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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선비정신을 찾아서… <66>/ 음악가 정율성 선생 | 광주가 낳은 중국 3대 음악가
‘연안송’ 등 360곡 대륙인들 애송
이국에서 독립운동도…상해-연안에서 음악 공부
탈이데올로기 시대에 귀감이자 자랑으로 삼아야 | | | | 입력시간 : 2012. 06.07. 12:11 |
 | | 생전의 정율성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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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을 잇는 데 별이 되고 있는 정율성(본명 정부) 선생은 광주에서 태어나 중국으로 건너가 <연안송>, <육탄용사>, <항전돌격운동가>, <시월혁명행진곡> 등 360여 곡을 창작해낸 인물이다. 그의 노래는 중국 대지에 널리 울려 퍼졌고, 국경선을 넘어 세계 인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런 정율성 선생은 대한민국 광주에서 아버지 정해업과 어머니 최영온 사이에서 5남 3녀의 막내로 1914년에 태어나 1976년 중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한데, 선생의 출생을 놓고 광주시 동구 불로동, 남구 양림동, 화순군 능주면 관영리를 두고 대립하였다. 하지만 선생이 광주 불로동과 양림동 일대에서 생활한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정해업이 부친 정남현으로부터 분가하여 동구 불로동(옛 부동방) 94번지 일대에 거주한 사실이 호적대장 등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능주설은 아버지가 잠깐 능주에 이주하여 능주초등학교를 다녀서다. 그런데 정해업 일가는 1922년 후반 또는 1923년 초반에 이르러 가산을 정리하고 다시 광주 금계리(현 금동)로 이주하였다. 정율성도 부친을 따라 다시 광주로 이사를 하여 공립 광주보통학교를 다녔다. 정율성의 학적부가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실상은 알 수 없지만, 넷째형 의은의 학적부를 통해 유추된다. 정율성은 부친을 따라 광주로 이주하여 형과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광주 생활에 적응하였다. 정율성은 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1929년 전주 신흥중학교에 입학하였고, 20살이 되던 1933년에 중국 남경으로 건너가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에 들어갔다. | | 2009년 7월 광주 남광주청년회의소(JC)가 남구 양림동 휴먼시아아파트 입구 정율성로(路)에서 가진 정율성 흉상 제막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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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율성이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에 투신하게 된 데에는 독립운동을 한 그의 형들의 영향이 컸다. 하니 그의 형들에 대한 언급을 먼저 하겠다. 큰형 효룡(1894~1934)은 광주에서 3·1운동에 참여하였다. 이어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임시정부에서 발간하는 신문사에서 일하였다. 신문이 폐간되자 1920년 11월에 상해임시정부 선전원으로 사령서와 암호표 등을 가지고 국내에 침투하였다. 광주와 화순 등지에서 독립인사를 접촉하여 선전임무를 수행하다가 체포되었다.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어 재판을 받은 결과,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만기 출소 후에도 계속 독립운동을 하다 1927년 또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둘째형 충룡은 큰형과 함께 광주에서 3·1운동에 참여하였다. 중국으로 건너가 운남강무학교를 졸업하고 북벌전쟁에 참가했다. 넷째형 의은 또한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 단원으로 활동했고, 국내에 들어와 애국지사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큰누나 봉은은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여했고, 중국에서 의열단원과 임시정부 부주임으로 활약한 박건웅의 부인이다.
정율성 선생은 큰형보다 나이가 20년 어리지만, 형들의 영향을 받아 1933년에 큰누나 및 넷째형과 함께 중국에 건너가 혁명간부학교 졸업과 동시에 조선의용대에서 항일운동을 펼쳤다. 정율성 선생은 그러면서도 음악가로서의 꿈을 키우기 위해 상하이 크리노와 교수에게서 성악 지도를 받았다. 이어 연안에 도착하여 노신예술학교에 입학하는데, 여기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하게 되었다. 이때 인민해방군 군가인 「팔로군 행진곡」과 항일시절 연안정신을 아름다운 서정적인 곡으로 표현한 「연안송」을 작곡하여 중국 혁명음악의 선구자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정율성 선생은 중국에서 ‘국제주의 전사’로, ‘신중국 창건 100대 영웅’으로 추앙을 받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국의 다양한 국가 기념시설에서 그의 공훈을 확인할 수 있다. 하얼빈시에서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정율성기념관을 만들어 선생의 위업을 널리 알리고 있다. 선생은 빛나는 음악적 성과를 중국 대륙에서 일궈냈다.
그래서 선생의 고향 광주에서도 최근 기념사업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왜 그러한지, 왜 그렇게 됐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되짚어볼 일이다. 그렇다고 기념사업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에 대해 정부와 광주의 생각이 다르다. 물론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정부는 6·25 때 인민군들이 진군하면서 불렀던, 한국군들이 들었을 때 장송곡과도 같은 군가를 지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는 그러나 중국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위대한 혁명음악가가 광주 출신이라는 데 감격해마지 않는다. 또한 이데올로기의 극한적 대립이 해소된 지금, 그걸 따지는 것도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여긴다. 그래서 꿋꿋하게 ‘정율성축제’를 개최한다. 총칼을 겨누었던 시기를 생각하면 수용하기 힘든 점도 있겠지만, 지금은 화해와 융합의 시대가 아니던가. 더욱이 그는 시대의 격변기에 태어나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다 중국 혁명가로, 항일 투쟁가로 활동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주가 ‘정율성’이라는 한중 교류의 문화자산을 가지고 광주 중국총영사관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 | 지난해 2월 광주 동구 히딩크호텔에서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식을 가진 사단법인 정율성선생기념사업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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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로서는 정율성기념관 건립이 가장 시급하다. 늦은 감은 있지만 광주시에서 양림동에 정율성기념관을 건립하고 양림동에 산재한 다양한 문화자산과 불로동에 있는 생가를 연계한다면, 바야흐로 한중 문화교류가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광주시민들이 정율성을 사랑하고, 그의 일대기에 감동하고, 그의 작품을 애송할 수 있을 때 순간의 이념대립에 위인을 희생시키지 않고 진정한 의미에서 한중 문화교류가, 13억 중국인과의 대화가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선생의 생가가 양림동 79번지이면 어떻고, 탄생지가 불로동 163번지이면 어떠한가. “미나리 미나리 돌미나리 태항산 골짜기의 돌미나리 한두 뿌리만 뜯어도 대바구니가 찰찰 넘치누나…” 우리의 민요 도라지타령을 개사한 선생의 ‘미나리타령’이라는 대륙의 노래가 들려온다.
음악으로 중국 대륙을 움직인 정율성 선생은 마치 1300여 년 전 중앙아시아를 호령했던 당나라 총사령관 고선지 장군을 떠올리게 한다. 고선지 장군은 고구려 유민으로 하서지역에서 강제 이주되어 서역을 평정하고 실크로드를 개척하였다. 대한제국의 유민 정율성과 고구려 유민 고선지는 한국의 청소년과 시민들이 배워야 할 귀감이자 자랑이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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