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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선비정신을 찾아서… <129>/ 蔣英實과 朴堧 | 세종의 꿈을 현실로 바꾼 든든한 두 일꾼
蔣 기발한 솜씨로 천문시계 등 과학 기기 잇따라 발명
朴 세종에 450번 상소 올리며 우리 음악 발전 이끌어 | | | | 입력시간 : 2017. 12.11. 15:05 |
 | | TV 드라마 ‘장영실’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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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蔣英實, 1390?~1450?)은 동래현의 한 관기(관청에 딸린 기생)의 아들로 태어났다. 천한 신분으로 태어나서, 소년 시절에 친구가 하나도 없이 혼자 놀면서 자랐다. 혼자 놀아야 하므로, 장영실은 무엇을 만들거나 고치는 데 취미를 붙였다. 그러다가 10살 때 관기인 어머니와도 헤어져야 했다. 관가에서 장영실을 관노로 바치라는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장영실이 세종의 지시로 이천과 1433년 9월 ‘혼천의’(천문시계)를 만들어냈다. 이에 세종은 크게 기뻐하고 장영실을 정4품 벼슬인 호군으로 높여주었다. 장영실은 그로부터 이천과 같이 1434년엔 '자격루'를 완성하고, 밤낮으로 연구해 갖가지 천문관측기구를 만들었다. 자격루가 완성된 지 4년만인 1438년 1월에 장영실은 또 하나의 자동물시계인 옥루를 완성하였는데, 이것은 흠경각에 설치되었다. 1441년, 장영실은 왕의 특명을 받고는 세계 최초의 양수표인 수표를 발명하였다. 수표는 서울 청계천의 수표교와 한강변에 세워졌다. 장영실은 이 공로로 상호군에 임명되었다. 어느 날, 세종이 장영실에게 부탁 한 가지를 하였다. "가마가 불편하니, 그것을 타고내리기 편하게 고쳐주오." "좋은 가마를 만들어 올리겠습니다" 하고, 문을 양쪽에 달아서 드나들기 편리하게 하고 또한 가마의 계단을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계단식으로 하려고 세밀히 설계를 하여 제작을 하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장영실은 세종이 타는 새로운 가마를 만들었다. "과연, 그대의 솜씨는 참으로 훌륭하오!" 세종은 새 가마를 타고 종묘를 떠나 창덕궁 쪽으로 향했다. 가마가 돈화문에 이르렀을 때, 가마꾼이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중심을 잃었다. 우지지직…, 가마가 부서지고 세종이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이 사건으로 장영실은 의금부로 잡혀가서 곤장 100대의 형을 받았다. 세종은 장영실의 형을 가벼이 해주라고 하였다. 장영실은 곤장 80대를 맞고 감옥에 갇혔다. 그 뒤 장영실에 관한 기록이 없어서, 그가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그리고 관노가 되었던 장영실이므로 태어난 연대조차도 모른다. 다만, 세종을 도와 과학에 이바지한 그의 공로만이 찬란히 빛날 뿐이다.
 | | 박연 선생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충북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 난계사(蘭溪祠)에 세워져 있는 ‘박연 동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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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이 과학의 천재라고 한다면, 박연(朴堧, 1378〜1458)은 음악의 천재라고 할 수 있다. 박연은 고려 말기인 1378년에 충정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이 무렵, 영동은 경상도에 속했다. 아버지 박천석은 삼사좌윤이라는 벼슬을 지낸 분이다. 박천석은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벼슬을 내놓고 고향인 영동으로 내려가서 살았다. 어머니 월성김씨는 외아들 박연을 낳고는 10년밖에 더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11살 때 어머니를 여읜 박연은 피리를 불어가며 어머니 생각을 하였다. 박연은 피리를 아주 기가 막히게 잘 불었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박연을 보면 이렇게 말했다. "저 아이는 막대기라도 입에 갖다 대면 음악소리를 낼 아이야." 박연은 그냥 피리만 부는 게 아니라, 악률 공부도 하였다. <율려신서>는 중국 송나라 때의 음악가인 채원정이 편 음악 이론 책으로, 이것을 얻어 보았다. 28살이 된 박연은 한성으로 올라가 생원을 뽑는 과거를 보아 당당히 급제하였다. 때는 조선 태종 5년, 즉 1405년이었다. '내 피리 실력을 한번 시험해보아야지!' 박연은 전악서를 찾아갔다. 거기에는 유명한 음악가들이 모여 악기의 연주와 음악 이론을 연구하고 있었다. 영동 땅에 사는 박연, 하면 피리의 명수로 그 지방에서는 꽤 알려져 있었다. 한데 악공들은 박연을 보자마자 비웃었다. "어서 한양 땅에서 한 곡조 불어보시구랴." 어느 악공이 피리를 갖다주자, 또 한번 전악서에 웃음이 폭발했다. 박연은 고향에서 제일 자신 있게 분 곡조를 뽑았다. 악공들은 발을 굴러대며 웃었다. "아니, 왜 들 그러십니까?" "피리도 음악이오. 음악은 일정한 가락이 있고, 그 가락 속에 신비스런 맛이 곁들어져야 하오. 그대가 분 피리는 시골에서 멋대로 불어젖히는 속된 소리요." "우물 안 개구리였군요! 저도 <율려신서>를 읽고 음률 공부도 하며 피리를 불었으나 음악에는 미치지 못했나 봅니다." 박연은 악공에게 자기가 분 곡을 한번 불어보라고 하였다. 악공이 부는 피리 소리는 과연 달랐다. 1411년, 박연은 생원 시험에 급제한 지 만 6년만에 문과에 급제하여 교리에 임명되었다. 교리는 정5품 벼슬이다. 박연은 집현전 교리로 일하면서 전악서에 찾아가 음악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였다. 그러면서 박연은 사간원의 정언, 사헌부의 지평 등의 벼슬을 지내었으며, 1418년에는 왕세자에게 글을 가르치는 세자 시강의 문학이 되었다. 이때 박연이 가르친 세자는 뒷날 세종대왕이 된 충녕이었다. "세자 저하, 저는 벼슬보다도 피리를 더 좋아합니다." "한번 피리 소리를 들려주세요." 박연은 때때로 충녕에게 피리를 불어 들려주고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충녕이 왕위에 올라 세종이 되었다. 세종은 박연을 관습도감의 악학별좌의 자리에 앉혔다. "벼슬보다도 음악을 더 좋아한다니까, 과인을 도와서 훌륭한 음악을 발전시키시오," "성은이 망극하여이다." 이렇게 하여 박연은 어릴 때부터 품어온 음악에 대한 남다른 정열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변변한 음악책 하나가 없구나!' 박연이 악학별좌가 되어 처음 느낀 점이었다. "우선 음악에 관한 책을 엮어내는 것이 급하옵니다." 세종의 생각도 박연과 같았다. 1426년, 세종은 박연에게 봉상시 판관이라는 벼슬까지 겸하게 하고는 '의례상정소'를 두어 영의정 황희, 우의정 맹사성, 허조, 정초, 신상, 권진 등에게 악률 연구를 하도록 명하였다. 음악책은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 아악이 들어온 것은 고려 예종 때이다. 이때 송나라 궁정 음악인 대성악이 들어와 궁중에서 연주됨으로써 고유 음악으로 발전된 것이다. "중국 것은 좋은 것도 있지만 고쳐야 할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박연이 세종에게 말하자, 세종은 아악의 잘못된 점을 고치라고 명했다. 박연은 여기에 크게 힘입어 아악의 연주에 관한 것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악 연구에 중요한 악기는 편경과 편종이다. 이 무렵에 쓰이는 편경과 편종은 고려 때 중국에서 사들인 것으로,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았다. 박연은 편경과 편종을 연구하여 마침내 1427년 편경 12개와 거기에 맞는 12율관을 새로 만들어 정확한 음률로 아악을 연주할 수 있게 하였다. 이것을 3년 뒤에는 수정하여 아악을 우리 음악으로 완성해놓았다. 또한 박연은 아악의 악보도 편찬해내었다. 1431년, 정월 초하룻날, 근정전에서 처음으로 조회 아악이 연주되었다. 여기에서 박연이 새로 만든 편경과 편종, 그 밖에 개량한 악기가 동원되었다. 뿐만 아니라, 박연은 종묘아악에 쓸 악기를 만들어 종묘악을 완성했다. 그 제례악은 오늘날까지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쓰이고 있다. 박연은 회례에도 아악을 쓸 것을 주장하여, 여기에 쓸 악기도 만들어냄으로써 독특한 궁중 음악을 개척하였다. 우리 고유의 음악을 발전시키기 위해 박연은 세종에게 무려 450번이나 상소를 올렸다. 1450년, 세종이 세상을 떠나자 박연은 며칠 동안 통곡을 하였다. 박연은 예문관 대제학의 벼슬에까지 올랐지만, 오로지 음악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1455년에는 '사육신 사건'에 세 아들 중 막내아들인 계우가 관계되어 죽음을 당했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피리를 불며 달래던 박연은 81살로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박연은 왕산악, 우륵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3대 악성으로 불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세종이 한글 창제에만 힘쓴 게 아니라 장영실에겐 과학을, 박연에겐 음악을 개척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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