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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논평> '인생은 70부터'
입력시간 : 2019. 03.10. 11:12


나경택 본지 고문·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육체노동 가동연한이란, 몇 살까지 육체노동을 할 수 있는가를 뜻하는 법률용어다. 보통 기계에나 사용하지, 농담이 아닌 다음에야 아무도 사람에게 가동연한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것만 봐도 법이 속성상 얼마나 변하기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다.

어쨌든, 육체노동 가동연한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1989년 55세에서 60세로 바뀐 이후 강산이 3번이나 바뀔 만큼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016년 기준으로 82.4세로 1989년보다 10세 이상 늘었다. 환갑잔치란 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칠순잔치도 보기 드문 요즘이다. 60~64세 고용률은 60%로, 전체의 절반 넘는 사람이 현역으로 뛰고 있다. 택시운전사의 경우를 보면, 전국 약 27만 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7만2800명이나 된다. 현재 판례로도 의사는 65세, 변호사-목사는 70세까지 일해 돈을 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니 육체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가동연한도 65세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교통사고든 안전사고든, 피해자에게 얼마만큼의 손해배상을 할 것인가는 사안별로 복잡하다. 직장인의 경우, 정해진 봉급이 있으니 계산하기가 비교적 쉽다. 문제는 소득을 입증하기 어려운 일용직-주부 같은 경우다. 현재 육체노동자의 일당 기준은 중소기업중앙회와 건설협회가 제시한 9만5000원. 만약 35세 전업주부나 일용직 근로자가 본인 과실 없이 사망했을 경우, 한 달 근로일수 22일에 60세까지 남은 날짜를 곱해 2억7700만원을 받는다. 가동연한이 65세로 늘면 3억2000만원 정도로 많아진다. 육체노동 가동연한 기준이 연장되면 보험금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민사사건에서의 손해배상, 국가가 운영하는 연금제도의 운용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끼친다. 평균연령만 늘어난 게 아니라 연금 수급 연령이 높아졌다. 반면, 실제로 일하는 일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동안 사회 경제적 여건이 엄청나게 바뀌었으니 이제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손질할 때가 되긴 했다.

한 사람이 교통법규 위반으로 딱지를 떼게 됐다. 경찰한테 "내 칠십 생일날인데 좀 봐달라"고 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지켜봤다. 경찰은 무표정하게 과태료고지서를 작성하고 건넸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반한 사람은 "너무하네" 하면서 차에 올라타 고지서를 펼쳐봤다. 거기엔 '생신 축하합니다. 어르신'이라 적혀 있었다. 이것이 실제 있었던 이야기인지는 확인해보지 못했다.

노인들은 "우리도 일할 수 있다"고 하지만, '졸업이 곧 실업'인 젊은이들의 축 늘어진 어깨를 보면 정년 늦춰달라거나 일자리 만들어달라는 말이 나오기 어렵다. 바야흐로 노인과 젊은이 간 '세대 전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백세인생에서 전반기 50년이 '번식기'라면 후반기 50년은 '번식후기'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사람은 번식을 멈추고도 수십 년 더 사는 별난 동물"이라는 것이다. 서울대 김태유 교수는 '은퇴가 없는 나라·국가 경제를 이모작 하라'는 책에서 '활동적 고령화'를 주장했다. 젊은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은퇴하지 말고 타이어를 갈아 끼우고 인생 마일리지를 새로 쌓기 시작하자는 것이다. 돈은 좀 덜 받더라도 판단력-네트워크-노하우를 살려 노인이 비교적 우위를 갖는 직종에 종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한번 쓰고 버리는 볼펜인생이 아니라 그때그때 지식잉크를 재충전해 쓰는 만년필인생을, 젊은 세대에게 업신여김 당하지 말고 당당하게 살자는 뜻으로 이해됐다. 기대수명 속도를 감안하면 유럽의 정년은 2040년까지 70세, 미국은 70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 될 거라는 연구 보고도 있다.



나경택 본지 고문·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gnp@goodnewspeople.com        나경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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