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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선비정신을 찾아서…(57)/ 장흥 抗日의 핵 金在桂 | 고향에 사립학교 세워 민족교육
17세 땐 서울 올라가 천도교에 입문
‘滅倭 기도문 사건’ 고문 후유증으로 타계
| | | | 입력시간 : 2011. 09.01. 21:57 |
 | | 독립자금의 최초 모금처였고 시발지이자 김재계 선생의 고향인 회진면 신상리에 2007년 5월 제막된 기념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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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군 회진면 신상리 출신 김재계(1888~1938)는 종교인인데, 근대의 종교는 우리 민족을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민족을 살렸을 뿐 아니라 민중을 살찌게 했고 정신을 올곧게 했다.
그 근대의 종교 중에 천도교가 있는데, 종교는 생명의 소금이요 힘이라 했듯이 일제시대에 천도교의 역할은 어떤 다른 종교의 힘보다도 컸다. 그 뿌리를 파내려가면 동학농민혁명의 주체였던 '동학정신'이 있고, 이 정신의 맥을 이어 1905년 손병희에 의해 천도교가 선포된다. 이들이 편 대표적인 독립운동의 결과는 3·1운동이다.
광주·전남 곳곳에서도 3·1만세운동 바람이 거셌지만 동학이 가장 드셌던 장흥지역은 항일운동의 힘이 더 컸다. 한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오늘날 장흥을 역사성이 있는 고을로 만들어준 김재계다. 항일운동과 교육운동을 전개했던 민족주의자 김재계는 가슴 속에 천도교의 동학정신을 의연하게 품고 장흥의 힘을 모아 무섭게 항거했다.
김재계에게는 동학의 피내림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 김규현은 동학농민군이었다. 장흥은 동학농민군과 관군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지역. 이때 김규현은 관군에 맞서 치열하게 싸웠다. 이런 아버지의 피를 받은 김재계는 고향에서 한문을 수학하다가 1902년 천도교에 입교하게 된다. "더 넓은 세계를 알자." 17세 청년 김재계는 서울로 올라가 천도교 3대 교주인 손병희에게 사사했다. | | 억불산 아래 남도대학이 멀리 보인다. 김재계 선생의 추모비와 묘소는 이 대학 우측 산자락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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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대는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1905년 조선은 을사보호조약을 통해 일본에 국토를 내주고 있었다.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일인을 죽이고 할복을 할까? 아니면 망명을 할까? 아니다.” 3일간 단식으로 마음을 가라앉힌 그는 천도교도들이 펴는 구국운동에 뛰어들었다. 김재계가 맡은 일은 궂은일이었다. 1907년 이준, 이상설 등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평화회의에 참여하게 됐을 때, 그 대표단들의 여비를 조달하는 일이었다. 장흥의 천도교인을 중심으로 쌀을 모으고 금·은·동 등 귀중품을 기증받아 자금으로 활용했다. 자금모집운동을 펴 물적 토대를 마련한 그는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김재반·황생주·황업주 등과 함께 선언서를 등사하고 태극기를 나누어주어 3월 15일 장흥 장에 모인 군민들과 만세운동을 벌였다. 하얀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태극기를 들고 장흥읍내를 활보했던 김재계.
그러나 1930년으로 접어들면서 일제의 종교운동가들에 대한 탄압이 극심해지면서 조선의 사회운동은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재계는 전반적인 침체를 타파하기 위해 서울과 고향을 왕래하며 왕성하게 활동을 전개했고, 논밭을 팔아 장흥 관산면 명덕초교 전신인 사립육영학교를 설립했다. 민족교육의 기틀을 세우는 것만이 민족의 장래를 빨리 여는 길이라고 믿었다. 그는 이 학교 안에 교풍회를 조직해 지역 유지를 비롯한 유림들을 모아 온건적인 항일운동을 조용히 펴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상해임시정부 주요 간부들과 연락하면서 독립자금 조달을 위한 운동을 은밀히 추진했다. 최순모·홍순의·한순희 등과 합의해 자금 모집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들의 모금활동과 멸왜 기도문 사건이 빌미가 되어 1938년 2월 17일 김재계 등 중앙 간부들은 서울에서 체포되어 사리원경찰서로 압송되었다.
문제의 기도문은 1933년부터 일본을 저주하는 내용을 신도들이 조석으로 암송하게 한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무궁한 내 조화로 개같은 왜적놈을 一夜間에 멸하고서 전지 무궁화여 대보단에 맹세하고 한의 원수까지 갚아보자.> 이 사건은 당시 동아일보, 조선일보, 경성신문 등이 대대적으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2면에 ‘천도교 구파 일부 불온계획사건 송국…. 금일 기사 해금 내용 일체 발표"라는 기사를 5단 크기로 실었다.
구속된 김재계는 일경의 전기고문과 가죽혁대로 맞는 등 가혹한 심문을 받고 반송장이 되어 같은 해 5월 12일 병보석되었다. 이때 김재계는 갈비뼈 3개가 부러지는 가혹한 고문을 받았다. 일 경무국장 미하시는 전쟁 수행 중이므로 특별 석방한다는 담화문까지 발표하면서 그를 병보석으로 내보냈다. 그는 석방 후 바로 장흥으로 내려와 쉬다가 천도교 교주 박인호로부터 상경하라는 전갈을 받고 서울로 올라갔다. 그러나 고문의 후유증으로 발병하여 1938년 6월 27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골방에서 한 많은 인생을 마쳤다.
지금도 그의 족적을 만날 수가 있다. 그곳은 장흥군 회진면 신상리와 서울 종로구 옥인동이다. 회진면 신상리에는 묘비가 있다.
1905년 손병희에게 사사, 1919년 장흥 3·1운동 주도, 1938년 멸왜 기도문 사건으로 투옥, 1938년 서울에서 사망.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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