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5일(일)
HOME 커버스토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국제 스포츠 여성.가정 건강 이웃 전국

이동하기
<시리즈> 선비정신을 찾아서…<64>/ 독립운동가 崔在亨
富와 명예 버리고 戰場서 散華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한 ‘한국의 체게바라’
재산 모아 항일운동 지원…소설 등으로 뒤늦게 평가
입력시간 : 2012. 04.03. 15:36


지난해 3월 26일 서울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순국 101주년 추념식.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최재형 선생은 안 의사의 의거에도 깊숙이 간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립운동가 최재형(崔在亨, 1860~1920)은 함경북도 경원 출신이다. 그는 9세에 노령(露領) 연추(烟秋)에 이주하였으며, 위인이 침착하고 용감하여 모험에 과감하였고, 러시아 사정에 정통하여 노국 관헌의 신임을 받았다. 교포를 비호하는 데 힘썼으며, 노경에 가서 황제의 훈장을 받고 연주 도헌이 되어 당시 연봉 3천 원을 받게 되자 은행에 예금하고 그 이자로 매년 교포 유학생 1명씩을 노경에 보내었다. 어려서부터 노국의 적을 가졌으나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하여 박영효를 만나려고 일본까지 갔었으며, 1909년 이범윤과 더불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의병을 모집하여 대장이 되었다. 그해 7월에 2백여 명을 데리고 두만강을 건너와 경원의 신아산에서 왜적과 싸워 이기었고, 계속해서 회령·영산 지방에서 여러 달 동안 싸우다가 노령 방면으로 철수하였다. 지방자치회 부회장으로 3·1운동 후 상해 임시정부의 재무총장에 선임되었으나 부임치 않았다. 1920년 왜병이 시베리아에 출병하여 쌍성을 습격할 때 김이직·황경섭·엄주필 등과 함께 죽임을 당하였다. 맏아들 운학은 노군의 장령으로 활약하였다. 1962년 3월 1일 대한민국 건국공로훈장을 받았다.

이런 인물이라, 재러 ‘독립운동 대부’ 최재형 선생을 조명하는 역사소설 「대륙의 영혼」이 나오고, KBS에선 2008년 3월에 ‘잊어진 기록,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을 방영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로 이주해 재산을 크게 모은 뒤 언론·교육 사업을 통해 계몽운동을 펼치고,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비롯한 항일무장운동을 배후 지원했으며, 말년에는 스스로 총을 들고 일본군과 싸우다가 총살당했다. 상업으로 자산을 모은 뒤 그것을 조국 독립과 동포들의 삶을 위해 아낌없이 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이다. 황제를 알현할 만큼 러시아에서 입지가 탄탄했으면서도, 전쟁터에서 장렬히 전사한 혁명정신의 순수성은 그가 ‘한국의 체게바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재형 선생의 삶을 다룬 책들
그러나 그의 생애는 1990년 한·러 수교가 이뤄지기 전까지 러시아 독립운동사에 묻혀 있었다.

소설 ‘대륙의 영혼’은 러시아 볼셰비키혁명(1917년)이후 연해주의 빨치산운동에 가담한 최재형이 1920년 ‘4월 참변’에서 일본군에 체포돼 장렬한 최후를 마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4월 참변은 러시아혁명 진압을 목적으로 구성된 국제 간섭군에 가담한 일본이 러시아 혁명세력과 결합된 한인 독립운동 세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무자비한 체포, 방화, 학살을 자행한 사건이다. 소설 속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최재형의 생애는 극적이다.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한 2년 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러시아 학교에 입학하지만 형수의 구박을 못 이겨 가출한다. 포시예트라는 작은 항구에 쓰러져 잠든 그는 원양 상선 선원들에게 발견돼 선원이 된다. 그 후 6년간 세계 각지를 향해하면서 근대 문물을 익힌다. 표도르 세메노비츠란 이름으로 귀화한 최재형은 17세에 무역상회 직원으로 취직해 재산을 모은다. 얼마 뒤 부모가 있는 얀치헤로 귀향한 그는 한인과 러시아 당국의 관계를 잘 조율한 대가로 한인자치기관장인 도헌에 선출된다. 그 때부터 학교를 세우고 장학금을 주며 농촌 계몽운동을 펼친다. 그러다가 러시아 군대에 식량과 물자를 공급하면서 자산가로 급성장하고, 그 돈을 연해주 의병 활동에 아낌없이 쏟아 부으며 항일운동에 나선다. 그는 러시아로 망명한 항일 인사들의 생계와 활동비를 책임지고 군자금을 조달하며 민족 언론 ‘대동공보’를 발행한다. 또 ‘동의회’ ‘권업회’ 등 독립운동단체를 이끌었다. 3·1운동 이후 탄생한 상하이 임시정부의 초대 재무총장으로 추대되지만 그 자리를 고사하고 연해주 현지에 있다가 숨을 거둔다.

소설이 사실에 입각하면서도 노비의 자식이란 이유로 양반 출신 독립운동가들에게 보이지 않는 차별을 당했던 최재형의 인간적 고통과 어린 시절의 사랑 이야기 등 허구를 가미한 반면, 평전은 시베리아 독립운동과 러시아 한인 사회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최재형의 삶을 객관적으로 조명한다. 수원대 박환 교수는 그를 ‘러시아 귀화인들을 대표하는 진보적 민족주의 세력의 대표자’로 평가한다. 박 교수는 평전에서 최재형이 조직한 ‘동의회’(1908년)가 의병부대의 무장투쟁을 지원했고, 그가 동의회 총재로 있을 때 안중근 의사가 행동대장으로 활동하면서 최재형의 집에서 사격을 연습했다는 사실을 소개한다. 또 1905~20년 사이 그가 설립한 독립운동단체와 민족언론의 활동을 다룬다.

‘대륙의 영혼’ 저자인 이수광씨는 1995년 이후 최재형의 후손들인 최올가, 류드밀라, 엘리자벳다, 왈렌친과의 만남과 그들이 작성한 여러 종류의 전기와 연보를 바탕으로 최재형의 삶을 복원했다.

한편, ‘한국사傳’ 「대륙의 영혼」 제작팀도 시청자들에게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해 러시아의 유족들과 접촉하면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한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기사 목록     프린트 화면     메일로 보내기     뉴스 스크랩    


굿뉴스피플 만평
<교육칼럼> 또 하나의 경로석
돈, 박물관이 코인을 만난 세상
<청강의 세상이야기> 왕이 후궁에게 교…
왕이 교접의 법도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 하고 하문하자 후궁이 대답한다. 평소에 단련…
<우수 농협을 찾아서> 신안…
신안 임자농협 주광옥 조합장은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 사람/공무원 화가 윤창숙씨
만화를 활용한 지방자치단체의 홍보기법과 효과 등을 종합 분석한 을 펴내 관심을 모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