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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지의 농업인> 전남 강진서 바나나 생산하는 김생수 대표 | ‘지우네 스토리팜’ 친환경 유기농 바나나농장
“우리 땅에서 키운 바나나 맛 한 번 보실래요” | | | | 입력시간 : 2019. 04.13. 17:28 |
강진에서 열대 과일 바나나가 생산된다. 기후 온난화 영향이니 열대 과일 바나나 생산이 당연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바나나를 처음 전라도 땅에서 수확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강진읍 춘전마을 앞 들녘. 비닐하우스가 숲을 이뤘다. 높이가 남다른 한 비닐하우스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우스 문을 빠끔히 열어젖히자 후끈한 열기가 얼굴을 감싼다. 바깥 날씨에 비하면 열대지방에 온 기분이다.
비닐하우에 들어서면 열대우림이다. 3300㎡ 규모의 하우스에 바나나 나무가 빼곡하다. 나무마다 초록빛의 바나나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샹들리에를 연상케 한다.
파파야 나무에도 팔뚝만 한 파파야가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다. 노니도 싱그러움을 뽐낸다. 이국적이다. 하우스 한쪽을 차지한 육묘장엔 모링가와 노니 모종이 커가고 있다.
전남 지역에서 처음으로 바나나 재배를 시작한 김생수 대표 농장 ‘지우네스토리팜’의 풍경이다. 김 대표는 이곳에서 바나나 600그루와 파파야, 노니, 감귤을 키우고 있다.
“감귤을 재배하기엔 하우스를 너무 멋있게 지었어요. 내친김에 아열대 과일로 승부를 보려고요. 해서 파파야와 노니, 모링가 묘목을 조금씩 심고 있어요. 하우스에 가장 잘 맞는 작목을 찾느라 시험 재배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겠죠.”
제주에서 감귤 농사 짓다 강진으로 귀농
무안 일로가 고향인 김 대표는 강진에 정착하기전 인천에서 인쇄업을 하다 감귤농사를 짓기 위해 제주도로 귀촌했다. 그런데 감귤 농사에 재미를 붙일 무렵 제주도 땅값이 뛰기 시작했다. 땅을 임대해 감귤 농사를 짓는 김 대표는 또다시 힘들어졌다.
“지금 제주는 제2공항 때문에 땅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어요. 땅을 빌려 농사짓는 농민에게는 죽을 맛이죠. 강진군귀농협회와 결연 행사 차 강진에 들렀을 때 반했어요. 기후가 너무 좋은 거에요.”
강진군 귀농협회에서 결연행사차 초대를 한 것이다. 무엇보다 일조량이 풍부한 게 마음에 들었다. 과일 맛은 일조량이 좌우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터였다. 사흘이 멀다고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반복되는 제주와는 비교가 되질 않았다. 땅도 비옥했다. 열대 과일을 키우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강진군의 귀농 지원책도 매력적이었다. 고향 무안 지역과 같은 전남 땅이지만 강진 날씨는 사뭇 다름을 김 대표는 이때 처음 알았다.
과일 생산후 물류비용도 훨씬 절감되었다. 더욱이 내 고향 전라도에서 농사지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도 편해졌다.
그는 가장 먼저 하우스를 4중으로 깐깐하게 지었다. 높이도 보통 하우스보다 높게 지었다. 2017년 2월이었다. 비닐하우스만 튼튼하게 지으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8미터 높이로 3300㎡에 하우스를 설치했다. 하우스를 설치하고 바로 감귤나무를 심었다. 5년후에야 감귤이 열리는 시간은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세월이었다. 김씨는 감귤이 열릴때까지 먹고 살아야 할 수입원이 필요했다.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송키밥’ 바나나에 주목했다. 바나나 품종 송키밥은 국내에서 키우기좋게 개량된 종이다. 식감이 좋고 당도도 높다. 병해충도 강해 전라도 땅에 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바나나는 심은지 10개월이면 수확할 수 있고, 많은 일손이 필요하지 않는 장점이 있기도 했다. 수입바나나는 익지 않은 상태에서 후숙을 시켜 먹기에 국내에 도착해서 먹는 수입산 바나나 맛은 훨씬 떨어진다.
그러나 국내산 바나나는 잘 익을 때까지 뒀다가 수확하니 그 맛이 수입산에 비해 훨씬 뛰어났다.
“첫해 고추와 토마토를 키웠어요. 그런데 수확할 일손이 없는 거예요. 밭에 그대로 썩혔죠.”
그때 주목한 게 바나나였다. 묘목을 심고 10개월이면 수확할 수 있다는 점과 일손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바나나 뿌리곰팡이 병의 확산으로 수입산 바나나값이 요동칠 것이란 판단도 한몫했다.
강진읍에 있는 김 대표 농장, ‘지우네 스토리팜’에서는 지난해 5월에 심은 바나나 수확이 한창이다.
“수확은 2월 중순부터 시작했습니다. 수입바나나는 수입 과정이 길어서 후숙으로 익힙니다. 신선도와 품질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죠. 우리는 충분히 익혀 따니까 신선도와 맛에서 수입산과 비교가 되질 않죠.” 김 대표 농장의 바나나는 2년에 3번 수확을 한다.
바나나 판로는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농협 위드 장터 판매와 함께 제주도 감귤 농사 때부터 신뢰로 맺어온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무농약 인증, 유기농업으로 GAP인증
“지우네스토리팜은 자연 먹거리를 추구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식품의 안전성이죠. 우리 농장에서는 화학성분이 들어간 방제약이나 비료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모두 직접 만들어 쓰죠. 3년 후엔 유기농업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김 대표의 농장에서는 바나나 나무를 그루당 20만원에서 25만에 개인에게 분양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친환경 농사를 짓는다. 이미 무농약 인증도 받았다. GAP인증에도 이름을 올렸다. 모든 병해충 예방약과 거름은 직접 만들어 쓴다. 장어를 숙성해 액비를 만들고, 해초액비나 유산균도 만들어 쓴다. 일주일에 두 번 물을 줄 때 타서 준다. 땅심을 높이고 나무의 면역력을 키우는 데도 좋다.
친환경 농업에 대한 그의 의지는 하우스 출입문에 설치한 에어커튼에도 그대로 배어있다. 하우스를 들고 날 때 몸에 해충이 붙어 따라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전남에서 처음으로 바나나 농사를 짓다 보니 시행착오가 잦았던 게 사실입니다. 남들은 ‘대성공’이라고 평가하지만 썩 마음에 들지 않아요. 나무를 배게 심은 게 실수인 것 같아요. 수확 후 다 베어내고 다시 심으려고요. 다행히 해남군과 함평군농업기술센터에서도 시험 재배 중이라고 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입니다.”
전남지역 바나나 재배 기술의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김 씨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010-7220-3978
김영춘 기자 gnp@goodnewspeople.com 김영춘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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