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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선비정신을 찾아서… <108>/ 碧海 梁世奉 장군 | 선비의 길 포기하고 애국의 길 선택
38세로 피살당할 때까지 일제에 무력 항쟁
“재만한인 독립전선의 首尾를 장식한 인물” 평가 | | | | 입력시간 : 2016. 03.14. 13:28 |
 | | 중국 랴오닝 성 선양에 있는 9·18역사박물관. 중국이 만주사변의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해 세워 운영하고 있다. 만주사변은 양세봉 장군이 활약하던 시대의 흐름을 좌우한 대표적 사건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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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해 양세봉(碧海 梁世奉, 1896~1934) 장군은 선비의 길을 포기하고 애국의 길을 선택한 인물로, 평북 철산군 출생(생월일 미상)이다. 천성이 호방하고 의협심이 강해 억강부약하는 정의감에서 3·1운동을 계기로 의주, 삭주, 귀성 등 3군 경계지역에 위치한 천마산을 근거로 항일무력전을 벌이고 있던 천마산의 최시흥(崔時興) 대장을 찾아가 입대하여 적의 기관 습격 등 게릴라전을 전개했다. 1920년 봄 동 부대가 압록강을 건너 오동진(吳東振) 장군이 영도하는 광복군총영에서 활약하게 되자, 장군은 압록강을 넘나들면서 적의 기관 파괴 등에 의용을 분발하였다. 이 무렵, 남북 만주에 산재한 수많은 군소 독립운동기관이 통합 정리되어 정의부-신민부-참의부가 결성되어서 남북 만주에서 3부가 정족지세(鼎足之勢를 이루었다. 장군은 참의부에 가합하여 소대장이 되었다가 중대장으로 승진되었다. 정(正)신(新)참(參) 3부가 초창기에는 사상의 좌우를 막론하고 항일의식이 강한 자는 모두 포섭하였으나, 시일이 흐름에 따라 좌우 대립 등으로 어제까지 같은 길을 걷던 동지가 어느 겨를에 표변하여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독립전선에 막대한 해독을 끼치는 일이 빈번하였다. 예를 들면, 민족진영에서 거두로 믿어온 이척, 김이대, 박관해 등은 절개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민족 반역자, 동지 반역자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김좌진 장군을 비롯한 원(元)북로군정서 계통의 인물 이외에 나머지 신민부의 민정위원회 인원과 김동삼, 이청천 장군이며 김상덕 선생을 제외한 참의부 등이 이른바 3부 합작이란 명제 하에 국민부가 결성되었다. 3부의 창립자이며 독립전선에서 성망이 높은 분들이 다수 제외된 채로 결성된 국민부였으나 1934년까지 이 간판 밑에서 많은 독립투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활동을 전개하였다. 예를 들면, 현익철 선생이 국민부의 민사위원장에, 김이대·고활신(이상 그 뒤 변절)이 중앙집행위원, 양세봉 장군은 국민부 군사부의 제1대장으로 선임되었다. 장군에게는 당파성-지방성 또는 무슨 주의 등 번쇄한 이론에는 아랑곳없이 오직 조국과 민족을 위한 투철한 애국심이 충만할 뿐이었다. 그는 언제나 조국독립 제단에 자기의 영육을 바칠 각오를 가지고 응분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시난을 극복하고 있었다.
우리 독립운동 진영이 암흑한 장면에서 다른 어느 때보다도 쓰라린 시련기에 놓여 있을 때, 장학량은 1928년 6월 4일 부친 장작림이 일제의 관동군 하본 대좌가 지시한 시한폭탄에 맞아 참살당한 것에 앙갚음도 할 겸 국민정부에 충성을 다짐하고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를 동삼성(東三省) 하늘에 나부끼게 하였다. 만주를 생명선으로 믿고 날뛰는 일제 무리에게는 눈이 뒤집어질 사건이었다. 더구나 대륙 침략의 선봉구실을 도맡아하던 관동군 참모부는 한인과 중국인을 이간시키려는 술책으로 만보산사건을 날조하고, 제 손으로 자기의 철로를 파괴하고는 중국인의 행위라고 트집을 잡는 등으로 9·18만주사변을 고의로 일으키는 바람에, 대륙 산야에서 풍찬노숙하면서 활동하는 독립군의 큰 두통거리였다. 특히 만주 마적을 매수하는 등으로 독립군을 학살하거나 만주 관료를 매수해서 독립군을 탄압하는 등의 음모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지, 이번에는 보다 단수가 높은 계략과 방대한 자금을 동원했다. 독립운동자들의 성분을 그들(日人) 나름대로 면밀히 조사하여 변절자를 매수하거나, 독립운동을 하던 자 중 의지박약한 자를 골라서 선민부라는 새로운 도구 기관을 만들었다. 종래부터 보민회니 조선인거류민회니 하는 도구 기관이 있었으나, 선민부는 지난날 독립운동에 관여한 자들로서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끼치는 해독이 더욱 컸다. 전 참의부의 참모장을 역임한 김승학 선생도 이들 주구배 때문에 체포되었다.
이에 독립진영은 일대결의를 굳히고 선민부 소멸을 서둘러 이웅(李雄) 장군을 총지휘로, 양세봉 장군을 부지휘로 추천하여 통화-항인-집안 등지에서 토벌공작을 개시하여 불과 반년에 선민부 각지의 지분회를 소멸시켰다. 그 다음부터는 주구배(앞잡이-배신자)들은 일본영사관이 있는 통화 성내에 집거하고 감히 성 밖을 나오지 못하였다. 그러나 후환을 염려하여 양세봉 장군은 강옥성 및 장도백 등으로 하여금 통화 성내에 돌입하여 주구들이 무슨 연회를 한답시고 모여 있는 장소를 폭탄과 자동화기를 써서 전격적으로 소멸하니 선민부라는 주구기관은 명실상부하게 없어지고 말았다.
그 뒤 9·18만주사변을 계기로 일제의 침략세력이 단시일에 만주 전역을 석권함과 때를 같이하여 독립전선은 극도로 혼란에 빠져버렸다. 조선혁명당은 타개책을 위하여 1931년 12월 19일 홍경현 하북 백가보 서세명의 집에서 국민부와 당과 군의 연석회의를 열었는데 이를 탐지한 일군의 습격을 받아 당수 이호언, 총사령 김보안, 부사령 장세용, 중대장 차용육, 기관의 요인 이동산·이규성 등이 체포되었다. 남은 간부들은 진용을 재정비하여 후임 당수에 고이허, 조선혁명군 총사령의 후임은 양세봉 장군으로 추대하였다. 총사령의 중책을 맡으면서부터 1934년 9월 순국할 때까지 약 2년 9개월이란 단기간이 장군에게는 잃어버린 조국을 찾으려고 하는 모든 독립운동자가 겪은 몇 십 년이란 기나긴 세월과도 맞먹는 엄청난 시련기였으며, 희비와 승패가 겹쳐진 기간이기도 하였다. 재만한인 독립전선 최후의 수미를 장식한 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조선혁명군 총사령 양세봉 장군을 먼저 손꼽아야 할 것이다. 하북 사건 후 몇 날이 지나지 않아서 조선혁명당의 중진 양기하 선생이 항인현서 일 경찰대의 습격을 받아 28명의 부하와 함께 순국하는 등 참변이 잇따랐다. 시련 속에서도 양세봉 장군은 더욱 용기를 떨쳐 참모장 김학규 장군과 중대장 조화선, 최운구, 정봉길 등 3개 중대를 이끌고 중국의용군 왕조헌 등과 합세하여 일군과 싸워 승리하였다.
그러나 양세봉 장군은 결국 왜놈의 밀정 한희재의 함정에 빠져 부관 김광구 등과 함께 무참하게 피살당하였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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