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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 청우세탁소 김용규씨 | 14살부터 양복 만드는 기술 배워
기성복 등장 후 옷 수선으로 선회
두 번의 재판으로 건강 잃고 좌절
묵묵히 곁을 지켜 준 가족 “감사” | | | | 입력시간 : 2017. 11.07. 14:29 |
우리 주변에는 참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게 허황되게 사는 사람도 있고,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운이 좋은 사람도 있으며 너무 열심히 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이 노력한 만큼 살아지는 것이 바로 인생 아닐까 싶다. 여기 그동안의 숱한 고난을 이기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갖은 고난을 이겨내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가 있다.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에서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용규씨가 그 주인공이다. 자그마한 체구에 건강해 보이는 그였지만 몇일 전 혈액투석을 받았다고 했다.
주변의 추천으로 그에게 취재를 요청하게 되었다고 하니 “난생 처음으로 소중한 책자에 실릴 수 있는 것도 주님의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인터뷰 권유를 받았는데 솔직히 부담도 되고 늦은 나이이기에 망설였습니다”며 “하지만 누가 나를 인정해 준다는 사실이 너무 고맙고 감사한 일이기에 제 얘기를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고 전했다.
지금은 광주댐이 된 수몰지역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김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 정도 서당에 다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다니는 둥 마는 둥 하고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양복기술을 배웠다. 가정형편 상 기술을 배우려고 양복점에 들어가 일을 하기는 했지만 김씨는 끼가 많은 청년이었단다. 노래 부르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고, 놀러 다니기를 좋아하는 그였기에 광주·전남 곳곳을 다니며 자유분방하게 지내기도 했다. 김씨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이라면 연예인이나 시인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타고난 재능이 있었던지 양복 만드는 솜씨가 좋았던 그는 그 분야에서는 인정을 받으며 양복쟁이로 살아왔다. 그러나 1990년에 들어서면서 기성복이 대유행 신사복 시장을 장악해 양복점은 점점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김씨 부부는 학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워낙 솜씨가 좋고 성실함 때문에 세탁소를 찾는 단골들이 늘어나면서 부부는 콧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일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건물주의 부도로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쫓겨날 형편에 놓인 것이었다. 2번의 경매로 인해 한푼도 건지지 못하게 된 김씨는 법에 호소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결국 빈손으로 나와야했다. 그렇게 학동을 떠나 금남로에서 옷 수선을 시작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뛰어난 수선 실력이 인정받으며 “너무 마음에 꼭 맞게 고쳐줘서 다시 왔어요.”, “여기만큼 완벽하게 수선해주는 곳이 없어요” 등 고객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뿌듯한 마음에 일감이 쌓여있어도 힘든 줄 몰랐다. 때론 손님들이 점심을 사거나 커피를 사 들고 오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때면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더욱 최선을 다 했다.
몸이 망가지는 것도 모르고 밤낮으로 일을 했던 김씨였다. 그러던 2015년 4월 14일. 김씨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란다. 첫 신장 투석을 하던 날이다. 1985년 동생이 신장병으로 인해 사경을 헤맬 때 안타까운 마음에 날마다 눈물 마를 새가 없었던 김씨는 정작 자신 역시 신장이 좋지 않았음에도 사는데 지장이 없고, 재판이다 뭐다 하며 자신의 건강을 돌아볼 여유가 되지 않아 방치했던 것이 결국 투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악화되었던 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는 말이 뇌리를 스쳤지만 이를 악물고 치료에 임했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김씨이기에 병도 잘 이겨내고 있는 듯 했다. 김씨는 “일주일에 3번 하던 투석이 2번으로 줄었으며, 수술 때 3봉 수혈 받을 당시 만해도 7.3%였는데 지금은 12%로 아주 정상이다. 이렇게 남의 피가 내 몸에 흐르고 있으니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항상 다짐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김씨는 강한 정신력으로 투석을 받는 동안에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있으며, 평상시 음식 조절이나 운동 등으로 건강을 되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어 전혀 ‘환자’로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김씨는 재판과 함께 망가진 가정 경제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아야했고, 세탁일과 수선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기에 더욱 힘을 냈다. 이때 자신의 곁을 지켜준 아내와 두 아들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김씨는 없었을 것이라고. 두 아들 대관이와 현중이는 IMF와 재판 당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잘 견뎌주었으며 너무 힘든 나머지 ‘군대 입대’를 권유했을 때도 군소리 없이 자원입대를 해 주었고 현재 큰 아들 대관이는 건축 설계 연구 중이며 작은 아들 현중이는 세무회계 프로그램 분야에서 활동 중에 있다.
자신이 상황이 너무 힘들 때에는 아내를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셀 수도 없이 나쁜 생각들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지만 못난 아버지를 만나 고생하는 아들들이 ‘고맙고 안쓰러워’ 생명의 끈을 놓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가족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는 김씨. 아내 박경님 권사와 두 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의 강요에 의해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해 처음에는 좀 거리감이 있었으나 40년을 함께 살고 보니 새록새록 ‘애정(愛情)’이 샘 솟는다는 김씨. 그가 무슨 말을 해도 웃으며 받아주고 갖은 역경과 고난에도 김씨를 다독이며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주었던 아내란다. 이 모두가 참고 살다보니 아내의 소중함을 깨닫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고 있다.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깨닫고 있다는 김씨는 “앞으로 부부의 앞날에 좋은 일들만 있기를 시도하고 아들들은 앞으로 현명한 아내를 만나 주변에 누를 끼치지 않고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지금도 그의 양복 기술을 잊지 못하고 찾아오는 단골손님과 옷을 수선하기 위해 찾는 손님들이 “감사하다”는 김씨는 그래서 더욱 열심히 살고 있다. 이제 남은 인생은 노래 봉사도 하고 양복 기술을 배우고 싶어하는 제자들이 있으면 기꺼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다. 지금도 김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눈물을 흘리며 살고 있다고 했다. 주변의 도움이 너무 감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송현옥 권사님과 전채구 집사님께서 직접적으로 경제적 도움을 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다시한번 눈시울이 붉히며 자작시 한편을 들려주었다.
세상은 잠시인 인생
아무리 한들 입에 담고 손에 쥐고 한다지만
가지고는 못간다
못간 것을 왜 어찌 욕심을 욕심껏
부리는가
잠시인 인생 잠시 머무는 인생들
마음 비우고 살아나 보자구요
오라 할 때까지
“인생은 살만한 것”이라는 김씨의 말이 조금만 힘들어도 투정하는 내 자신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방수진 기자 gnp@goodnewspeople.com 방수진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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