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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선비정신을 찾아서…<61>/ 조헌과 영규대사
壬亂 중 가장 처절했던 금산성 전투서
의병-승려 700명 이끌고 장렬히 산화
제자들이 피눈물로 거둔 무덤이 칠백의총(七百義塚)
입력시간 : 2012. 01.04. 13:36


칠백의사 순의탑
전쟁은 싸워도 죽지만 싸우지 않으면 다 죽는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전국 각지에서 의병들이 일어났는데, 그 가운데는 승병들도 많이 합류하고 있었다. 서선대사에게 가르침을 받은 영규대사도 승장으로 참여했는데, 외침을 받아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기거하던 공주 청련암(靑連菴)에서 승려들을 이끌고 힘을 합쳤다. 휘하 승려 300여 명을 결집한 영규대사는 문인이자 학자인 의병장 조헌의 부대에 합류하여 전장에 나섰다. 영규대사와 조헌은 먼저 관군과 힘을 합쳐 왜군에게 함락당한 청주성을 공격하여 탈환하고, 곧장 전라도 금산성으로 진격했다.

그러나 청주성 싸움에서 의병들이 입은 피해도 적지 않아 그들이 금산에 도착했을 때는 아군의 수가 700여 명으로 줄어있었다. 왜군의 숫자에 비해 아군의 수가 너무 열세라고 여긴 영규대사는 부하 장수들과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아무래도 이 정도의 군사로는 왜군을 상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소이다. 일단 의병을 더 모은 후 진격하는 것이 좋을 듯 한데 장군들의 생각은 어떠하시오?" 영규대사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 부하 장수들은 일단 의병을 모으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영규는 조헌을 찾아가 그와 같은 자신의 뜻을 전하고 의향을 물었다. 그러나 조헌은 펄쩍뛰며 반대하였다. "대사! 그 무슨 당치않은 소리란 말이오! 지금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이거늘, 아군의 수가 적다하여 어찌 눈앞에 있는 왜군들을 모른 척 한다는 것이오! 지금 아군의 수가 왜군에 비해 적기는 하지만 청주성에서의 승리로 사기가 올라 있소이다. 한시가 급한 이때에 어찌 훗날을 도모하려 하시오! 난 혼자라도 싸우겠소이다!" "장군의 뜻이 정 그러하다면 소승도 그 뜻을 따라야지요." 영규대사는 조헌의 뜻이 완강하자 하는 수 없이 그 뜻을 따르기로 하고 부하 장수들에게 알렸다. "대사님, 지금의 이 군사로 왜군들과 싸우는 것은 무모한 짓이옵니다. 어찌 불을 보듯 뻔한 싸움을 하시려 합니까?" 영규대사의 부하들은 한결같이 조헌의 의견에 반대하였다. "나도 알고 있네. 허나 처음부터 죽음을 맹세하고 함께 의병을 일으킨 우리들일세. 그런데 이제 와서 뜻이 맞지 않는다고 우리가 따로 행동한다면, 그것은 결국 조헌 장군 혼자 싸우다 죽으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난 그리할 수 없네." "…." "비록 아군의 수가 적어 불리하기는 하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면 무엇이 두렵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영규대사가 간곡히 말하자 부하들도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칠백의총 전경


영규대사와 부하 장수들은 곧 군사들과 힘을 합쳐 진지를 쌓고 막사를 짓기 시작했다. 대비를 완벽하게 하고 싸우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조헌이 영규대사를 찾아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보시오, 대사! 눈앞에 있는 왜군들을 한시바삐 무찌를 생각을 않고 지금 무얼 하시는 것이오?" "왜군과 대적하자면 우선 진지를 쌓고 막사를 지어야 하지 않겠소?" "답답도하구려! 왜군들이 언제 공격해올지 모르는 마당에 그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오? 속히 군사들을 정비하여 왜군과 싸울 차비를 하도록 하시오!" 조헌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을 따르는 의병들에게 금산성을 향해 진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영규대사가 미처 말릴 틈도 없이 조헌은 말을 달려 앞으로 내달았고 의병들은 함성을 지르며 그 뒤를 쫓았다. 조헌이 칼을 높이 들고 금산성으로 달려가자, 때를 같이하여 성문이 열리며 왜군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다. 영규대사도 서둘러 승병들에게 진격 명령을 내렸다. 금산성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곳곳에서 함성과 비명소리가 뒤섞여 터져 나왔다. 그러나 왜군에 비해 무기도 조악한 데다 수적으로도 열세한 의병들은 갈수록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왜군들은 공격의 고삐를 더욱 당겼다. "물러나지 마라, 결코 등을 보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최후의 일인까지 여기에 뼈를 묻을 것이다!" 조헌은 큰소리로 외치며 의병들을 독려했지만, 그들의 기세는 이미 모진 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과도 같았다. 영규대사가 이끄는 승병들도 사력을 다해 왜군들과 대적했지만 왜군의 수가 워낙 많은지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조헌이 왜군들의 장총 공격에 무참하게 쓰러졌다는 비보를 접한 영규대사는 울분을 터트렸다. "조헌 장군이 전사하셨다니 그게 사실인가?" "원통하게도 왜놈들의 조총에 그만…. 대사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대사님께서도 일단 몸을 피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피하다니! 조헌 장군이 죽은 이 마당에 나보고 어딜 피하라는 것이오?" 영규대사는 계속해서 몰려드는 왜군들을 바라보며 칼을 꺼내 들었다. "대사님, 부디 후일을 도모하셔야 합니다. 어서 피하십시오!" "아니오! 조헌 장군이 죽었다면 더욱더 내가 이 자리를 지켜야만 하오! 대장도 없이 싸우는 병사들을 두고 나 혼자 살겠다고 도망을 간단 말이오?" 영규대사는 몸소 의병들을 지휘하며 선두에 나섰다. "조헌 장군의 원수를 갚으러 가자! 왜군들의 목을 베어 장군의 원혼이나마 위로해야 한다!"

그날의 전투는 날이 저물도록 계속되었다. 붉은 노을이 사방을 물들일 무렵, 하늘과 땅은 온통 피바다를 이룬 것 같았다.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일어선 의병들은 왜군들의 공격에 밀려 하나하나 쓰러져갔고, 영규대사도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 조헌과 영규대사가 이끄는 700여 명의 의병들은 조헌 장군의 맹세와 같이 최후의 일인까지 그 자리에 남아 왜군들의 공격에 맞서 싸웠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의병들의 비보를 전해 들은 영규대사의 제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이들의 시체를 모아 무덤을 만들어주었다. 이 무덤이 바로 현재까지 남아있는 금산의 칠백의총이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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