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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현충의 달’ 6월과 현충원과 六臣詞 | | | | 입력시간 : 2018. 07.10. 16:12 |
 | | 고운석 주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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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6월 6일 ‘현충일’이 있는 달이라 호국 영령들을 추모하는 달로 삼고 있다. 지금은 6월이 아니라도 정치인이나 일반인들이 현충원을 찾고 있지만, 국립서울현충원은 6·25전쟁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국군 장병들의 묘지로 1957년에 마련되었다. 처음에는 국군묘지로 조성되었지만 이후 나라를 지키다 돌아가신 경찰관-예비군과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싸운 구한말 의병과 애국지사 등이 모셔져, 현재 16만5000여 명의 호국 영령이 잠들어 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지와 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도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다.
현충원이 들어서기 전 이곳에는 육신사(六臣詞)라는 사당이 있었다. 육신사는 조선시대 자신이 모시던 임금을 위해 충절을 지킨 여섯 신하의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이름과 죽은 날짜를 적은 위패)를 모신 곳으로, 여기서 여섯 신하는 성삼문·박팽년·이개·하위지·유성원·유응부를 가리킨다. 이들은 조선 6대 임금 단종을 향한 충절을 굽히지 않다가 죽임을 당해 ‘사육신(死六臣)’이라고 부른다.
단종은 1452년 아버지 문종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열한 살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어린 아들이 걱정되었던 문종은 죽기 전 황보인·김종서와 집현전 학사였던 성삼문·박팽년 등에게 “아들은 잘 보필해달라”는 당부를 유언으로 남겼다. 하지만 이들은 단종의 삼촌 수양대군의 야심을 막을 수 없었다. 1453년 수양대군은 계유정난을 일으켜 황보인과 김종서를 제거하고 조정의 권력을 모두 장악하였다. 어린 단종은 하루아침에 허수아비 왕이 되고 말았다. 단종을 지키던 신하들을 제거하는 데 앞장선 한명회의 강요를 이기지 못한 단종은 1455년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말았다. 이리하여 수양대군이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되었다. 단종이 왕위에 오른 지 3년 정도가 되었을 때였다. 힘으로 조카를 몰아내고 왕좌를 차지한 세조를 보며 분노한 사육신은 1456년 세조를 몰아내고 단종을 복위시키는 단종 복위운동을 준비하였다. 하지만 복위운동을 실행하기도 전에 계획이 새어나가면서 역모죄로 체포되었다. 화가 난 세조는 성삼문을 비롯한 사육신을 직접 심문하였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과인의 녹을 받으면서 역모를 꾀하였느냐?” 그러자 사육신은 이렇게 답했다. “나리, 소인들은 나리의 신하가 아니기에 나리의 녹을 받은 적이 없소이다!” 사육신이 세조를 ‘전하’라고 부르지 않고 ‘나리’로 부른 것은 세조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들에게 진정한 임금은 단종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단종을 향한 충절의 대가는 가혹했다. 박팽년은 심한 고문을 받아 옥에서 목숨을 잃었고, 성삼문·이개·하위지·유응부는 비참하게 처형당했다. 유성원은 체포되기 전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육신이 죽고 난 뒤 이들의 고귀한 충절에 감동한 남효온은 주변의 만류에도 이들의 이야기를 전기로 적었다. 임금을 향한 충절을 지킨 사육신의 행적을 후세에 길이 전하기 위해서였다. 여섯 신하가 사육신으로 불리게 된 것도 남효온이 쓴 ‘육신전’이 세상에 알려진 덕분이다. 세조 때는 역적으로 몰렸던 사육신은 조선 중기 이후 선비들 사이에서 ‘충절을 지켰던 진정한 신하’로 재평가되어 칭송받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충원 자리에 있던 육신사가 언제 생겼다가 사라졌는지, 서울 노량진에 있는 사육신묘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관한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사육신묘는 단종 복위운동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세조 밑에서 벼슬 하기를 거부했던 여섯 신하(생육신) 중 한 사람인 김시습이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숙종 때 사육신묘 부근에 ‘민절사’라는 사당이 생겼다가 ‘민절사원’으로 바뀌었다는 기록과 정조 때 사육신묘 근처 길가에 이들의 충절을 기리는 비석이 세워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대구에도 ‘육신사’라는 사당이 있다. 사육신의 후손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박팽년의 후손이 숙종 때 박팽년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지은 곳이다. 처음에는 박팽년의 위패만 모셨는데, 후손이 사육신 모두가 사당문 밖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꿈에서 본 뒤 나머지 5명의 위패도 함께 모셔 육신사가 되었다.
어찌됐건, 호국 영령들을 잘 섬기는 것은 후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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