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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논평> 비정규직 죽음
입력시간 : 2019. 02.02. 15:45


나경택 본지 고문,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청년 비정규직 하청노동자가 홀로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한국서부발전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현장 운전원 김용규(24)씨가 석탄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발전소 운영을 담당하는 하청 민간회사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계약직으로 입사한 지 3개월밖에 안 됐다. 청와대 앞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대표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에는 김씨가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찍은 인증샷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해주었다.

2010년 이후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12명의 하청노동자가 사고로 숨졌다고 한다. 2012~2016년 346건의 사고로 전국의 발전소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죽었는데, 이 중 97%(337건)가 하청노동자 업무에서 발생했다. 하청노동자들의 희생이 많은 것은 발전 공기업들이 최저가로 낙찰된 민간하청업자에 일을 맡기기 때문이다. 김씨가 속한 회사도 원래는 발전소와 같은 공기업이었지만 2014년 민영화됐다. 김씨가 과거 정규직들이 했던 것처럼 2인1조로 근무했다면 동료가 기계를 멈춰 끔찍한 사고를 당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발전 공기업들은 하청노동자들의 일이 '필수유지업무'가 아니라며 공공부문 정규직화 방침을 거부하고 있고, 노동자들은 "정규직 안 해도 좋다.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용노동부는 발전소가 안전관리규정을 지켰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발전소 운전·정비업무의 정규직 전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 후 첫 업무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지만, 비정규직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8월 현재 비정규직이 전체 임금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3.0%로 지난해(32.9%)보다 높아졌다. 정규직 임금은 1년 전보다 5.5%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은 4.8% 증가에 그쳐 임금 격차는 더욱 커졌다. 컵라면과 과자, 손전등, 작업복….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씨의 유품은 비정규직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컵라면은 김씨가 식사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손전등은 열악한 작업장을 대변한다. 김씨는 어두운 작업장 근무에 투입됐지만 헤드랜턴조차 지급받지 못했다. 컵라면 유품은 2년 전 지하철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모군의 가방에서도 나왔다. 컵라면은 비정규직의 고단한 삶을 상징한다. 그러나 비정규직에게 더 무서운 것은 죽음이다. 기업이 위험한 일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외주화가 만연하면서 비정규직들이 죽어가고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와 관련해 관계부처 합동대책을 내놓았다. 고용노동부는 태안발전소에 대해 사고 원인 조사와 함께 특별산업안전보건감독을 실시키로 했다. 나아가 석탄화력발전소 12곳 모두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위험 설비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 합동대책 발표문에는 '엄중한' '고강도' '특별' '긴급' 등의 수식어가 가득하다. 이번 사고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평상시 발전소에 대한 정기 안전점검이 이뤄졌다면 긴급진단도 불필요하다. 정부의 백화점식 대책이 사후약방문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회의에서 "최근 산재 사망의 공통된 특징이 주로 하청노동자이고 비정규직노동자라는 사실"이라며 "'위험의 외주화' 현상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위험업무의 외주 금지법안 마련 등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근본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김용균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나경택 본지 고문,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gnp@goodnewspeople.com        나경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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