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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콜센터 인권침해, 직원은 골병든다
"화장실 참아라"
'하루 이동시간 30분' 제한
콜센터 노조 대책위, 인권위 제소장 제출
입력시간 : 2019. 03.10. 11:16


KB국민은행 콜센터의 한 상담사가 공개한 실적 관련 화면
대전 유성구 KB국민은행 콜센터 직원들은 근무시간 중 화장실 사용 시간을 포함한 '이석시간'(자리를 뜨는 시간)을 하루 30분으로 제한받는다. 이곳 콜센터의 한 팀은 보통 10명 내외로 이뤄져 있는데, 팀원들 중 화장실을 두 명 이상 한꺼번에 갈 수 없는 규정도 존재한다.

몰래 화장실을 다녀온다는 건 불가능하다. 내부 직원들에 따르면 이곳은 직원들을 초 단위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을 가려면 프로그램 상 '이석 시간' 부분에 체크를 하고 움직여야 한다. 한 상담사는 "30분 한도 내에서 사용하지 못하고 그게 넘어가면 팀장한테 불려간다"면서 "갈 거 다 가면 남들만큼 전화를 못 받으니까 화장실 가는 걸 참고 일해서 질환이 생기는 직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국내 대부분의 콜센터 상담사들이 생리현상을 통제받는 등 비상식적인 노동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내부에서 이처럼 반인권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사측은 "하청과 계약관계일 뿐 직원 관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콜센터지부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의 콜센터 사업장에서는 직원들의 '이석 시간'을 통제하는 업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난 1월9일 콜센터 노동조합 대책위원회는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콜센터 상담사들의 노동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는 제소장을 제출했다.


KB국민은행 콜센터 이외에도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서비스 콜센터, 애플케어 콜센터 등이 있다. 삼성전자 서비스 콜센터의 경우 전체 메시지를 보내 직원들에게 화장실 사용을 자제하도록 압박하고, 애플케어 콜센터는 상사에게 허락을 맡고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명백한 비상식적 환경이지만 콜센터 사업장 내부에선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산을 통해 대부분의 업무 소통을 하기 때문에 잘못된 근무시스템이라고 인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계자는 "일반 회사처럼 직접 얼굴을 보고 일하는 게 아니라 채팅이나 메신저, 프로그램 등으로 소통하고 쪼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의식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콜센터 사업장들의 원청인 사측은 하도급업체를 통해 목표치만 하달하기 때문에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피해가고 있다.

콜센터 노동조합 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담사들의 이처럼 열악한 노동 환경의 개선을 위한 현장조사를 요구하는 제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날 대책위 측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건강과 안전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고 휴식시간은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건조한 작업장에서 말을 하는 일이라 수분 섭취가 잦으니 적어도 화장실은 원할 때 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강압적인 노동통제는 콜센터 산업이 원·하청이란 구조 속에 존재하면서 과도한 정량적인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라고 덧붙였다.

현재 인권위 측은 제소장 접수 후 서비스연맹 측에 정책 권고 형식으로 추진하는 내용의 답변서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개별 직원이 아닌 사업장 전체의 인권침해 문제이기 때문에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다.

인권위 관계자는 "아직 위원회 의결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하진 않지만 화장실 통제의 경우 기본권 침해사항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gnp@goodnewspeople.com        뉴시스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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