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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선비정신을 찾아서…<59> 참 종교인 李世宗 | 화순서 태어난 ‘맨발의 聖者’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 피해 산중 생활
죽으로 연명…스스로 미라 돼 세상 하직
조실부모로 일자무식…머슴살이 틈틈이 ‘주경야독’
계획대로 부자 된 뒤 빚쟁이들 문서 불태운 奇人
제자들에게는 검박-근면-도덕성을 강조해 가르쳐
초인적 기질+검소한 생활+고난 자처=“聖人의 면모” | | | | 입력시간 : 2011. 11.04. 13:43 |
 | | 화학산의 들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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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한 도덕이 아니라 감정으로 약간 미친 도덕이라 한다.
한데, 종교의 길을 정도로 걷는 사람 중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사람의 의식을 깨우고 횃불을 높이 들어 그 지역을 훤히 밝힌 이가 왕왕 있었다. 화순의 성자 이세종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1879년 전남 화순군 도암면 등광리 깊은 산골. 남평이나 영산포에서 30리 이상 산중으로 들어가야 하는 곳에 천태산이 있다. 이 천태산 기슭에서 태어난 그는 조실부모한 3형제 중 막내로, 어려서 배우지 못해 일자무식으로 화순군 청풍면 차동에서 머슴살이를 했다. 체격이 크고 기골이 장대하여 힘이 장사였던 그는 남의 집에서 양자 겸 머슴살이를 10년이나 하면서 '주경야독'했다. 이렇게 남의집살이를 하면서도 형을 몹시 그리워한 이세종은 자기 집 가까운 곳에 형을 이사 오게 해서 도와드리고, 형님댁의 살림이 좀 펴지자 30이 돼서야 14살짜리 소녀를 민며느리처럼 데려다 결혼 절차도 거치지 않고 같이 살았다.
부지런한 이세종은 10년 목표를 세우고 부족한 공부를 더 하면서 돈을 모으기로 결심하고 지게다리가 짧아지도록 일을 했다. 재산은 점점 불어났다. 나중에 마을 사람들은 집이나 밭을 담보로 하고 그에게서 돈을 빌렸다. 10년 후 이세종은 목표대로 등광리 최고의 부자가 됐다. 그러나 부자가 된 이세종을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나중에 이 마을 사람들 대부분의 채무자들을 불러 모아놓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빚 문서를 불질러버린 것이다. 기독교 신자가 된 40세쯤의 일이었다. | | 화학산 정상의 이정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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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이 된 후 이세종은 사람들이 자신을 이공이라 불러주길 원했다. 철저한 자기부인 정신이었다. 이공의 음식이나 행색은 거지나 다름이 없었다. 지나치게 검소했다. 잘 입으려고 하지도 않고 헌 누더기로 만족했다.
이공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군자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는 검박군자다. 모든 것을 검박하게 사는 이다. 둘째는 혈식군자로서, 절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자기 노력으로써 애써 먹는 이다. 셋째는 도덕군자다. 좋은 옷을 입고 길을 가보라. 그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부러워 뒤를 돌아보지 않겠는가. 그러나 다 떨어진 누더기를 입고 간다면 아무도 돌아볼 사람이 없다. 내가 사치한 옷을 입고 다니면 남들이 부러워서 빚을 내서라도 그 흉내를 내려 할 것이 뻔한 일이니, 이는 내가 그 피값을 빨아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참 군자는 사치한 옷을 입고 다니지 못하는 것이다."
그가 산 시대는 고약하게도 일제 강점기였다. 일본은 기독교인들에게도 신사참배를 강요하고 많은 사람을 옥에 가두었다. 이세종은 신사참배를 피해 고향을 떠났다. 아주 돌아오지 못할 길이었다. 처음에는 광주에서 남의 집 더부살이를 하다가 산으로 들어갔다. 세상을 완전히 버리고 화학산 깊숙이 몸을 숨겼다. 화학산 너머 한새골, 버드나무가 있고 양지바른 곳을 골라 산막을 지었다. 3년 동안 이곳에 살면서 세수도 안 하고 목욕도 안 했다. 얼굴과 손에는 때가 끼어 짐승 같았다. 매일 일과는 명상이었다. "병들었다고 울지 말고 건강하다고 기뻐하지 말고, 후에 또 닥쳐올 병을 생각하라. 부자라고 거만하지 말고 가난하다고 한탄 말라. 흉이 복이다. 이 이치를 깊이 명심해 살아라."
산중에서 거의 죽으로 연명했던 이세종의 몸은 극도로 쇠약해져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 생의 끝자락에 놓여 있었다. 그를 따르던 5명의 제자들이 임종을 지키고 있었다. 최후 일주일간은 거의 신과 같은 태도였다. 몸은 미라처럼 바싹 말라 가죽이 뼈에 감겨 붙어서 바싹 마른 장작개비 같았다.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목에서 마지막으로 회충 한 마리가 기어나왔다. 그것을 보고 그는 "마지막 이 한 마리까지 죽이지 않으려고 많이 애썼습니다"고 말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그는 제자들을 시켜 나무를 베어오게 하고 사다리형 치상틀을 만들어 좁은 방에 들여놓고 그 위에 누워 숨졌다. 1942년 2월이었다. 소크라테스처럼 유유히 최후를 맞은 기인이었다. 제자들은 유언대로 치상틀에 누운 그대로 화학산 각시바위에서 뒷산마루로 넘어가 양지바른 산중턱에 묻었다.
당시 광주의 당당한 일류 목사이었던 최홍종·강순명씨 등이 70리 산중으로 이세종을 찾아가 그에게 성경을 배웠고, 감리교 신학대학 정경옥 목사는 그를 '한국에 성인이 나왔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동양의 도인, 맨발의 성자 등 수많은 별명을 달고 기독교 사상으로 화순 민중들을 흔들어 깨웠던 선각자 이세종. 초인적인 기질과 겸손한 생활, 고난을 자처한 성자다운 면모를 속속들이 담은 책 <호세아를 닮은 성자>(은성)가 10년 전 출간되기도 했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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