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5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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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연평도 피격' 문제점 진단
정보·화력 등 전반적 허점 노출
부상병 후송 등 사후조치도 상식 밖
"만일 전면전 난다면…" 국민들 가슴 철렁
입력시간 : 2010. 12.03. 09:57


11월 23일 오후 북한이 발사한 포탄이 떨어져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곳곳이 불타고 있는 연평도<연평도 주민 김경순씨 제공>.
11월 23일 오후 북한이 기습적으로 장거리포로 연평도를 유린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의 인명 피해는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6.25 이후 휴전상태인 우리의 응전 태세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들춰냈다. 수십 분간의 적의 국지적 공격에 우리 군은 허점을 드러냈고, 국민들은 심각한 패닉상태에 빠졌다. 만일 전면전이라도 벌어진다면 어떨 것인가,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는 것이다.



◇170여 발 맞고 80발만 응수

11월 23일 문제의 시간대 북한군이 연평도 일대에 170여 발의 포격을 가했지만 우리 군의 대응사격은 80발에 그쳤고, 그나마도 적의 해안포부대 막사를 겨냥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북한군은 서해안 연평도 내륙과 해안에 170여 발의 포탄을 발사하는 동안 우리 군은 북측의 절반 수준인 80발의 대응사격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의 대응이 소극적이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상대 공격에 정확히 얼마만의 대응사격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교전수칙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군은 적의 공격에 강력하게 응징한다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군의 대응사격이 북한군 해안포 기지를 겨냥하지 않고 해안포 부대 막사를 목표로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해안포는 통상 갱도를 구축해서 사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군이 운영하고 있는 K-9 자주포로는 해안포를 직접 타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북한군이 갱도에서 해안포로 계속된 공격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 군은 해안포를 직접 타격하지 못하고 주변 막사만을 겨냥해 대응사격을 하다 보니 북측의 해안포 공격이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K-9 자주포의 특성상 정면으로 뚫린 갱도 안으로 포탄을 넣을 수 없어, 이를 타격하기 위해서는 정밀유도무기 등이 필요하다"고 실토했다.
연평도 피격 3일째인 11월 25일 오후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배를 이용해 섬을 떠나고 있는 연평도 주민들.




◇도발 징후 사전 인지 전혀 못해

북한의 이번 도발은 해병대 연평부대를 겨냥해 동시다발적으로 자행됐다. 군은 북한이 '일제타격'(TOT) 방식으로 포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이 10여 분의 짧은 시간에 150여 발의 포탄을 쏟아 부을 만큼 지극히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도발을 감행했음에도 군이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군은 북측의 해안포 도발에 대비해 대포병레이더(AN/TPQ-36) 등 관측장비를 운용하고 있지만 이번 도발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수적 열세 K-9 자주포 그나마 고장까지

북한이 연평도 일대에 해안포 포격을 가한 데 대해 우리 군은 당초 K-9 4문으로 대응사격에 나섰다는 발표와 달리 1차 대응사격을 한 12분 동안 배치된 6문 가운데 절반인 3문으로만 버텼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11월 24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연평도에 K-9 자주포가 6문 있는데 2문이 고장이 나 4문으로만 공격을 한 게 맞느냐"는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합참에 따르면, 연평도에는 K-9 자주포 6문이 있는데 이 가운데 2문은 북한군의 일제타격식 포격에 레이더 표적지시기가 고장나면서 처음부터 대응사격에 가담하지 못했다. 군은 4문으로 대응사격을 실시하려 했으나 이 중 1문도 오전에 실시된 사격훈련 도중 불발탄이 끼어 대응사격을 못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사실상 우리 군은 북한의 최초 포격이 있던 23일 오후 2시 34분 이후 1차 대응사격을 했던 2시 47분부터 2시 59분까지 12분 동안 자주포 3문으로만 버틴 것이다.



북한의 포격 다음 날, 처참하게 부서진 마을을 살펴보고 있는 연평도 한 주민.
◇147억 원짜리 대포병레이더 '무용지물'

군이 북한군의 해안포 공격에 대비해 대당 147억 원을 들여 배치한 대포병레이더가 이번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군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군은 이번 북한의 공격과 같이 북한 서해상에 배치된 장사정포나 해안포 공격에 대비해 연평부대에 대포병레이더를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대포병레이더는 북한의 이번 공격과 같이 갱도나 동굴 진지 등에서 발사된 포탄의 발사지점을 포착해 우리 군 자주포에 타격지점을 알려준다. 대당 가격이 147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장비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초기 공격에 대포병레이더는 제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발사한 포탄의 발사지점을 탐지하는 데 실패했다. 합참 관계자는 "당시 대포병레이더가 북한군의 포탄에 의한 전자회로상 기능장애로 제대로 식별을 못했었다"며 "원리상 저탄도는 탐지가 잘 안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리 군은 포탄이 발사된 지점이 아닌 사전에 입력된 무도기지의 좌표에 자동으로 맞춰 50발 대응사격을 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2차 공격 때는 제대로 식별에 성공해 응사할 수 있었지만 1차 대응사격 때부터 포탄이 발사된 개머리 포진지를 공격했더라면 2차 포격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더욱이 군은 1차 공격시 대포병레이더가 아예 작동이 안 된 것인지, 아니면 작동이 됐는데 탐지가 안 된 것인지도 파악하지 못해 운용의 미숙함도 드러냈다.



◇중상 장병 배로 5시간 걸려 후송

"중상을 입고 생사의 기로에 선 부상자들을 연평도에서 배를 타고 평택항으로 옮기는 등 국군수도병원까지 5시간만에 이송됐다."
11월 25일 오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전사한 해병 故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합동 분향소를 찾아 오열하고 있는 한 할머니.


11월 23일 연평도 피격으로 중상을 당한 해병대 K-9 자주포 대대 장병 6명이 배를 이용해 5시간여만에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작전상황이라 헬기를 띄울 수 없다는 이유로 군은 중상자 6명 등 부상자들을 4시간 가량 걸리는 군 함정을 이용해 평택으로 이송했다는 것이다. 평택항에 도착한 부상자들은 다시 헬기로 옮겨져 사고 발생 후 5시간이 넘는 저녁 8시 25분께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자 가족들은 "생사의 기로에 선 응급환자들을 배로 이동시킨 것은 너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며 군의 늑장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뒷북' 경고방송…사이렌도 침묵

11월 23일 연평도 면사무소 통제실의 주민 대피 경고방송이 북의 포격 시작 20분 뒤에야 울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포격 당일 오후 3시께 대연평도를 빠져나온 복수의 남부리 주민들은 "포격이 있고 나서 20여 분 뒤에야 '실제상황'이라는 면사무소 방송이 나와 처음에 북에서 쏘는 것인 줄 몰랐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그동안 긴급 사이렌도 울리지 않았다고 했다.



◇"포탄 떨어지자 여객선·군함 모두 자취 감춰"

연평도 주민들은 정부와 군 당국의 어설픈 대처에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오모(35)씨는 "포격 시작 후 오후 3시께 섬 선착장에 도착하던 여객선은 포탄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더니 섬사람들을 싣고 갈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떠버렸고, 주위에서 훈련하던 군함들도 자취를 감췄다"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오씨는 "섬 안에 1대밖에 없는 소방차로 불을 제대로 끌 수 있었겠느냐"며 혀를 끌끌 찼다. 곁에 있던 대연평도 주민 김모(47)씨도 군사적 요충지인 연평도에 대해 정부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씨는 "북한은 1천 개 넘는 포를 배치하고 있는데 우리는 자주포 6문으로 이를 막겠다는 얘기"라며 "천안함 사태 후 무기를 바꾼다더니 정부는 과연 무엇을 한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영남 기자        장영남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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