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시리즈> 선비정신을 찾아서…<60>/ '표해록' 쓴 崔溥 | 부친상으로 제주서 귀향하다 중국 표류
명나라 중기의 생활상을 상세하게 기록
연산군에게 直諫 했다 미움사 갑자사화 때 斬刑
연산군일기 "그는 공정-청렴-정직한 諫官이었다"
문중 대표 최남희씨, 나주에 사당 지으려 애써
정당인 최경주·광주 남구청장 최영호씨도 후손 | | | | 입력시간 : 2011. 12.07. 15:25 |
 | | 최부의 신위가 모셔져 있는 무양서원 전경. 최부의 넋인 양 곧게 우뚝 선 노송이 인상적이다. |
|
나주 출신 최부(崔溥, 1454~1504, 단종 2~연산군 10년)는 조선 연산군 때의 문신이다. 자는 연연(淵淵), 호는 금남(錦南)이다. 1482년(성종 13년) 진사로 문과(文科)에 급제해 교서관의 저작, 박사, 군자감주부, 수찬을 지냈다. 1486년 문과중시(文科重試)에 을과로 급제, 사가독서를 한 뒤 교리로 ‘동국통감’ ‘동국여지승람’ 등의 편찬에 참여했다.
1487년 제주 추쇄경차관으로 부임했다가 이듬해 부친상을 당해 돌아오던 중 풍랑으로 중국 절강성 영파부에 표류, 중국 관리와 군인들의 호송을 받으며 항주에서 운하를 따라 북경에 이른다. 북경에서 일행은 황제를 알현한다. 여기서 최부는 부친상을 당한 관료라며, 황제 알현 시에 상복을 고집하여 명나라 측과 실랑이가 벌어진다. 결국 알현 시에만 잠시 예복을 입는 것으로 일단락이 된다. 이후 최부는 관노 등 43명이 함께 요동반도를 거쳐 압록강을 건너 한양으로 귀환한다. 제주도를 떠난 지 6개월만에 8천여 리의 험난한 길을 돌아온 것이다. | | '표해록' 표지. |
|
문헌 및 김세곤 선생 같은 여러 학자들에 따르면, 성종 임금은 이를 가상히 여겨 글을 지어 올리라고 했다. 하여 최부가 그동안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일기체 형식으로 8일 동안에 써서 임금에게 바쳤다. 어명이라 속필했던 것이다. 이 책이 바로 ‘표해록(漂海錄)’이고 저자가 최부이다. 중국에서도 그를 추모할 정도이니 자랑스럽다.
이런 최부가 성장해서 해남 정씨와 결혼하여 처가인 해남에서 잠시 살았다. 그의 호 금남도 나주의 옛 이름인 금성의 금(錦)과 해남의 남(南)을 각 한 글자씩 따온 것이다. 그리고 미암일기로 유명한 미암 유희춘이 그의 외손자인데, 최부는 사림의 종주(宗主) 김종직 문하에서 공부를 한 강직하고 청렴한 선비였다.
그의 청렴성은 그와 지지당 송흠(1459~1547)과의 일화에 잘 나타나 있다. 최부와 영광 출신(지금은 장성) 송흠은 홍문관에서 같이 일하고 있었다. 고향도 같은 전라도라 가깝게 지내는 터였다. 두 사람은 함께 고향으로 휴가를 갔는데, 하루는 삼계(장성)에 사는 송흠이 나주에 있는 최부의 집을 찾아왔다. 점심 겸상을 물린 뒤 최부가 송흠에게 느닷없이 무슨 말(馬)로 왔느냐고 물었다. 송흠은 역마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최부는 역마는 한양에서 고향집에 올 때까지만 탈 수 있는데 어찌 사사로운 일에 쓰느냐고 질책을 하였다. 생각하지도 못한 최부의 질책에 당황한 송흠은 몹시 부끄러웠다. 그는 영광의 집으로 돌아갈 때는 역마를 끌고 걸어서 갔다. 휴가가 끝나고 얼마 뒤 홍문관을 떠나게 된 송흠은 최부에게 정중히 사과했다(일설에는 최부가 상경하여 송흠을 탄핵하였다고 한다). | | 최부가 항주에서 북경으로 호송됐던 뱃길인 경항대운하. |
|
최부는 너무나 대쪽같은 선비였다. 고려의 충신이자 선비인 이색·길재·정몽주와 비교되는 선비였다. 사리사욕과 방탕, 그리고 무사안일을 그냥 두고보지 않는 강직한 간관(諫官)이었다. 그는 훈구대신과 임금의 종실과 외척, 그리고 후궁과 환관들의 타락을 신랄하게 공박하였고, 심지어 임금의 잘못까지도 낱낱이 거론하였다. 한번은 폭군 연산군에게 ‘학문을 게을리 하고 오락을 즐기며 국왕이 바로 서 있지 않다’고 상소하였다. 연산군 3년(1497년) 3월, 사간원 사간(종3품)인 그가 올린 이 상소는 너무나 결하여 다음달에 그가 중국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는 사신으로 갈 때 연산군은 관례를 깨고 사간의 직함을 회수하여버렸다. 다음해(1498년)에 무오사화가 일어났다. 조의제문사건의 주역인 김종직이 총애하는 제자이면서 이미 연산군 눈밖에 난 그가 무사할 리가 없었다. 붕당을 하였다는 이유로 곤장 80대를 맞고 함경도 단천으로 유배를 갔다.
그로부터 6년 뒤 다시 갑자사화가 일어났다. 그는 또 끌려왔다. 곤장 100대에, 노비가 되어 거제도로 유배 가는 것으로 되었으나 연산군은 그리하지 않았다. 참형을 명한 것이다. 학문을 게을리 하는 등 국왕이 바로 서 있지 않다고 상소를 올린 감정이 아닌가 싶다. 참형의 어명이 내려진 그 날의 ‘연산군일기’(1504, 연산군 10년 10월 25일)에는 그에 대한 졸기(卒記)가 이렇게 적혀 있다. ‘최부는 공정하고 청렴하며 정직하였으며 경서와 역사에 능통하여 문사(文詞)가 풍부했고, 간관이 되어서는 아는 바를 말하지 아니함이 없고 회피하는 바가 없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첨단지구의 산월초등학교 근처에 무양서원(武陽書院)이 있다. 여기에 최부의 신위가 모시어져 있다. 그의 외손자 유희춘도 함께 배향되어 있다. 유희춘은 외할아버지 최부의 글을 모아 ‘금남집’을 엮었고, 선조 2년(1569년)에 다시 간행된 ‘표해록’의 발문을 다음과 같이 썼다. ‘(전략)많이 듣는 것을 구하고 사물을 잘 알고자 노력하는 선비 가운데 이 책을 보고자 하는 이가 많았다(중략) 아! 이 책이 손상되고 불완전하여 매몰된 지 거의 백년이었는데 지금 오랜 어둠 속에서 밖으로 드러나 세상에 널리 전해질 것이니 어찌 다행이 아니겠는가.’
최경주 전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과 최영호 광주 남구청장이 탐진인데, 탐진최씨 문중 대표 최남희(77)씨가 앞장서 고향 나주시에 사당을 지어 모시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주시가 예산 때문에 미룬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인물이라, 최근 중국 유학생과 관광객이 많이 몰려오고 있음을 볼 때, 이들에게 보여줄 최부의 사당이 속히 지어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
|
 |
|
기사 목록 
프린트 화면 
메일로 보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