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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 “이것이 예술작품이라고?”
'소변기'로 현대미술 흐름 바꾼 마르셀 뒤샹 展
'샘'·'계단을 내려가는 나부 No.2' 등 국내 첫 공개
입력시간 : 2019. 02.02. 16:13


‘샘’(1917년 작, 1950년 복제).
1915년 여름, 스물일곱 살 뒤샹은 전쟁에 휩싸인 파리를 떠나 뉴욕으로 향했다. 뉴요커가 된 그는 수집가 루이스와 월터 아렌스버그 부부 주변에 모인 예술가·작가·지식인 무리에 합류했다. 체스를 잘했던 그는 이 그룹에서 스타로 부상했고, 아렌스버그 부부는 뒤샹의 후원자가 됐다.
‘자전거 바퀴’(1913년 작, 1964년 복제).


수집가 아렌스버그와 어울리던 1917년, 뒤샹은 뉴욕의 현대미술을 위해 예술가가 운영하는 포럼인 독립예술가협회 창립멤버였다. 그는 젊고 패기만만한 독립예술가협회가 민주주의와 수용성이라는 가치를 얼마나 수호하는 지를 시험했다. 그해 2월 '어떤 예술가든 6달러만 내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는 협회 첫 전시인 '앙데팡당'전에 이름을 감추고 철물점에서 구입한 화장실 소변기를 출품했다. 작품 제목을 '샘'이라 쓰고 'R. Mutt'라고 검정물감으로 서명을 했는데, 이 사인은 뉴욕 변기 제조업자인 리처드 머튼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다. 그 협회 위원이었던 수집가 아렌스버그는 "우리는 그것을 거부할 수 없다"며 변기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조직위원회측은 “그것은 전혀 미술품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선언하며 '샘'을 전시하지 못하게 했다. 뒤샹은 이에 항의하여 사임했다. 훗날 '변기' 사건은 20세기 현대미술에서 가장 혼란을 던지며 뒤샹에게 유명과 악명을 동시에 선사했다. ‘R. MUTT’라고 서명한 남성용 소변기 '샘'은 현대 예술, 개념미술의 시작이다. 당시 미술계를 뒤집어놓은 샘은 현대미술사 흐름을 바꾼 파격 예술의 시작이었다.

당시 뒤샹의 후원자였던 아렌스버그 부부가 그 변기를 사들였는데, 잃어버렸다. 그래서 작품 '샘'은 다시 복제되었다. 전시됐던 변기가 아닌, 새로 서명한 변기 샘은 '오브제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지킨 것'이라고 해석됐다. 일반적인 상점에서 산 기능적인 물건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미술의 맥락에 들어온 '레디메이드(ready-made)'의 발명이자 '20세기 예술적 급진성의 아이콘'이 된 것이다.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No.2’(1912년 작).


소변기 '샘'은 2004년 12월 영국 미술가 500명이 1위로 뽑은 ‘지난 20세기 100년간 후대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작품’으로 선정됐다. '위대한 천재 예술가'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과 '팝아트 황제'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두 폭'을 누른 뜻밖의 결과였다.

1917년대 쓰레기로 취급됐던 이 소변기 작품은 그로부터 82년이 지난 1999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무려 1700만 달러에 낙찰됐다. 뒤샹의 작품 중 최고 기록을 세우는 순간이었다. 이 소변기는 1917년 제작된 ‘원작’(?) 바로 그것도 아니고 1964년에 새로 만든 8번째 에디션이었다. 유리관에 싸여 성전처럼 모셔진 소변기 '샘'을 보면 '대체 저것이 왜 예술이란 말인가?'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그러나 뒤샹은 "예술가라면, 진정한 대중이 나타날 때까지 50년이고 100년이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바로 그 대중만이 내 관심사다"라고 말했다.

현대미술사의 혁명을 이끈 그 소변기 '샘'을 실물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지난달 21일 마르셀 뒤샹전이 개막된 것. 그의 대표작이자 최대의 논란을 일으킨 남성용 소변기를 활용한 '샘'부터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2)', 첫 번째 레디메이드(ready-made) 작품 '자전거 바퀴' 등 150여점을 직접 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4월 7일까지 계속된다.

1958년 파리 트리야뇽 프레스 사무실에서 작업 중인 마르셀 뒤샹.


NP gnp@goodnewspeople.com        NP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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