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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비정신을 찾아서(84)/ 충신 전상의(全尙毅) 장군 | 인조반정 일으킨 서인 편 아니라는 이유로 탄압받아
‘대통령 경호실장’에서 하루아침에 개천군수로 좌천
정묘호란 때 안주성서 후금 3만 군대에 밀리자 자결
“오랑캐들도 충신열사의 시체라며 예를 다해 거뒀다” 기록
‘광주 3충신’…사후 358년만에 무등산 충민사에 단독 배향 | | | | 입력시간 : 2014. 01.23. 13:59 |
 | | 충민사에 모셔져 있는 전 장군의 영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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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인간의 범죄와 재난의 초상화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고로 역사는 불행의 서술인데, 인조 2년(1624) 무진주(현 광주) 출신이 이괄의 난을 진압한 공으로 진무공신 1등에 책록되고 금남군(錦南君)에 봉해진다. 금남군은 인조가 정충신에게 내린 군호(君號, 적출이 아닌 왕자나 종친, 훈신에게 임금이 군을 봉할 때 주는 이름)다. 그 금남군의 ‘금남’이 광주의 중심도로명인 금남로이다.
한데 노성태 선생의 역사문화 기행문을 보면 정묘호란 때 순국한 전상의 장군은 고경명·김덕령과 함께 ‘광주 3충신’임에도 전두환과 같은 성씨로 봐, 전상의를 기리는 사당 건립 시 광주시민들의 미움을 받았다. 유품 확인 결과, 전상의는 천안 전씨이고 전두환은 완산 전씨였지만, 성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오해를 받았던 것이다.
전상의 장군은 인조반정으로 고난의 길을 걷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자이자 충신이다. 무등산 자락에 충장사만큼 큰 규모의 사당인 충민사 앞을 지나는 사람들마다 누구의 사당인지를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처럼, 구성로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정묘호란 당시 구성도호부사였던 전상의 장군은 아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구성로는 인조 5년(1627) 후금의 3만 대군을 안주성에서 막다가 장렬히 순절한 광주 출신 전상의 장군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이름 붙여진 도로명이고, 충민사는 그를 기리는 사당이다.
‘광주읍지’의 ‘충신전’에는 총 14분의 충절이 기록되어 있다. 그중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켰던 고경명 장군과 김덕령, 그리고 정묘호란 때 안주성에서 순절한 전상의 장군만이 나라로부터 충신의 정려를 받고 있다. 이 세 사람만이 충신의 정려를 받았기 때문에 광주의 3충신으로 불린다. 그런데 그 3충신 중 전상의(1575~1627)는 고경명과 김덕령에 비해 너무도 생소한 인물이다. 그의 삶이 궁금한 이유다.
그는 조선 선조 8년(1575) 광주군 도천면(현 광주광역시 구동)에서 태어났다. 한때 그의 집안은 명문이었다. 5대조인 구생은 광주 목사를, 7대조인 영좌는 전라도 관찰사를, 그리고 8대조인 익(翊)은 홍문관 대제학을 역임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아버지 용과 증조할아버지 완은 관직에 나아가지 못했으며, 할아버지만이 참봉을 역임한다. 장군은 29세 되던 선조 36년(1603) 무과에 급제한 후 훈련원 주부를 거쳐 변방의 만호와 첨사 등 수군의 장수로 관직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광해군 10년(1618) 내금위 어모장군에 발탁되면서 광해군의 최측근이 된다. | | 한겨울 충민사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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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3품의 무관직인 어모장군은 임금의 호위와 대궐의 경비를 맡아보는 내금위의 최고 책임자다. 그러나 인조반정은 그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반정을 일으킨 서인 편에 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평안도 개천군수(종 4품)로 좌천되었기 때문이다.
1616년 만주에서 건국된 후금과 조선은 광해군의 중립외교로 큰 마찰 없이 지낸다. 그러나 인조반정으로 서인이 집권하면서 친명배금정책으로 바뀌고, 요동을 수복하려는 모문룡 휘하의 명나라 군대를 도왔기 때문에 두 나라 사이는 갑자기 멀어진다. 명나라를 치기 위해 기회를 엿보던 후금은 배후를 위협하는 조선을 정벌하여 후환을 없앨 필요가 있게 된다. 이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후금으로 달아난 이괄 등이 광해군은 부당하게 폐위되었음을 주장하면서 군세가 약한 조선을 침략할 것을 종용한다. 드디어 인조 5년(1627) 1월 13일 아민(阿敏)이 이끄는 후금의 군대 3만이 압록강을 건너 의주를 기습 공략한 후 곽산의 능한산성를 무너뜨리고 청천강을 넘어 안주성에 도착한 것은 같은 달 20일이었다.
평안병사 남이흥과 안주목사 김준에게는 중영을, 구성도호부사 전상의에게는 남영을 수성하라는 임무가 내려진다. 그는 남영인 백상루에 진을 치고 전투를 서둘렀지만, 당시 안주성은 고립무원이었다. ‘전상의 장군 실기’는 “적 군대의 기세가 매우 드높지만 밖으로부터 개미새끼 하나 구원해주는 자 없다”고 당시를 기록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첫날의 1차전은 조선군의 승리였다. 그러나 승리는 이틀을 채 버티지 못했다. 이튿날(21일) 적들이 대오를 정비하여 안주성을 향해 진격해오자 남이홍은 병졸을 시켜 화약고에 불을 질러 김준 부자와 함께 불 속에 뛰어든다. 전상의는 최후 명령을 내리고 홀로 백상루에 올라 적을 향해 활을 당긴다. ‘전상의 장군 실기’에 “장군은 이미 어쩔 수 없음을 알고 임금이 계시는 한양을 향해 갑옷을 단정히 고쳐 입고 사배를 올린 후 드디어 칼을 뽑아 목을 찔러 백상루 아래로 떨어졌다. 오랑캐 사람들도 서로 쳐다보고 놀라 말하기를, 충신열사의 시체는 일반병사와 함께 둘 수 없다 하고 이내 백상루 앞에 묻어두고 표를 해두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전상의 장군의 최후 모습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인조 5년(1627) 1월 21일 그의 나이 52세였다. 그는 정치적 박해로 좌천되었지만 후금의 군대와 끝까지 맞서 싸운다.
그가 순국하자 인조 5년(1627) 2월 4일 비변사는 증직 구휼하는 은전을 내려 격려 권장하라는 주청을 올린다. 곧바로 2월 7일 그에게 자헌대부 병조판서가 추증된다. 그리고 그해 7월 26일 그의 시신을 모셔다가 무등산 아래 평두산에 장지를 정한다. 국왕은 예조정랑 임련을 파견하여 예장으로 장례를 지낸 후 사패지 30리를 하사하여 그 충절을 기린다. 그 후 숙종 8년(1682)에 안주 충민사에 배향되고, 숙종 10년에 충신 정려가 내려진다.
그러나 그에 대한 사후 추증 및 사당에의 배향은 당시 안주성 전투에 참여했던 남이흥과 김준 등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차별을 받고 있다. 같은 서인인 남이흥과 김준은 곧바로 안주 충민사에 주벽(主壁)으로 모셔지지만, 인조반정의 반대편에 섰던 그는 주벽에서 마저 밀려나고 있고, 시호마저 내려지지 않는다. 정충사와 포충사에 합사의 명이 내리지만 주벽의 후손들에게 거부당해오다 헌종 15년(1849)이 되어서야 광주 경렬사로 옮겨 배향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1985년 광주 무등산 자락에 충민사가 준공되어 단독 배향된다. 장군이 순절한지 358년이 지난 후였다.
충민사는 준공이후에도 전두환과 관련된 오해에 시달린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전상의 장군과 광주 5·18학살의 주범 전두환과는 전씨라는 성만 같을 뿐 파가 달랐고 아무런 관련도 없었지만, 건립 시점이 문제였다.
지금 충민사에는 앞면 4칸-옆면 2칸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 활과 칼 등 장군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유물관, 그리고 충신정려를 명한 정려각 등이 있어 방문객들에게 충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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