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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선비정신을 찾아서… <94>/ 한서(翰西) 남궁억(南宮檍) 선생 | 언론과 교육 통해 평생 국민 계몽-독립사상 고취
20세 때 입학한 국내 첫 외국어학교에서 개화에 눈뜬 뒤
33세 땐 서재필 박사 뜻에 공명해 독립협회 가입 후 활약
일제에 맞서다 39-71세 때 獄苦…해방 6년 전 病苦 타계 | | | | 입력시간 : 2014. 12.14. 22:49 |
 | | 남궁억 선생 초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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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평생을 오직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항쟁한 한서(翰西) 남궁억(南宮檍) 선생은 1863년 12월 27일 서울 정동 왜송골에서 중추도사인 아버지 남궁영과 어머니 덕수이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명문가의 자손으로 태어났으나 불행히도 아버지를 일찍 잃어 홀어머니 슬하에서 가난을 안고 자랐다. 하지만 1883년 9월 서울 재동에 창설된 외국어학교에 입학하여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여 1년만에 졸업하였다. 우등생으로 졸업한 한서는 당시 우리나라 정부에 고문격으로 와 있던 독일인 묄렌도르프(목인덕)의 추천으로 경성 총해관의 견습생 자격으로 들어갔다가 1882년 2월 내부주사에 임관되고 고종황제의 영어 통역으로 외국인들의 의견을 고문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한서 선생의 관계(官界) 생활의 첫 출발이었다. 1887년에는 영국, 독일, 러시아 등 여러 나라를 순방할 전권대사에 조민희가 임명되었을 때 통역관으로 수행하여 홍콩까지 갔으나, 청국(淸國)의 간섭에 대한 조민희와 당시 홍콩에 망명해 있던 민영익의 의견대립으로 2년간 홍콩에 체재하다가 소환되어 일행(一行)과 함께 환국하였다. 1889년 1월에는 어명으로 궁내부 별군(別軍)직에 임명되어 4년 동안 고종황제를 시봉하는 중에 신임을 받아 직접 팔판동에 있는 주택을 하사받는 등 국왕이 총애하는 인물이 되었다. 1893년 4월 경상도 칠곡부사로 임명받고 임지로 내려가 탐관오리가 창궐한 지방행정을 바로잡기 4년 만에 사임하고 상경하였다. 1885년 2월 내무부 토목국장에 임명되자 수도 재건에 눈부신 업적을 세운 중에도 파고다공원을 창건한 것은 실로 선생의 창안이었다.
1896년에는 구국운동을 위해서 일시 관직에서 물러났다. 이때 갑오경장 정부는 미국에 망명해 있는 서재필 박사를 초빙하여 정부의 고문으로 추대하였는데, 서 박사는 먼저 사대사상을 지양하고 자주독립운동을 앙양하려는 포부를 가지고 독립협회를 조직하여 수많은 신진 청년들의 공명과 환영을 받고 있었다. 한서 선생도 서 박사의 주장에 공명하고 독립협회에 가담하여 수석총무와 사법위원을 맡았다. 협회는 기관지라고 할 수 있는 「독립신문」의 영자신문도 발간하였는데, 선생은 이의 편집에도 종사하였다. 또 이 해 12월에 창간된 독립협회의 격월간지 대조선독립협회보 간행에도 참여하였다. 서재필 박사가 귀국하여 단기간에 창안한 사업은 실로 위대하여 눈부신 바가 있었다. 모화관을 개수하여 독립문을 높이 세우는 등 실로 자주독립을 상징하는 거창한 사업을 착안하였다. 참된 자주독립, 온 겨레의 영예와 참된 행복을 위한 독립운동의 출발점은 이때부터라고 단정할 수 있다. 그러나 만분지일도 못되는 사대사상, 척족정치, 당파파벌, 흉한의 무리가 정부에 기생해 있어서 구국 민주주의 운동의 선각자를 모함하고 헐뜯어 마침내 서 박사는 통분의 눈물을 머금고 어린 자녀와 아내를 대동하고 이역만리 미국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아니 되었다. 결국 독립협회의 사업도 중단되고, 한서 선생을 비롯한 윤치호, 이승만 박사 등 수많은 지사들은 옥고를 치르게 되었다. 독립협회 운동을 강압한 정부에는 일찍이 김옥균을 학살한 홍종우가 있었고, 그 뒤에 고종을 독살하려다가 처형된 김홍육 같은 자가 끼어 있어서 척족정치와 사대사상의 잔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니, 선각자나 우국지사들의 쓰린 시련과 고민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 | 작년 4월 5일 강원 홍천군 연봉리 무궁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기 한서 남궁억 선생 추념식.지난 식목일에, 한서 선생의 얼이 깃든 홍천군 서면 무궁화마을에 무궁화를 심는 강원도교육청 직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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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는 이상과 같은 불의한이 충동하고, 밖으로는 우리나라의 약점에 편승하여 호시탐탐 달려드는 러시아·일본 등 이족의 각축장이 돼가는 소용돌이 속에서 한서 선생은 직접 행동을 피하고 주로 언론과 교육을 통해서 구국운동을 전개하였다. 선생이 온 생애를 바쳐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서 활약한 방법은 간디의 비폭력 독립운동과도 일맥 통하는 점이 없지 않았다. 때로는 선생이 쓴 문헌이나 지은 시(詩)는 겨레의 심금을 울리는 대목이 있어서 폭탄과도 같은 효력을 거두기도 하였다. 선생이 사장 겸 주필로 창간한 황성신문은 당시 유일한 민족지로서 순수한 우리나라의 독립과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개혁의 서양문화의 수입 및 민권 확장을 부르짖었다. 친로파 숙청을 주장하던 독립협회의 행동은 결국 정부의 미움을 받게 되어 선생을 비롯한 여러 간부 회원들이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다. 또 동학혁명 이후 우리나라를 침범해 들어오던 일본이 1902년 5월 7일 맺은 노일협정의 부당성을 논박한 사설 때문에 5월 8일 황성신문 사장인 선생은 총무 나수연과 함께 구속되어 심한 고문을 받다가 9월 11일 석방되었다. 이후 경술국치에 이르기까지 15년간 유명무실 대소 신문의 기복출몰이 무상했지만 「독립신문」 다음에 남궁억 선생의 황성신문과 베델과 양기탁의 대한매일신보를 3대 민족지로 꼽는다. 이 시기의 위대한 언론인을 손꼽는다면 남궁억, 장지연, 양기탁, 신채호, 박은식, 서재필을 잊을 수 없게 된다.
남궁억 선생은 위와 같이 우리나라의 초창기 근대신문의 생성에 있어서 큰 구실을 했지만, 다른 분들이 그랬듯이 동시에 교육가, 독립운동가, 시인, 역술가, 영문학자 및 종교인이었다.
그런 선생이 또다시 1905년 관직을 맡아 성주목사로 부임하여 성주지방에서 선정을 베풀었다. 때마침 경상도 관찰사인 이근택의 무리한 수탈을 이행할 수 없어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선생은 1906년 9월에 사임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 다음 양주군수로 부임했으나 1년 8개월 만에 이를 사임하고 말았다. 급기야 경술국치를 당하는 1910년, 선생은 종교와 교육을 통한 구국운동을 벌일 것을 결심하고 기독교에 귀의하여 남감리교에 입교하고, 동년 11월에는 배화학당 교단에서 직접 교편을 잡고 구국계몽운동 요람의 하나인 청년학원장을 겸직하고 청년들에게 야간 수업도 몸소 실천하였다.
이와 같이 선생은 한 동안은 언론을 통한 구국계몽에 이바지하다가 적의 탄압으로 중단하고 국치민욕의 해 경술년을 분수령으로, 생애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교육기관을 통해서 민족의식과 독립사상을 고취하는 데 여생을 바치기로 결심하였다. 심신이 쇠약해진 것을 걱정하는 친지들의 권고에 따라 활동무대를 선대의 고향인 강원도 홍천 서면 모곡리 보리울이라는 두메산골, 누구도 돌아보지 않던 낙후 중에도 더욱 낙후한 곳을 택하였다. 때는 혼돈의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 각지의 약소민족, 망국의 설움을 받던 인민들의 해방의 함성과 함께 우리 민족도 궐기할 전야에 있었다. 선생은 쇠약해진 심신을 요양하라는 간곡한 친지들의 건의로 귀향은 하였지만, 천성이 낙후하고 무지몽매하여 빈곤에 허덕이는 가엾은 향민들의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작은 일은 더 많이 생겼다. 우선 집터를 사들여 예배당을 지어 향민들을 입신시키고 예배당을 이용하여 4년제의 초등학교 정도의 모곡학교를 세워 농촌 청소년 교육에 주력하고, 1923년에는 모곡학교의 확장을 위해 감리교 선교부와 홍천군 유지들의 힘을 빌려 새 교사(校舍)와 기숙사를 완성하였으며, 1925년 3월에는 모곡학교를 6년제의 사립학교로 만드는 한편 무궁화 묘포를 경영하여 일제의 감시를 무릅쓰고 나라의 상징인 무궁화를 전국에 보급시켰다. 그리고 선생이 지은 「무궁화동산」이라는 노래는 온 국민의 심금을 울리며 애창되었다. 1933년 11월에는 국사교육 사업과 십자당(비밀결사) 사건으로 구검되어 서대문 감옥에서 옥고를 치르다가 다음해 7월 병보석으로 풀려나왔으나 병고에 시달리다가 1939년 77세를 일기로, 선생이 염원하던 일제의 질곡에서 해방되는 것을 6년 앞두고 한 많은 생애를 마쳤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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