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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시리즈> 선비정신을 찾아서… <67>/ 勉庵 崔益鉉 선생 | 동서고금에 우뚝한 서릿발 같은 정의
웅장한 궁궐 공사로 민폐 끼치던 대원군 몰아내고
74세에 항일 무력투쟁 나섰다 관군이 진압하자
“동족을 박해할 수 없다”며 대마도 끌려가 순절 | | | | 입력시간 : 2012. 07.03. 16:29 |
 | | 최익현 선생 초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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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익현(1833~1906)은 고종 때의 정치가로, 자는 찬겸이고 호는 면암, 본관은 경주이다. 선생은 무변광야(無邊曠野)에 우뚝 솟은 산맥과도 같은 존재로서, 부귀영화도 그의 뜻을 흔들지 못하였고 어떠한 치명적 협박도 그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던 인물이다. 하여, 면암선생이야말로 우리 조국 독립운동의 화신이며 민족의 운명을 몸소 지니고 간 위대하고도 성스러운 선열의 한 분이다. 집에 계실 때는 효를 극진히 하였고, 벼슬길에 올랐을 때에는 청렴강직하여 부정과 불의와 싸웠으며, 사람을 대할 때는 관용과 아량으로 감명을 주었다.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처럼 기울어져갈 무렵에는 스스로 목숨을 바치려는 데에 그치지 아니하고 한 걸음 나아가 민족 전체의 애국운동을 총궐기시키고 심혈을 기울였다. 자각(自覺)이 모자라는 겨레의 모습을 가슴 아프게 여기고, 갈수록 가혹해지는 왜놈의 행패를 글과 말로써만은 시정하기 불가능하다고 여긴 선생은 마침내 의병을 일으켜 혈전을 전개하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적지 대마도까지 끌려갔다. 감금 중에도 태연한 모습으로 오만한 적에게 감동을 주고, 적이 바치는 식음을 전폐하여 끝내는 굶어서 순절(殉節)하였다.
선생의 생애를 편년적으로 개관하면, 1833년 경기도 포천군 내북면 가채리에서 출생하면서부터 비범하므로, 처음 이름을 기남(奇男)이라 하였다. 가세가 빈한하여 선생이 단양으로 이사한 것을 비롯하여 몇 곳을 이사하는 형편이었다. 1846년 14세에 화서 이항로의 문인이 되어 학업을 전공하고, 1852년 20세 되던 해 10월에 부인 청주한씨를 맞았고, 1853년 봄에는 출생지인 포천군 가채리로 다시 돌아왔다. 1855년 23세에 명경과(明經科)에 합격하고, 1856년 10월 성균관 전적에 임명되었으며, 1859년 27세에 사헌부 지명으로 임명되고, 동년 9월에 장남 영조(英祖)가 출생했다. 1866년 36세에 사헌부 장령(정 4품)으로 승진하였다. 같은 해 10월엔 포천 자택에서 백성들의 긴급한 네 가지를 들어 임금에게 상소를 올리는 한편, 대원군의 주창(主唱)으로 민폐를 돌보지 않고 대궐을 웅장하게 세우기 위하여 남발한 당백전(當百錢) 제도를 없앨 것 등을 강력히 주장하여 대원군의 미움을 사게 됐다. 선생의 꾸준한 상서 등 문서활동과 논리적 항쟁으로 마침내 대원군은 실각하게 된다. 1870년엔 승정부 부승지로 임명되었고, 1875년 대일 통상을 극력 반대했으며, 1879년 47세 되던 해까지 부정부패를 규탄하는 소장을 올리다가 간신배들의 모략으로 제주도와 흑산도 등에서 귀양살이를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1894년 을미사변을 계기로 친일 역당의 무리를 성토하는 문서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면서 십여년간 본격적인 항일투쟁의 선봉이 되어 날카로운 필봉으로 내외의 적을 논리적으로 공박, 성토하였다. 1898넌에는 의정부 찬정, 궁내부 특진관에 피명되었으나, 선생은 사직하는 상소에 「수무비(修武備)」 「명대의(明大義)」 등 시무책(時務策) 12개 조를 들어 간곡한 논조로 충정을 밝혔다. 1900년 68세 되던 해 정산으로 옮겼고, 이때 궁내부 특진관 등 모든 관직을 사양하고 기울어가는 국운을 좌시만 할 수 없어 임금을 배알하고 평소 품었던 우국충정을 상주함에 따라 항일 거두로 지목됐다. 을사년에 이르러서는 일본에 두 번이나 강제 구류를 당하고, 그 뒤 연금된 상태에서 을사5조약이 늑결되었다.
이에 이르자 선생은 일본 정부의 16개 조의 죄목을 나열한 격문을 통하여 항일구국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됨에, 74세라는 고령으로 마지막 수단인 무력항쟁을 일으키게 되었다. 1906년 2월 면암 선생은 가묘에 하직을 고하고 호남에서 의병을 일으킬 계획을 하게 되었다. 먼저 선생은 서신을 판서 이용원·김학진, 관찰사 이도재 등에게 보내어 같이 국난을 극복해나가자고 호소하였으나 모두 이에 불응하였다. 그러나 선생은 문하생인 최제학을 임병찬에게 보내 의거할 방책을 논의하였고, 그 군비는 임병찬이 추진하게 되었다. 때는 1906년 음력으로 병오년 윤4월 13일 태인 무성서원의 문생 80명을 모아놓고 도학을 강의하면서 국가가 위급존망지추에 있으므로 의병을 일으키는 것이 어떠냐고 물으니, 모두 선생을 따르겠다 하였다. 이에 경고문을 살포하고, 우선 고을에 있는 무기를 거두고, 또 인근 군·읍이 모두 향응(饗應)하므로 단시간에 군기와 인원이 급증하여 천여 명의 군중이 장사진을 이루며 곡성, 순창 등지로 진군하였다. 이때에 왜놈이 아니라 동족인 전주진위대, 남원진위대가 공격해오는 것이었다. 이 보고를 접한 선생은 군병들에게 군령(軍令)을 내리기를 “나는 동족끼리 서로 박해하는 것을 원치 않으니 너희들은 즉시 해산하라” 하였다. 그러나 유생들은 선생을 남겨두고 차마 작별하지 못하여 100여명이 남아 선생을 지키고 있었다. 이날 오후 6시경에 총소리가 연달아 일어나 천지가 진동하게 되자, 선생은 좌우를 돌아보면서 “여기는 죽는 곳이니 모두 물러가라”고 타이를 때 탄환이 빗발치듯 날아와 기와가 부서지고 벽이 무너지면서 인명의 피해도 많았다. 그럼에도 아직 22명이 남아 선생을 호위하고 떠나지 않았다. 밤 8시경에 이르러 문득 탄환이 벽을 뚫고 날아오더니 청년 장교 정시해 등을 넘어뜨려 숨을 거두게 하였다. 이때에 남아있는 지사(志士)는 불과 임병찬, 최제학 등 12명이었는데, 마침내 일본 헌병놈들에게 전원 체포되어 같은 해 6월 26일 경성 일본헌병사령부를 거쳐서 선생과 임병찬은 대마도로 압송되고, 나머지 지사는 석방 혹은 단기형을 언도받았다. | | 2010년 8월 2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에서 열린 '경술국치 100주년 특별기획전'에 전시된,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천명한 최익현의 상소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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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이즈하라에는 이미 홍주 의병진의 유준근, 이식 등 9명의 지사가 구금되어 있어서 억울하고 분한 생활을 함께 나누게 되었다. 선생은 식음을 전폐하고 유소(遺疎)를 임병찬 등에 받아쓰게 하였다. 이때에 왜놈 수비대장은 갖은 수단을 다하여 선생을 협박하여 항일 의지를 굴복시키려 하였으나, 태연자약한 선생의 태도와 위용은 마침내 흉악한 적의 무리에게까지 큰 감동을 주었던 것이다. 선생은 적이 바치는 한 술의 밥, 한 모금의 물까지도 받지 않으매, 같은 해 음력 11월 17일 적의 땅 감금소에서 한 많은 생애를 마쳤다. 선생의 곧은 절개와 우국단성은 동서고금에도 그 예가 흔치 아니하였다. 혹자는 옛적 중국의 백이숙제나 송나라의 문천상의 충절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그들보다도 더욱 위대한 점은 우리 조국 광복운동전선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고, 많은 지사들에게 무상의 귀감이 되어준 것이다.
최익현 선생 초상.
2010년 8월 23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에서 열린 '경술국치 100주년 특별기획전'에 전시된,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천명한 최익현의 상소초.
‘면암 최익현 선생 항일거의 제106주년 기념 추모제’가 지난 4월 13일 충남 청양군 목면에 있는 모덕사에서 봉행되고 있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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