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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파워> 조각가 손유진
할아버지-아버지 뒤를 이은 3代 석공
기본기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 시도
지난해 ‘가족이야기’ 전시회 큰 화제
입력시간 : 2019. 03.10. 11:48


예향의 도시, 전라남도 목포시 석현동에는 이색 전시관이 있다. 도로에서는 얼른 눈에 띄지 않지만 9800㎡ 규모의 야외 전시장에는 크고 작은 석조 작품 200여 점이 전시되어 있어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손창식 석조 전시장’이라고 명명된 이 곳은 전국에서 보기 힘든 전남 최초의 석조 전시관이기 때문이며, 더욱 화제를 끄는 것은 바로 3대(代)를 이어 온 조각 가문이라는 점이다. 현재 이전시장에는 아버지 손창식 조각가와 딸 손유진 조각가가 함께 유진씨의 할아버지 고(故) 손양동 옹의 뒤를 이어 가업을 전수하고 있다.

남자들도 버티기 힘든 거친 일터에서 여성 석공은 매우 드물지만 유진씨에게 조각은 할아버지부터 아버지까지 이어지면서 늘 봐 오던 자연스러운 생활이었다. 어려서부터 작업장을 놀이터 삼아 망치와 정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유진씨이기 때문이다.


유진씨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조각설치 미디어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한 후 아버지의 작업장이자 전시장인 목포로 내려와 아버지와 함께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증언과 경험을 바탕으로 ‘1945년 이후 목포지역의 석건축 및 석조각 제작현황과 석공 교육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발표하며 목포 지역 석공방의 역사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하고 지난 2013년에 명인 전수자로 지정받았다.

유진씨는 “논문을 쓰려고 보니 석공 관련한 자료가 전무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증언이 없었다면 논문을 쓰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꾸준히 석공의 학술적 체계 정립을 위해 연구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처음 그녀가 석공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 손창식 조각가는 거칠고 힘든 작업 때문에 만류하기도 했지만 실제 돌을 다뤄봐야 기법과 조형성을 알 수 있다고 믿고 마지막에는 딸의 결정을 지지했으며 지금은 그 누구보다 그녀의 동료이자 조력자로 함께하고 있다.

손씨 가문이 석조와의 인연은 할아버지 손양동 옹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 옹이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석공에 입문해 1935년 석공방을 졸업하고 한국은행 목포본점 석조 화강암 건축물을 건립하였다. 할아버지는 대한민국 근대 문화유산 등록문화재인 목포대 본관 석조 건축물을 비롯, 경동 천주교회, 완도 수산고등학교, 북교동 천주교회, 무안·일로 천주교회 석조 건축물을 건립하는 등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석 건축물이 없을 만큼 목포 일대 근대 석건축물의 초석을 다진 손꼽히는 명장이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레 석공의 길을 걷게 된 손창식 조각가는 작품 제작은 물론이고, 학문과 교육에도 매진해 2009년 대한민국 인물 석조 명인(09-235호) 칭호도 얻었다. ‘근대 석조미술의 양식과 기법에 관한 연구-목포지역을 중심으로’라는 석사 논문으로 목포지역의 근대 석조 건축물의 역사와 석공방의 전승 계보, 석공방의 실태와 보존 현황을 체계화 시켰다.

또 손창식 조각가는 2005~2012년까지 광업 진흥공사, 목포대, 조선대에 출강해 석조각 기법과 조각 기법 등을 가르치며 제자들을 양성하기도 했다.

손창식 조각가는 “나에게 있어 작품은 돌을 쪼개는 것이 아니라 돌이 가진 형상을 끄집어 내는 것”이라며 “이러한 돌 문화를 보존하고 꽃 피우며 예술적 가치를 높여 전통 조각이 빛을 낼 수 있는데 일조하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주로 인간 내면의 모습을 드러낸 얼굴 형상을 조각하는 아버지 뒤를 잇고 있는 유진씨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배운 기본기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자신 만의 느낌 있는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유진씨는 “젊은 세대로서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려 노력한다”며 “돌이나 쇠와 같은 소재를 보면서 그때의 감정이나 느낌을 담으려 한다”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유진씨는 지난해에 매우 뜻 깊은 전시회를 기획했다.
‘손창식 석조 전시관’ 개관 4주년을 기념해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3대 가족 이야기’라는 주제로 6월 26일부터 7월 8일까지 전시관에서 할아버지, 아버지, 유진씨의 작품은 물론 도자기를 하는 고모 손보영씨와 서양화를 전공한 사촌 형제의 작품들을 전시해 주목 받기도 했다. 올해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수없이 많은 작가의 손길을 거쳐 단단하고 차갑기만 한 돌에 부드럽고 따뜻한 감성을 담고 있는 손창식-손유진 부녀(父女). “좋은 작품 만드는 것”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프로필≪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조각설치 미디어학부

-2006 신조형 미술대전 입선

-2008 환경미술대전 입선

-2009 서울 여성미술대전 최우수상


방수진 기자 gnp@goodnewspeople.com        방수진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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