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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 논평> 권력과 부패, 그것은 숙명인가 | | | | 입력시간 : 2011. 05.02. 13:35 |
 | | 나경택 본지 고문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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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대검 중앙수사부에 구속됐다.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안에 있던 농협중앙회 땅 285평을 현대차그룹에 팔면서 현대차그룹으로부터 3억 원을 받은 혐의였다. 정씨가 구속되면서 앞서 농협 회장을 지낸 한호선, 원철희씨까지 회장 세 명이 잇달아 감옥살이를 하는 신세가 됐다. 한씨와 원씨는 농협 공금을 개인적으로 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세 사람은 1988년 도입된 농협 회장 직선제에 따라 전국 지역단위 조합장들의 직접선거로 뽑힌 사람들이다. 당시 농협 회장은 중앙회 임원 인사권과 주요 의사결정권을 거머쥐고 있었다. 회장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라고 감사위원회라는 게 있었지만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자기 사람을 감사로 심을 수 있어 유명무실했다. 결국 2009년 농협법을 고쳐 회장 직선제를 대의원 간선제로 바꾸고, 이사회 아래 인사추진위원회를 둬 이 위원회가 중앙회 임원과 감사위원 인사권을 갖도록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세청에서 가진 '공정사회 추진 회의'에서 "역대 기관장들 중 감옥에 가장 많이 간 사람들이 농협 회장과 국세청장"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많은 의미가 있음을 여러분이 이해하실 줄로 안다"고 했다. 농협과 함께 국세청 수뇌부부터 비리에서 벗어나야 공정사회가 열릴 수 있음을 강조한 말이었다.
1996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 이후 지금까지 18명의 국세청장 가운데 6명이 구속됐고 1명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안무혁, 성용욱 전 국세청장은 전두환 비자금 사건, 임채주 전 청장은 1997년 국세청을 통해 대선자금을 모은 '세풍 사건'이라는 권력형 비리에 연루됐다. 손영래, 이주성, 전군표 전 청장은 뇌물수수라는 개인 비리로 쇠고랑을 찼다. 안정남 전 청장은 언론사 세무조사를 주도해 정권 총애를 받아 건교부 장관에 올랐으나 일가족 부정축재 의혹이 터져 23일만에 물러나 해외를 떠돌았다.
세무조사라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국세청장은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과 함께 4대 권력기관장으로 불린다. 옛 농협 회장도 위세가 대단했다. 힘센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권력에 자칫 부패가 따르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자나깨나 명심해야 한다.
주류업체 자문료는 또 뭔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림 로비' 의혹에서 시작된 한 전 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기업체들이 건넨 '자문료'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2년 가까이 미국에 머물 당시 그는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에 이어 주류업체들에게서도 거액을 받았다고 한다. 외국으로 도피하다시피 한 퇴직 공직자에게 석연치 않은 돈을 준 이유와 의도가 밝혀져야 할 것이다. 국세청 직원들이 중간에서 돈 심부름까지 했다니 누가 어디까지 연루된 것인지 그 원인을 검찰은 파헤쳐야 한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 국세청장에 임명된 한 전 청장은 현 정부 출범 뒤인 2009년 1월까지 재직했다. 두 정권 내부 사정에 환하다. 그런 그에게 그림 로비 의혹뿐 아니라 '박연차 게이트'의 발단이 된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에 개입했고, 국세청장 시절 정권 실세와 골프 회동을 통해 '연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쏠리고 있다. 진실의 방향에 따라 파장이 클 수 있다.
한 전 청장이 미국 체류 중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지낸 것은 이런 그의 행적과 연관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른바 'BBK사건'의 핵심 인물인 에리카 김이 그와 비슷한 시기에 입국했다 불기소 처분을 받은 일도 있었다.
공평과세와 공정사회를 실현하려면 국세청이 달라져야 한다.
나경택 본지 고문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gnp@goodnewspeople.com 나경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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