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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강의 세상 이야기> ‘죽을죄’가 ‘積善’이 된 사연
입력시간 : 2019. 04.13. 16:00


황첨지네 집에서 5년이나 머슴을 살다 새경으로 초가집과 밭을 받아 나온 노총각 억쇠는 열심히 일해 살림이 토실하게 되었다. 눈발이 휘날리는 어느 날 오후, 뜨뜻한 방에 혼자 누워 있으니 색시 얻을 생각만 떠올랐다.

그때, “억쇠 있는가?” 부르는 귀에 익은 소리에 문을 여니 황첨지 안방마님이 보따리 하나를 이고 마당에 들어서는 게 아닌가. 억쇠는 맨발로 뛰어내려가 머리에 인 보따리를 받아 들었다. “그저께 김장하여 자네 몫도 조금 담갔네.” 억쇠는 너무 고마워 눈물이 핑 돌았다. “자네 살림은 어떻게 하나 한번 보세.” 마님은 부엌에 들어가 억쇠가 만류해도 흩어진 그릇을 씻고 솥을 닦았다. 방에 들어온 마님은 억쇠를 흘겨보더니 “김치를 이고 개울을 건너다 발목을 삐어 발목이 시려오네, 자네가 좀 주물러주게.” 버선을 벗어던진 마님의 종아리를 본 억쇠는 고개를 돌리고 발목을 주무르는데, “무릎도 좀…” 하며 마님이 고쟁이를 걷어올리자 희멀건 허벅지가 드러났다. 억쇠의 하초는 빳빳해지고 마님의 숨소리는 가빠졌다. 마침내 마님이 억쇠의 목을 껴안고 자빠졌다. 마흔이 갓 넘은 마님의 농익은 몸은 불덩어리가 되었다. 노총각 억쇠의 바위 같은 몸이 꿈틀거릴 때마다 마님은 숨이 넘어갈 듯 자지러졌다.

뒤돌아 꿇어앉아 바지춤을 올리며 억쇠는 모기소리 만하게 “마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다. 그러나 마님은 십년 묵은 체증이 가라앉은 듯 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자네는 내게 적선을 한 게야. 자네도 알다시피, 바깥양반이란 게 허구한 날 젊은 첩년 치마 속에 싸여서 한 달에 한 번도 집에 들어오는 법이 없네.” 마님과 억쇠는 또 한 번 불타올랐다.

봇물이 터지듯이 황첨지 안방마님은 툭하면 떡을 싸들고, 호박죽을 들고, 쇠고기를 들고 억쇠네 집으로 왔다. 어느 날, 억쇠 품에 안긴 마님이 “나 이제 고개 넘고 재를 건너 이곳까지 못 오겠네. 날이 어두워지면 자네가 우리 집에 오게” 하더니 대담하게도 억쇠를 안방까지 끌어들여 몸을 풀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삼경이 가까워올 무렵, 안방에서 한참 일을 치르고 있을 때 난데없이 집에 오는 길을 잊은 듯하던 황첨지가 대문을 두드렸다. “문 열어라!” 억쇠는 바지만 걸쳐 입고 옷을 옆구리에 찬 채 봉창을 타고 빠져나와 뒷담을 넘어 사라졌다. 그런데도 황첨지가 저잣거리 깡패들을 데리고 곧장 덮쳐올 것만 같아 문을 잠그고 도망쳐버렸다.

훗날, 황첨지 안방마님과 노총각 억쇠는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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