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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선비정신을 찾아서… <112>/ 민긍호(閔肯鎬) 장군 | 文武를 겸비한 불세출의 ‘애국혼’
반년 동안 원주진위대 이끌다 불꽃처럼 散華
전투 100회 치르며 일제 간담 서늘케 한 ‘치악산 호랑이’ | | | | 입력시간 : 2016. 07.21. 13:10 |
 | | 강제 해산된 군인들이 합세한 구한말 의병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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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국적으로 상징적 존재였던 유인석 선생을 비롯해 이강년·김도현·권세연·이만도 선생 등 기라성 같은 선열들이 표방한 위정척사-춘추대의 기치를 높이 들고 항쟁한 전기 의병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단기간에 종식되고 말았으나, 그 거룩한 구국애민정신은 꾸준히 이어져 여러 형태로 작용되어오다가 을사정미(乙巳丁未)의 망국적 조약이 늑결되고 군대 강제 해산, 고종(高宗)의 강제 양위를 계기로 대일 무력항쟁이 효과적으로 전개되었다. 을사늑약 후 1906년 이른바 병오의병의 최익현 선생을 총수로 추대한 순창의병(淳昌義兵)과 민병식 선생을 총수로 받든 홍주의병(洪州義兵), 이강년 장군의 재기, 정환직·용기 부자(父子)가 중심이 된 산남의진이 의거하였으나, 홍주성을 10여일간 사수하면서 일제 무리의 대군과 혈전을 전개하였던 홍주의병진 외에는 이렇다할만한 전적이 없었다.
1907년 8월 1일 일제침략군에게 강제로 해산되어 이에 결사반대하고 일어난 장병들이 무기를 가지고 의병 대열에 참가하므로 비로소 본격적인 대일 항쟁이 전개되었다. 1907년 8월 1일 한국의 군부대신이면서 실제로는 일본제국주의의 앞잡이로 전락한 이병무가 적괴 이등박문의 지시대로 고종황제의 어명을 악용하여 훈련원에서 국군해산식을 거행하는 식전에 참여하라는 전령을 시위병 제1연대 제1대대장 박승환 참령에게 전달하였다. 박 참령은 비분함에 신병을 빙자하고 보병정위(步兵正尉) 김정흡을 대리로 보낸 다음, '군이 능히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신하가 능히 충성을 다하지 못하고, 만 번 죽어도 부끄럼이 없다'란 유서를 남기고 권총으로 자결하였다. 이 총성을 듣고 대대장실로 뛰어들어간 보초병이 자결한 현장을 목격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대대장 자결”이라고 크게 외쳤다. 그의 자결은 제1대대의 용감한 장병들의 비분한 심정에 불을 질러 사기를 앙양케 한 큰 자극제였고, 더 나아가 그 자결의 총성은 국군 해산을 결사반대한 모든 장병들에게 항일의 기치를 높이 들고 궐기하라는 무언의 경종이었다. 이날 장병들은 무기고를 파괴하고 무장한 뒤 일군과 육박전을 전개하여 침략군에게 많은 손해를 입혔으나, 기관총으로 무장한 침략군의 습격을 받아 많은 사상자를 내고 마침내 서울에서의 항쟁 종막을 고하고, 이날 견습보병참위 남상덕은 사병들을 모아놓고 “위 장교가 나라를 위해 죽었으니 내가 어찌 홀로 살 수 있겠는가” 하고 부하들과 침략군을 공격하던 중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 | 충북 제천시 봉양읍 자양영당 의병탑 앞에 있는 을미의병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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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서울의 비장한 소문이 퍼지자 원주, 수원, 강화도, 평양 등 전국 각지에 산재한 진위대 병사는 혹은 개별적으로 무기고를 부수고 무장한 채로 뛰어나와 의병 진영에 참가하여 침략군과 혈전을 벌이게 되니, 비로소 의병 항쟁은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이렇듯이 후기 의병항쟁을 보람 있게 전개하게 한 각지의 진위대 중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크게 영향을 미친 진위대는 원주진위대며, 이 진위대 병사들을 이끌고 원주시민들까지 동원하여 일시적일망정 원주시가를 통활케 한 통솔자는 민긍호 장군이었다. 장군의 업적은 실로 구한말 의병운동사에 커다란 의의를 지닌 것이다. 민 장군의 항일구국운동은 불과 반년으로 생애를 마치고 말았으나, 그 업적은 청사에 빛나고 남음이 있다. 민 장군은 서울 양반가 여흥민씨 집안 젊은 선비였다고만 알려져 있을 뿐, 그의 생년월일도 알아볼 길이 없다. 나라를 위해 글을 읽기보다 지방 진위대에 입대하여 10여년에 겨우 특무정교, 즉 준하사관에 불과했으나, 그 뒤에 구국항쟁 업적은 실로 거룩하였다.
1907년 8월 1일을 기하여 한국군 해산령이 공포되고 서울 8월 1일, 지방은 8월 5일에 일제히 해산을 강행키로 하였다. 원주진위대대장 홍유형은 군대 해산에 대한 지시를 받으려고 8월 2일 서울에 올라가고 김덕재가 대대를 지키고 있었다. 해산일인 5일에 서울서 일본군이 해산을 지휘하기 위해 원주로 오게 되었는데, 민 장군은 김덕재를 설득하여 의거키로 한 다음, 일부 병력을 지평으로 급파하여 상경 도중의 홍유형을 붙들게 하고 진위대를 서울로 진격케 하자고 약속하였는데, 홍유형이 거짓 응낙하고 밤을 타서 도망쳐 서울로 왔으므로 이 계획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민 장군은 8월 5일 오후 일본군 감시대가 원주에 도착하기 불과 수시간 전에 전 병사를 지휘하며 항쟁할 것을 호소하고 무기고를 열고 소총 1200정과 탄환 4만 발로 병사들을 무장시키고 항쟁의 기치를 올렸다. 이때 대대의 병력은 수백 명에 불과하였으나 병사들이 무기를 갖추고 항쟁을 서두르게 되니 원주시민들도 이에 합세하여 군세는 600여명에 달하였다. 이들은 원주시내의 우편취급소, 군청, 경찰분서 등 기관을 습격하고 원주를 장악하였다. 원주의 소식을 들은 여주의 국군분견대는 다음날 원주 본대에 합세하여 항쟁에 참가하였고, 강화분견대에서도 항쟁이 벌어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8월 6일 침략군은 충주 수비대장 니노미야 소위가 지휘하는 20여명이 습격해왔으나 2시간 격전 끝에 격퇴하여 사기가 떨어졌다. 이 급보를 받은 서울 주둔 적군은 보병 제47연대 제3대대 소속의 2개 중대와 기관총 4문과 공병대 1개 소대의 병력을 원주로 급파하여 지평을 경유하여 원주에 이르게 되었다. 이를 알게 된 아군은 8월 10일 적군이 원주 도착 직전에 전 병력을 둘로 나누어 민 장군은 충주·제천·죽산·장호원·여주·홍천 방면으로 진출하고 김덕재는 평창, 강릉, 양양, 간성, 고성, 동천 방면으로 진출하여 각지의 의병부대들과 합세토록 하였다. 그러므로 일본군이 입성할 때에는 이미 국군은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민 장군 부대가 진출한 강원도 일대는 이미 수많은 의병들의 활동지역이어서 민 장군의 부대는 이들 의병들과 합동작전을 시도하면서 항일투쟁을 전개하였다. 8월 12일 민 장군의 부대는 여주읍을 포위 공격하여 일본 경찰대와 3시간 교전하며 서울과 원주간의 교통통신을 완전히 차단하고 음죽과 장호원을 장악하여 원주 주둔 적군을 완전히 고립시켰다. 8월 14일에는 춘천 방면으로 진출한 의병이 홍천읍을 점령하여 적의 기관을 파괴하고, 다음날 죽산읍을 쳐서 점령하고, 제천에서는 150명의 병사들이 박태성·조동교·신대성 등의 250명의 의병들과 합세하여 적군을 야습 격퇴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자 민 장군이 이끄는 몇 백 명의 의군이 두려워서 적괴 이등박문이며 국적(國賊)인 허수아비 군부대신인 이병무, 그 졸개들인 수령-방백들의 민 장군 의진에 대한 공포심은 날로 심해졌다.
그러나 구국항쟁의 영웅 민긍호 장군 운명의 찰라(刹那)는 닥쳐오고 말았다. 1907년 12월 민 장군의 의진을 포함한 허위·이강년 등 13도 의진이 원수부(元首府)까지 설치하고 양주에 집결하여 서울로 진격하여 일제 침략의 복마전인 통감부를 비롯한 적의 기관과 그 도당을 무찌르려던 계획도 의진 내부의 미흡으로 수포가 되고, 장군은 칠전팔기의 기백으로 원주의 주민대중이 지지하는 치악산 요새로 가서 군사를 거듭 조련하고 군량을 준비하여 장기전에 대비코자 영월군 강림촌에 주둔하였다. 1908년 2월 29일, 강림 남쪽 10리 지점인 등자치(登子峙)에서 충주 일본 수비대 배속인 한국순사대의 기습을 받아 교전하다 침략군도 아닌 주구(일본군 앞잡이)인 권경시에 의해 체포되었다. 이날 밤 민 장군의 부하들이 강림촌을 역습하여 장군을 구하고자 진격을 강행하자 권경시가 지휘하는 경찰대는 사태의 위급함을 느끼고 장군을 사살하였다.
장군은 의거한 지 반년 간에 대소 전투 100회를 치러 혁혁한 업적을 세웠다. 그는 무인(武人)으로서 뿐만 아니라 문장(文章)이 유창(流暢)하고 학식도 많이 쌓아, 문무를 겸비한 자연인 또는 선비로서도 만인의 귀감이 된 불세출의 선열의 한 분이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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