 합의한 것을 보면서 필자는 “민생 등진 채 회기 다 보내고, 여론 들끓으면 법안 처리”를 내세우는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의원들 모두를 대단한 연기력의 소유자라고 표현하고 싶다. 당초 한나라당은 3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를 ‘방탄국회’로 규정하고 거부해왔으나 이번 사건의 불똥이 국회로 튀자 ‘원 포인트 국회’에 합의했으니, 연기력 수준은 가히 대단하다. 민주당의 최영희 의원은 “민주당은 아동 성범죄 관련 법안을 지난해 11월 제출해 논의하자고 했지만 한나라당이 논의에 응하지 않아 처리되지 못했다”며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정부와 한나라당은 ‘전자발찌법’을 과거 성범죄까지 소급적용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는 정상적인 법 개정 절차 없이 추진하게 되면 위헌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놓은 제안이기에 또 다른 말잔치라는 의혹과 함께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3년에 20조가 넘는 예산을 4대강에 투입하고 있다. 사회복지 예산을 비롯한 모든 예산이 대폭 삭감되어 국민들은 더욱 힘든 생활의 연속이다. 필자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정치권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공작과 기린이 아름답지만, 정작 우리에게는 소나 말이 필요하다”는 것을….
박양수 기자 gnp@goodnewspeople.com 박양수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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