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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선비정신을 찾아서… <98>/ 恭齋 尹斗緖 | 현대 학자들 “조선 사실주의의 선구자” 평가
국보 240호 ‘자화상’으로 유명…손자까지 재주 이어져
선구적 자세로 조선 후기 화가들의 풍요로운 자양분 역할
전문가 “시대상에 비추었을 때 民衆愛와 進步性 가히 혁명적” | | | | 입력시간 : 2015. 04.21. 15:47 |
 | | 윤두서의 ‘自畵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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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재 윤두서(1668~1715)는 조선 현종 때 태어나 숙종(1661~1720) 때 화단을 빛낸 인물인데, 현대에선 조선 사실주의의 선구자로 불린다. 특히 국보 제240호인 윤두서 자화상은 세계 회화사를 통틀어 ‘자화상 명작’으로 손색이 없다. 이렇다 보니, 국립광주박물관은 2014년 가을부터 기획특별전으로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전’을 2015년 1월 18일까지 열기도 했다. 특별전에는 공재로부터 아들 낙서(駱西) 윤덕희(尹德熙·1685~1776), 손자 청고(靑皐) 윤용(1708~40)에 이르는 윤두서 3대의 서화 세계를 살피는 장으로 펼쳐졌다.
윤씨 일가가 터를 잡은 전남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 덕음산에 자리한 녹우당은 해남윤씨 어초은공파의 근거지로, 호남지역 전통 화단의 토대를 이룬 산실이다. 공재는 고산 윤선도(尹善道·1587~1671)의 증손으로, 1693년 진사시에 합격했으나 당쟁이 심하던 시기였기에 출사하지 않고 학문에 전념하며 시서화로 생애를 보냈다. 윤덕희는 가전 화풍을 이어 말 그림뿐 아니라 남종화풍의 남종화 산수화, 도석 인물화와 용 그림을 잘 그렸으며, 윤용은 정밀한 묘사와 풍속화에 뛰어났다. 이들은 당대인들로부터 조선 후기 화단의 선구자로 규정된다.
윤두서는 예리한 관찰력과 뛰어난 필력으로 기존에 다뤄지지 않던 주제를 선구적으로 수용했고, 현실의 세계와 사람들을 그림의 주인공으로 담아 조선회화의 새로운 경지를 연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전시에서는 선비 화가였던 윤두서의 다양한 회화세계와 실학자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서화뿐 아니라 유학, 천문지리, 수학, 병법 등 각 방면의 학문에 능통한 실학적인 태도는 가풍으로 전해져, 지난 전시회에서도 이를 알 수 있었다.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1762~1836)은 그의 외종손이다. | | 윤두서의 ‘柳下白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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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서는 조선 후기 회화사의 시작을 알리는 선구자로 꼽힌다. 그는 조선 중기와는 달리 사생과 관찰을 중시하는 사실주의적인 회화관을 지녔다. 윤두서 자신의 회화관은 그의 화평이 수록된 ‘기졸(記拙)’의 ‘자평(自評)’에 잘 나타나 있다. 윤두서는 새롭고 다양한 주제의 모색, 화보와 판화와 같은 새로운 매체의 활용, 선비의 이상과 격조를 담아낸 그림과 풍속화와 정물화의 개척, 회화의 수장과 감평, 화론의 저술 등 여러 방면에서 조선 후기 화단에 큰 영향을 주었다.
정선, 조영석, 심사정, 강세황, 강희언과 같은 문인화가를 비롯해 김익주, 김두량, 김홍도, 이인문, 김득신 등의 직업화가에 이르기까지, 조선 후기의 화가들은 윤두서가 연 새로운 지평에서 자신들의 길을 열어나갈 수 있었다.
윤두서 일가의 회화는 조선 말기에 활약한 소치 허련(1809~92)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허련은 진도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능이 뛰어났지만 제대로 된 교재나 스승이 없어 체계적인 그림 공부를 할 수 없었다. 28세 때인 1835년에 비로소 해남 녹우당에 소장된 윤두서와 윤덕희의 그림을 보고 임모하면서 그림에 눈을 뜨게 됐다. 이후 허련은 32세 때 역시 초의선사의 소개로 상경하여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문하에서 본격적으로 남종문인화의 필법과 정신을 수련, 조선 말기의 대표적인 화가로 성장했다.
윤두서의 서거 300주년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지난 특별전은 해남 녹우당과 공동주최로 열렸었다. 때문에 호남기록문화유산과 인문학과의 접목을 시도한 강좌도 열렸다. 첫 강좌를 맡은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문인화가 이자 ‘자화상’으로 잘 알려진 공재 윤두서의 삶과 예술을 풍속화를 통해 풀어냈다. 이 교수는 “조선 후기 민중생활과 현실세태를 담은 풍속 그림은 양반 지식층의 감상화에 대비해 ‘저속한 계층의 삶을 담은 그림, 일상의 삶 자체가 속된 일’이라는 의미로 속화(俗畵)라고 불렀으나, 풍속화의 유행은 인간의 생산활동과 일상사가 그만큼 중요하게 다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시대정신과 예술향수자 내지 교양층으로 새롭게 부상한 부민층의 발생과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1668년에 태어난 공재 윤두서는 조선 후기 풍속화의 태동을 예고하는 가장 중요한 작가로, 민중에 대한 인식 변화와 사실주의 창작 태도가 맞물려 있는 까닭에 풍속화의 선구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풍속화가로서의 자리를 후배 조영석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해오는 작품이 많지 않고 50세가 되기 전에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완성된 속화의 조선풍과 예술성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윤두서의 작품은 양반사대부 문인화가이면서도 민중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근대를 준비하는 시기에 나타난 진보적 사회의식의 한 표명으로, 조선 사회의 시대상에 비추어 가히 혁명적”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국립광주박물관의 전시회가 아니더라도, 해남에 있는 고산의 유적지에 가 윤선도 일가를 보면, 그의 8대 종부인 광주이씨가 쓴 ‘규한록’이 심금을 울린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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