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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선비정신을 찾아서… <74> 毅庵 柳麟錫
유학자 독립운동의 상징적 존재
단발령과 국모 시해에 분개해 불같이 일어서
탄탄한 위정척사의 논리로 강고한 투쟁 펼쳐
53세 때부터 죽을 때까지 21년 동안 압록강 넘나들며 활약
입력시간 : 2013. 02.07. 11:23


작년 6월 1일 춘천시 남면 가정리 유적지에서 열린 의암제 제례 봉행 모습.
구한말 위정척사의 논리를 펴서 항일 독립운동의 선구적 구실을 한 유학자 중에서도 의암 유인석(毅庵 柳麟錫) 선생은 상징적 존재였다. 당시의 사정으로 유생양반이 의병진의 중심세력이 되어 주도적 역할을 하여서다. 의병항쟁이 시작된 동기는 을미(1895년) 8월에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에게 시해된 사건과 김홍집 내각의 유길준, 정병하 등이 주동이 되어 내린 단발령에 있었다. 국모가 일인(日人)에게 시해되었으니 국민들이 복수심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또 오랜 습속을 돌변시켜 상투를 자른다는 것에 대해 당시 우리 선인들은 목을 잘리는 심정으로 반항하였다. 오늘날로 회고하면 좀 의아스러운 점도 없지 않으나, 그때 그들의 사고방식은 당시의 일반적 경향으로 보아 당연하였다. 그로부터 10년 후에 준동한 오적, 칠적과는 죄의 경중은 다를망정 역시 역당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즉, 갑오경장(甲午更張) 후에 개화를 주장한 새 정부는 친일 역당이 좌우하는 괴뢰적 존재였으며, 국왕은 허수아비에 불과하였다. 여기서 피 끓는 유생들은 위정척사와 부도복국의 기치를 높이 들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의병을 일으킨 것인데, 제천에서 유인석, 춘천에서 이소응, 안동에서 권세연, 선산에서 허위, 문경에서 이강년, 진주에서 노응규, 관동에서 민용호, 호남에서 고광순, 기우만, 여주에서 심상희, 경주 이천에서 김하락 등이 의병을 일으켜 성세를 크게 떨쳤다.

그중에서도 의암 선생은 지평(砥平)에서 거의한 이춘영, 안승우, 이필희 등 의병장의 추대로 총수가 되어 자타가 공인하는 명실상부한 전국 의병의 상징적 존재였다. 선생은 덕망이 높은 석학으로서, 큰 영향력을 가진 독립영수였으나 무력항쟁 전술전략에는 어두운 편이며, 그 수하의 장병들도 극소수 외에는 대개 전투 경험이 없는 선비들이었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 걱정하는 우국지사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무력항쟁에서의 승패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으나, 성패와 이해를 돌보지 않고 낙후한 군기로써 흉적에게 굴복하지 않고 항거하였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즉, 「양(洋)의 동서(東西)와 시(時)의 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와 민족의 흥망성쇠가 빈번하였으나, 최후까지 싸우다가 망한 민족은 반드시 광복(光復)할 그날이 있었지만 아무 저항 없이 망한 민족은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는 사실은 모든 흥망사가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지극히 불리한 여건을 무릅쓰고 의병을 일으킨 선열들의 그 기백과 우국단성은 실로 거룩하였다.
춘천시 남면 가정리에 있는 유인석 선생 유적지 전경


특히 의암 유인석 선생은 의병대진의 총수로 추대되어 전 국민에게 격문, 논고문, 서한 등을 빈번히 살포하여 전국의병진을 깨우쳐준 영향은 막대하였다. 하지만 서상열의 전사를 계기로 국내에서의 항전을 당분간 중단하고 요동으로 가서 실력을 양성시켜 재기를 도모하고자 고굉(股宏)의 부하 등 200여 명을 인솔하고 떠났다. 그가 그곳에서 의병진 총수로 추대되어 항쟁한 기간은 길지 않으나, 강력한 의지와 절개는 모든 유혹을 뿌리쳐 독립투사들의 귀감이 되었다. 당시 관동의 민용호, 문경의 이강년 외에 대개의 의병들은 귀순을 권하는 선유사(宣諭使)에게 굴복하고 변절하여 의병을 해산하고 말았으나, 의암 선생만은 시종일관하여 지조를 굽히지 않고 최후까지 항쟁을 계속하다가 구사일생으로 남은 부하를 거느리고 압록강을 건넌 것이다. 선생은 을미사변 후 의거하여 장서(長逝, 1915년)할 때까지 20년간 국내외에서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 심혈을 기울이다가 74세를 일기로 이역에서 한 많은 생애를 마쳤는데, 선생의 일생이 비록 와석종신하였지만 선열로서 크게 청사에 빛을 던져주었다.

선생은 1842년 정월 27일 춘천부 가정리에서 태어나셨고, 1855년 14세에 화서 이항로 선생의 문인이 되었으며, 1876년 35세 때 화서의 위정척사 정신을 이어받아 병자수호조약을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 1895년 8월에 명성왕후가 일본 낭인에게 시해되자 선생은 의거할 마음을 굳혔으며, 동년 11월 28일 문인 이필희, 서상열, 이춘영 등의 병진에 격려의 글을 보냈다. 동년 12월 이춘영, 안승수 등의 읍청으로 영월에서 정식으로 총수로 등단하였다. 1896년 정월 4일 충주를 공략하여, 역당에 아부한 탐관오리인 충주 관찰사 김규식을 참하였다. 동년 정월 7일 중군장 이춘영이 안보전투에서 일본 수비대와 싸워 장렬히 전사하였으며, 동월 10일에는 소모장 주용규가 독전하다가 전사하였다. 동월 20일에는 왜병이 충주성을 점령하므로 밤을 타서 제천으로 이진했을 무렵 역당의 무리인 단양군수 권숙, 청풍군수 서상기, 평창군수 엄문환의 목을 베었다. 또 이소응은 춘천 관찰사 조인승, 이강년은 안동관찰사 김석중, 이범직은 천안군수 김병숙을 참했다. 이 시기에 거듭 선유사가 와서 선생의 마음을 돌이켜 의병을 해산하라고 권하였으나, 선생은 추상열일과 같은 태도로 그들을 모두 물리쳤다. 동년 4월 13일 중군장 안승우가 전사하고 그의 문하생 홍사구(洪思九, 19세)가 스승을 따라 순국한 모습은 비장한 장면이었다. 동년 6월 12일 소토장 서상렬이 랑천에서 전사하였다.

이와 같이 지용을 겸비한 고굉(股宏)의 막료가 차례로 전사함에 선생은 대진을 이끌고 요동을 향해 출발하였다. 동년 7월 의암의 의병진은 초산 하성에 도착하여 백관에게 격문을 보냈고, 동년 7월 20일 압록강을 건넌 의병진은 국제법 관계로 청장(淸將) 왕모염에게 무장해제는 되었으나 대의를 흠모하는 청장은 유지 손홍영을 시켜 융숭한 대우를 하게 하였다. 다음, 선생은 파저강변에서 의병을 해산하니 219명의 의병은 종일 통곡하였다. 1897년 5월 회인현 호로두에 임시 거처를 정하였다. 동년 8월 임금의 부름을 받고 입국하였으나, 초산에서 상소문만 보내고 알현은 하지 않았다. 1898년 정월 10일 재차 요동으로 향할 때는 김상태 등 80여 명이 선생을 따랐다. 1903년 8월 제천으로 돌아와 성묘하였다. 간청으로 남만과 관서, 해서지방을 넘나들면서 수많은 인재를 양성하였다. 이 때문에 선생의 문인으로 독립운동에 몸 바친 투사는 선생이 성장한 고향보다 관서(평안도)와 해서지방에서 절대다수가 배출되어 독립전선에서 거룩한 업적을 세웠다. 1908년에는 마지막으로 고국을 등지고 러시아로 향하여 최재형, 이범윤, 이상설, 안중근 의사 등을 만나 해외에서의 무력항쟁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1910년 5월 15일에는 이범윤, 이상설, 정재관 등 지사들의 간청으로 13도의군도총재로 추대되어 일거에 조국 탈환을 도모하였다. 그러나 일제의 음모로 러시아와 밀약이 성립되어 러시아 관헌의 독립운동자 탄압 선풍이 휘몰아치므로 이 홍도(鴻圖)는 좌절되고 말았다. 이 시기에 선생은 문인 백삼규, 김기한, 장덕중 등 3인을 북경으로 파견하여 대총통 원세개와 정부 요인에게 서한을 보내 한중 공동 항일을 권하니 내용은 찬성이나 국력의 미약함으로 시기상조라는 회답을 받았다. 1914년 3월에는 남만 서풍현에 도착하고, 5월에는 흥경현 난천자에, 8월에는 관전현 방취구에 정착 중 신병으로 신음하다가 다음해 정월 29일 74세를 일기로 한 많은 생애를 마쳤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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