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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선비정신을 찾아서… (68)/ 여성 순국열사 南慈賢 | 안으론 효부열녀, 밖으론 독립투사
3.1운동 기화로 만주로 가 독립군 뒷바라지
70세 앞두고 일본 대사 폭살 미수로 옥살이
병보석으로 풀려나자마자 후유증으로 눈감아
3대독자에 “반드시 조국 독립을…” 유언 남겨
| | | | 입력시간 : 2012. 08.07. 12:14 |
 | | 김좌진 장군의 활약을 그린 음악극 '백야' 중 만주에서 훈련받는 독립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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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성 중엔 효부, 열녀, 열사 등 귀감이 될 분이 많아, 그 고귀한 정신을 삶의 지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400년 전 임진란 때 진주 기녀로 위장한 논개(論介)며 평양기녀 월선(月仙)을 비롯하여, 최근 반세기 구국투쟁 중에서 의협심을 발휘한 강계 기녀 난향(蘭香)이며 참정대신으로 을사조약을 반대해 이토 히로부미가 수하 군경을 시켜 감금하였던 한규설의 딸이 있다. 한데, 이 한규설의 딸이 이근택의 아들에게 시집갈 때에 데리고 간 소위 교전비(몸종)인 무명 소녀가 부엌에서 일을 하다가 이근택이 망국적인 을사5조약에 솔선해서 승낙한 것을 자랑삼아 한 말을 듣게 됐다. 이근택이 “5조약 체결이 성공되도록 하였으니 이제는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었다”고 자기 가족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을 듣고 그 교전비가 큰 목소리로 이근택에게 “이 만 번 죽여도 아깝지 않은 역적놈아! 내가 너 같은 더러운 놈 집에서 종노릇을 해온 것이 부끄럽다”고 외쳤다. 그러자 이근택은 이 소녀 종을 폭행을 하였고, 종은 문밖으로 뛰어나와 “이웃사람들이여, 들어보소! 이 매국노 놈이 바른말을 한다고 나를 죽이려 한다”고 의기를 떨쳤다. 송병선 열사가 5조약 체결을 통분하고 자결 순국하니 그 집의 노비도 상전의 죽음을 따라 자결한 사실, 또 널리 알려진 유관순 외에도 이애라며 기타 무명의 순국 여성이 많이 있어서 모두 청사(靑史)를 빛내고 있다.
그 중 남자현 여사는 인격, 도덕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분이며, 일평생을 오로지 조국의 자주독립과 민족의 존영을 위해서 사시다 급기야 적에게 체포되어 옥고로 순국한 오직 한 분 여성(女性)으로서 건국공로훈장인 복장(複章)을 받은 선열이다. 그는 가정적으로는 효부열녀의 귀감이 되고,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서는 살신성인을 실천한 위대한 순국선열이다.
여사의 행장(行狀)을 더듬어보면, 1872년 경북 영양군 석보면 지경동에서 통정대부(정3품) 남정한 선생의 딸로 태어났다. 영민하여 7세에 벌써 국문을 읽고, 10세에는 초보적 한문을 해독하였으며, 14~15세경에는 당시 사회에서 수신독본의 일급 교과서로 공인된 소학(小學)·대학(大學)을 통달하였다. 19세 때에 김주영 선생과 결혼하여 전형적 구식 모범가정을 이루었으나, 6년 후인 1896년 부군이 의병에 가담하여 미구(未久)에 장렬히 전사 순국하니 남 여사는 3대독자인 유복자를 양육하며 시부모를 지성으로 봉양하는 효부로 명성이 나 효부상까지 받았다.
그 뒤 여사는 친가 부모 슬하에서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양잠을 하여 손수 명주를 짜서 대구에 내다 팔아 그 자금으로 부녀들의 계몽사업과 제2세 국민을 양육하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을사5조약 늑결의 비운을 겪고 정미7조약, 군대 강제 해산을 계기로 후기 의병들이 거의 전국적으로 봉기하여 1907년 가을 선친이 의병을 일으켜 자택을 임시의병소로 삼고 활약할 때 의병 소집이며 정보수집 책임을 지고 적의 후방교란에 나서는 등 여성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대담무쌍한 활약을 하였다. 그러나 최신 장비로 무장하고 닥쳐오는 흉적에게 더 이상 대항할 수 없게 되어 남정한 선생 휘하 박철호, 남하진 등 우수한 투사들이 만주로 떠나가면서, 국내 무장활동도 1909년 가을을 고비로 만주 산악지대로 이동하게 되었다. | | 1908~09년 사이 활동한 한말 의병장 박포대. 김공삼, 권택(영회), 양윤숙. 임선호, 양상기와 부하들 모습(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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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지역사회에서 애국사상 고취와 가정생활 영위로 시간을 극복하다가 1919년 3월 만세 소리 메아리칠 때, 남다른 기백과 의협심의 소유자인 여사는 아예 국내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선배 망명 지사들이 닦아온 독립기지인 만주로 건너가 조국광복운동에 몸 바쳐 활약하기로 결심하였다. 이때 여사의 연륜도 이미 반백에 가까웠으며, 마침 독립전투에 금자탑을 세운 봉오동, 청산리 양대 전첩을 비롯한 대소 많은 독립전투가 일단락을 지은 뒤라 일제는 수치스런 패배에 대한 보복으로 천인이 공노할 야만성을 발휘하여 무고한 동포를 대량 학살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부상당한 독립군들을 구호할만한 시설도 없고, 동족애의 발로로 자애로운 간호활동을 몸소 실천하려는 인사도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적군이 입은 피해에 비하면 비교도 되지 않은 적은 숫자이나, 수많은 독립군 부대가 입은 부상자를 합해보면 상당한 숫자에 달했다. 이들 부상 독립군들은 남 여사의 명성만 듣고 모두 찾아들었다. 때는 1920년 엄동설한이었다. 독립군들은 이기고도 항상 퇴각하는 것이 숙명처럼 되어 있는지라 청산리 대첩을 거둔 김좌진 부대의 뒤를 따르는 독립군 부대들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곳곳에서 찾아드는 빈사지경의 투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남 여사는 협소한 진료시설에서 정성을 쏟아 이들을 회생(回生)시키고 제2전선에서 싸우도록 도왔다.
남 여사는 본래 신앙심이 무척 돈독한 기독교인인지라 그간 각지에 기독교회도 10여 개소 세웠고, 각 방면에서 눈부신 활약을 했다. 1928년엔 길림성 성시에서 안창호 선생의 강연회를 중심으로 한 독립단체들의 활동을 도왔다. 여기서 500여 명이 회의 중에 첩자의 밀고로 일경에 검거되는데, 안창호 선생 등 47명의 지사들이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남 여사는 이들 옥바라지를 혈육 이상으로 잘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안창호 선생을 왜놈이 인수받으려고 갖은 발광을 다하자 남 여사가 나서 활약하여 안창호 선생 등 모두가 풀려나왔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일제의 마수는 마침내 만주 대륙을 무력으로 석권하고 말았는데, 이 무렵 독립전선의 영도자인 일송 김동삼 선생이 하얼빈에서 일경에 체포되고 말았다. 남 여사는 왜놈들이 호송하는 도중에 탈환하려고 시간과 장소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으나 용사들의 행동에 차질이 생겨 애석하게도 실패하고 말았다. 1932년 9월에는 국제연맹 조사단의 리튼 경 등이 하얼빈에 왔을 때에 남 여사는 손가락을 잘라 나오는 피로 혈서를 써서 조국의 독립을 호소하는 요청서를 제출하여 우리 민족의 원한과 일제의 횡포를 세계만방에 알리도록 간청하였다. 이런 일이 당장은 효과가 없다 해도 쌓이고 쌓여 조국 광복의 길로 통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지라 남 여사의 의로운 모습을 목격한 동포들은 눈물을 머금고 감동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남 여사는 순국선열들이 싸우다가 최후에 취한 길을 택하기로 결심하였다. 즉, 70살 강우규 의사며 이회영 의사가 한 사람을 죽여 만(萬) 사람을 살리고 한 개의 폭탄으로 민족의 사기를 살렸던 애국심을 거울삼았다. 이미 70을 바라보는 남 여사는 만주에 부임한 일본 대사를 폭살하기로 결심한다. 폭탄 및 권총을 휴대하고 하얼빈 일본 영사관으로 향하다 운이 없어 일경에 체포되고 만다. 때는 1933년 2월 28일이다. 동년 8월 병보석으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 달 22일 운명하였다. 3대독자인 김성삼에게 대대손손 독립정신을 계승케 하라는 유언만을 남기고….
1908~09년 사이 활동한 한말 의병장 박포대. 김공삼, 권택(영회), 양윤숙. 임선호, 양상기와 부하들 모습(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김좌진 장군의 활약을 그린 음악극 '백야' 중 만주에서 훈련받는 독립군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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