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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선비정신을 찾아서… (95)/ 雲岡 梁起鐸 선생 | 평생을 구국운동에 바친 겨레의 은인-스승
신문 창간 필봉 휘둘러 일제의 눈엣가시…빈번한 옥살이
조국 독립운동 반세기사상 가장 빛나는 結社인 ‘신민회’ 주도해
‘功은 남에게’ 철칙…남의 땅 중국 江蘇성에서 1938년 4월 20일 永眠 | | | | 입력시간 : 2015. 01.14. 22:30 |
 | | 1918년 천진(天津) 총영사로부터 3년간의 재류금지 처분을 받고 대련(大連)으로 압송되어 조선총독부에 인도될 당시의 운강 선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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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평생을 오직 구국운동에 바친 운강 양기탁(雲岡 梁起鐸) 선생은 겨레의 은인이며 위대한 스승이다.
선생은 1871년 4월 2일 평양 소천에서 출생하여 뒤에 평남 강서군 쌍용면 신경리로 옮겼다. 부친 시영 선생은 한학자이며, 모친은 인동장씨였다. 유년시절 사숙에서 한문을 공부할 때 천재적 소질이 있었고, 총명하여 선생을 한번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 슬기로움에 경탄하여 칭찬을 아끼지 아니하였다. 선생의 뜨거운 향학열은 일취월장하여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는 벌써 그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소년 문장가로 손꼽혀 소문이 자자하였다.
이 무렵, 선생은 큰 뜻을 품고 서울로 올라왔다가 우연히 평북 위원 출신의 명망이 높은 학자며 우국지사인 나현태를 만나 시국에 대한 견해도 듣고 또 당시 발전하고 있는 동학(東學)과도 인연을 가지게 되었다. 그 뒤 일본 낭인에게 국모 명성황후가 시해된 사건이며 임금이 러시아 공관으로 피해 가는 소위 아관파천 등 소용돌이 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기울어져가는 나라 꼴을 보고 혈관에서 약동하는 끓는 피를 억누를 수 없었다. 이 시기야말로 운강으로 하여금 뒷날 국내의 언론계에서 예리한 필봉을 들어 항일의 선두에 서게 하고 중원대륙과 삭북의 황야를 무대로 조국 광복에 전 생애를 바치게 한 첫 기틀이 되었다.
한때는 미국인 게일(Gale, 奇一) 박사를 알게 되어 그를 도와서 부친과 한국 최초의 한영사전을 편찬하였고, 1900년경에는 일본의 사정을 살피고 그들의 발전된 문물제도를 두로 보기 위해 일본 큐슈 등지를 여행하기도 했다. 한학에 조예가 깊고 애국사상이 흘러넘쳤던 선생은 현해탄을 건너 우리보다 앞서 선진문물을 흡수 소화한 일본이 서양문명의 장점을 취한 반면에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침략 근성으로, 내우외환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나라 약점에 편승하여 잠식지책을 쓰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우선 국민의 경각심을 높이기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또 당시 구국운동에 자신이 이바지할 수 있다는 신념의 하나로 일찍이 그의 총명이 영어에도 능통하게 된 것이었다. 일본을 시찰한 뒤 선교사 게일(Gale) 박사와 미국으로 가서 3년 동안 공부하고 33세 때(1903년) 귀국하여 궁중의 영어통역을 맡는 한편 외국인과 제휴하여 항일 논조를 펼 수 있는 새로운 신문 창간에 주력하였다. 운강은 일본군의 사전 검열을 받지 않고 발행할 수 있는 민간지의 발행을 모색한 결과, 영국인 기자 어네스트 토마스 베델과 제휴하고 국한문 일간지 대한매일신보 창간호를 1904년 7월 18일 서울에서 발행하였다. | | 대한매일신보(大韓每日申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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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 신문의 최고 책임자인 사장이 베델, 총무 겸 주필이 양기탁이었다. 운강은 그 뒤 베델과 같이 이를 영문판으로 개제하고 한글판 ‘대한매일신보’ 등 세 가지를 발행하여 자유로운 항일의 필봉을 날카롭게 휘둘렀다. 당시 ‘대한매일신보’의 위력이 얼마나 컸던지는 초대 조선통감으로 부임한 이토 히로부미의 말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 내의 신문이 가진 영향력은 비상한 것이라 이등의 백 마디 말보다 신문의 일필(一筆)이 한인을 감동케 하는 힘이 매우 크다. 그 중에서도 지금 한국에서 발간하는 한 외국인의 대한매일신보는 일본의 제반 악정을 반대하는 한국을 선동함이 연속부절하니…”. 따라서 ‘대한매일신보’는 자연 일제 통감부의 눈의 가시가 되어 일제 무리는 이 신문을 탄압하기 위하여 일차적으로 사장 베델을 대한제국에서 몰아내기로 작정하고 1907년과 1908년 7월 12일 국채보상금 횡령이라는 올가미를 씌워 운강을 구속하였다. 국채보상운동이란, 본래 1900년대 대구의 우국지사 서상돈, 김광제가 주장한 구국운동으로, 조국의 독립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완용 내각이 일본으로부터 빌려온 돈 일천삼백만원을 속히 갚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서울의 한국인 민간 신문사와 출판사 등을 모체로 ‘국채보상기성회’가 구성되고 전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이때 국채보상지원금총합소를 대한매일신문사에 두기로 하여 운강이 총무로 추대되었다. 이리하여 전국 각지로부터 의원금을 각 신문사가 제각기 수납하고 있었다. 그러나 통감부는 우리 국민의 자발적인 국채보상운동은 본래 배일운동이었으므로 이 운동을 좌절시켜야 한다고 떠들고 일제 침략기관의 기관지인 경성일보와 서울 프레스(Seoul Press)를 통하여 이를 비난하였다. 여기에 대하여 운강은 대한매일신보를 통하여 국채를 보상하여 일본의 구속을 벗어나려는 한국 국민의 의지와 용력은 마치 채무자가 채권자의 압제에서 벗어나려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반박하는 논조로 변호하였던 것이다. 이리하여 구속된 운강은 수차의 공판을 거치는 동안 3회 공판 때에는 베델 사장이 증인으로 출정하여 대한매일신보사가 의원금을 받아들인 것은 사실이나 그 돈을 소비한 일은 절대 없다고 공소사실을 부인하여 1908년 9월 29일 언도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운강은 백절불굴의 의지로 언론을 통하여 일제 침략을 반박하고 항일사상운동을 고취하면서 일면 비밀결사 결성에 참가하였다. 1906년 미국에서 도산 안창호가 귀국하자 다음해 운강은 도산과 더불어 전덕기, 이회영, 신채호, 노백린 등과 신민회를 조직하고 항일구국운동을 종지(宗旨)로 정치, 교육, 문화, 경제 등 각 분야에 걸쳐서 실력을 기르는 데에 총력을 쏟기로 하였다. 엄밀히 선출한 800여명의 회원 모두가 애국사상이 투철한 지사들로서, 이 조직은 조국독립운동 반세기사에 있어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빛난 업적을 세운 결사였다. 이들의 생명과 재산은 회(會)의 명령에 전적으로 복종하게 되어 있었다. 평양의 대성학교며 정주의 오산학교 등에서 많은 독립투사들을 배출시킨 것도 신민회 정신에서였으며, 이회영, 이시영 등의 가문이 만석군이나 되는 가산을 던져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독립투사를 배출시킨 것도 근본 정신은 신민회의 거룩한 결사정신에서였다.
운강은 국내는 물론 중원대륙을 종횡하면서 직접-간접으로 대거사에는 다 참가할 정도였다. 이렇다 보니, 신민회를 일망타진할 목적으로 1910년 2월 27일 압록강 대철교 준공식에서 사내 총독을 암살하려던 음모가 발각되었다고 일제가 조작해 운강, 남강 이승훈 등이 포함된 신민회에다 뒤집어 씌웠다. 이 조작된 사건으로 운강은 수년간 옥고를 치르고 자유의 몸이 된 다음 1916년 마침내 만주로 탈출하여 동지 규합에 노력하다가 톈진에서 또다시 일경에 체포되어 고국으로 압송되어 거주 제한의 유배생활을 했다. 2년간의 유배생활을 마치고 나온 뒤 뜻있는 분들의 권고로 동아일보 창간 때에 운강은 유근과 더불어 편집감독으로 참여하였다. 때를 같이하여 독립운동을 목적으로 하고 종교를 위장하여 동천교를 발기하고 교리를 선포하는 등 적의 눈가림을 하면서 활약하다가, 1921년 26명의 미국 의원이 서울에 도착하자 독립진정서를 제출한 것이 일제에 알려져 또다시 투옥되었다가 어머니 인동장씨의 별세로 일시 가출옥된 것을 이용하여 탈출, 만주로 가 독립운동을 계속하였다.
운강은 명리를 도외시하여 일은 자기가 하고 공은 남에게 미루었다. 임시정부의 국무령 또는 주석으로 추대되어도 모두 거절하고 1930년 8월 4일 겨우 백범 김구 선생의 요청으로 법무담당 국무위원이 되어 1935년 2월 21일 가흥에서 국무원을 개선할 때까지 재임하였다. 운강은 남방으로 옮긴 뒤에도 모든 단체의 추존을 받고 최선의 활약을 다하다 1938년 4월 20일 강소성 담양현 길당암에서 67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유족으로는 1남 4녀가 있었는데, 외아들 효성씨는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6·25 때 북으로 끌려갔다 한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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