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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 논평> '함바집'에서 '민중의 지팡이' 찾기 | | | | 입력시간 : 2011. 02.07. 13:51 |
 | | 나경택 본지 고문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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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세종 8년(1426년)에 우의정 조연 곡산부원군 연사종과 함께 병조판서 조말생이 사헌부의 탄핵을 받았다. 죄목은 '장오죄'. 관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정하게 이익을 취하는 범죄다. 오늘날의 뇌물수수죄에 해당한다. 민간의 노비소송을 몰래 거들어주고 노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였다. 결국 이들은 귀양을 떠나야 했다. 조선시대 기록에는 장오죄로 처벌당한 관리들의 이름이 수두룩하게 등장한다. '관물을 도둑질한 자'라는 뜻으로 '도관물'이란 낙인을 새긴 경우도 있다. 조선 후기에는 세도정치가 강화되고 매관매직과 뇌물이 성행하면서 조선의 패망을 앞당겼다는 분석이 있다.
동서고금을 떠나 뇌물이 없던 시기는 없다. 뇌물과 선물의 경계선이 시대 사정에 따라 달랐지만 말이다. 조개껍데기가 화폐로 통용되던 시절 사적으로 주고받는 선물이었다. 이집트 왕조에선 뇌물을 '공정한 재판을 왜곡하는 선물'이라며 단속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뇌물을 매개로 한 권력형 부패들 '게이트'라고 지칭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 기업에서 수천억 원씩 챙겨 '통치자금' 명목으로 끌어 모았다. 김영삼 정부 땐 한보 비리, 세풍 사건이 있었지만 '불법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불렸다. 이때만 해도 돈 받는 사람이 갑이었고 주는 사람이 을이었다. 권력을 쥔 사람들이 정말 힘이 셌던 시절이다. 김대중정부 시절 이용호, 진승현, 윤태식, 최규선 4대 게이트가 터지면서 '게이트 시대'가 본격 열렸다. 이때부터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점이 과거와 달랐다. 이런 현상은 노무현 정부 때 '박연차 게이트'로 이어졌다. 갑과 을의 입장도 바뀌었다. 돈 준 사람이 자신의 보호수단으로 뇌물을 받은 사람의 명단, 즉 '리스트'를 가지고 무언의 압력을 가했다. 뇌물의 액수도 예전의 천문학적 액수에 비하면 그리 많지도 않았다. 반대로 리스트는 길어졌다. 한 사람의 무소불위 권력이 모든 문제를 풀던 시절은 지나갔다. 사방에 '기름칠'을 하느라 로비의 대상이 늘어난 것이다.
이번엔 '함바 게이트'에 떨고 있단다. 검찰이 건설현장식당 운영권 로비 의혹과 관련,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 전 청장은 브로커 유상봉씨로부터 경찰 인사 청탁과 함께 1억1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써 1991년 옛 내무부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바뀐 이래 경찰청장을 지낸 15명 중 7명이 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중 강 전 청장을 뺀 4명은 구속 기소되고 2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 받은 사람이 3명으로 가장 많고 선거에 개입하거나 부하 경찰관의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직권남용 또는 직무 유기 혐의자도 있다. 역대 경찰청장이 두 명에 한 명 꼴로 검찰 수사를 받는 나라는 선진국 가운데 없다.
총경 이상 경찰 고위간부는 모두 550여 명이다. 이 가운데 7%가 넘는 41명이 함바집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로비업자 유씨와 접촉한 사실이 있다고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자진 신고했다. 저질 함바집 로비스트와 연을 맺은 경찰관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아직도 자수를 안하고 가슴 졸이는 경찰 간부도 적지 않을 것이다. 총경 계급장을 달고 경찰서장이 돼보는 것은 일선 경찰관들의 꿈이다. 강 전 청장은 작년 1월 경찰 인사를 앞두고 "인사 청탁을 한 사람에겐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개 경고까지 했다.
경찰은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다수의 경찰은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다고 믿고 싶다. 이런 '민중의 지팡이'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나경택 본지 고문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gnp@goodnewspeople.com 나경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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