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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기사<98> 김응서 장군과 계월향
계월향의 도움으로 일본 적장 소서비 살해
조선 중기 장군으로 명나라 이여송 원군과 평양성 탈환에 공 세움
계월향은 아름답고 마음씨 고운 가무음곡 뛰어난 평양 제일의 명기
입력시간 : 2019. 05.18. 14:51


‘미인2-평양미인 계월향의 재해석’
김응서 장군은 조선 중기의 장군으로 선조 21년에 감찰이 되었다가 집안이 미천하여 파직당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다시 기용되어 왜군과 싸워 공을 세웠다. 그뒤 평안도 방어사로 승진했으며, 1593년 명나라 이여송의 원군과 함께 평양성을 탈환하는 데 공을 세웠다.

선조의 명에따라, 전사한 동래 부사 소상현의 관을 일본군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에서 찾아왔다. 그후 포도대장 겸 도정 함경북도 병마 절도사 등을 지냈다. 한데 야사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1592년 도요토미히데요시는 가토 기요마사, 고니시 유키나가 등을 선두로 육군과 해군을 동원해 조선을 침략했다. 군사력이 약한 조선은 부산에 착륙한 왜군이 한달도 채 안돼 한양을 점령하는 등 기세를 떨치자 선조는 의주로 피난하고, 왕자들은 함경도로 달아났다가 반역자에게 붙잡혀 전국에게 팔리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이렇게 몇 달 동안에 왜군은 평양·회령에까지 침공해 조선 국토의 대부분을 유린하고, 약탈, 방화 등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이처럼 나라가 존망의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이순신 장군은 거북선을 만들어 왜의 수군을 전멸시켰고 곽재우를 비롯한 많은 의병장과 서산대사·사명당 등 숭병장들, 그리고 애국적인 백성고 기생·노비까지 모두가 들고 일어났다.

계월향은 참으로 얼굴이 아름답고 마음씨 또한 부드러운 처녀였다. 그녀는 타고난 미모를 지녔을 뿐 아니라 총명함과 지극한 효심 때문에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나 어머니와 둘이 사는 생활이 너무나 가난하여 할 수 없이 기생이 되었다. 가무음곡에도 뛰어난 계월향은 곧바로 평양 제일의 명기로 불리게 되었다. 계월향이 김응서 장군과 깊이 교제하게 된 것도 이때의 일이다.

어느날 왜군의 평양 침공이 급보로 전해지자 월향도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보통문 밖으로 피난했다. 그러나 일시에 밀어닥쳐 성안으로 진입해 온 적군은 보통문 밖의 민가로 들어가서 가재도구나 식량을 닥치는 대로 약탈한 뒤 문밖에 있던 피난민들에게로 눈을 돌려 젊은 여자들을 모조리 끌고갔다. 너무나 끔찍한 일에 정신을 잃은 월향은 고니시 유키나가의 부장 격이었던 고니시 히다노카미 앞에 끌려가게 되었다.

호색한 소서비(당시 고니시 유키나가와 구별하기 위해 이렇게 불렀다)가 그녀를 놓칠리 없었다. 소서비는 입맛을 다시며 “정신을 차릴 때까지 간호해 주어라" 하고 부하에게 명령했다. 그 속셈은 뻔한 것이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계월향은 엉겁결에 “으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소서비의 얼굴이 너무나도 흉측했기 때문이다. 얼굴은 수염으로 뒤덮여 있고, 크고 툭 튀어나온 눈알, 거무칙칙하고 두툼한 입술이 마치 짐승 같았다. 소서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좀 더 쉬는게 좋겠다”라고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월향은 이런 남자에게 몸을 더럽히느니 차라리 죽는 쪽이 낫겠다고 생각했으나 어차피 목숨을 끊을 바에는 신변이 있는 적장놈을 쓰러뜨리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악귀같은 적장을 여자 한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쓰러뜨릴 수 있겠는가. 어떻게든 김응서 장군에게 연락해야 했다. 그의 솜씨라면 적장을 죽일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알릴 방법이 없었다. 월향은 눈을 감았다. 그녀가 적병에게 붙잡혔을 때 어머니가 뒤쫓아오며“내 딸을 데려가려면 차라리 나를 죽이고 가라”하고 외치던 소리, 그 어머니를 발로 걷어차던 적병의 모습, 목숨을 걸고 싸우던 백성, 그리고 적을 토벌하기 위해 승려가 무술을 단련하고 젊은이들이 권법을 배우는 모습, 어둠을 틈타 밤마다 나타나서는 그들을 지도하던 늠름한 김응서 장군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편 김응서 장군은 적의 정세를 살피기 위해 군관 두 사람과 부하를 데리고 평양 성안으로 잠입했다. 적에게 잡혔다는 계월향의 소식도 알고 싶었다. 적의 동정을 자세히 살핀 장군은 드디어 몰래 계월향의 집을 찾아가 보았다. 늙은 어미는 너무나 놀라 덜덜 떨며 말했다.“이런 호랑이 굴에 오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일입니다. 빨리 돌아가세요” 장군은 월향이 걱정되어 왔으며 또 그녀에게서 적군의 동향에 대해 듣고 싶은 것이 있다고 이야기하고“어머니라면 적도 만나게 해줄 것이오”라고 말했다.“당치도 않습니다. 그런 구실로 적이 내 딸을 만나게 해주겠소? 내 딸이 노리게감이나 되지 않았는지 그것이 걱정될 뿐인데‥.”

노모는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장군은 거듭 재촉했다.“우리나라가 흥하고망하는 것은 오늘밤 내가 월향을 만나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아무튼 국난을 구하기 위해서 월향을 만나주시오”그때였다. 누군가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군은 몸을 감추고 노모가 나가보니 월향이 적병을 대동하고 서 있었다. 깜짝 놀란 노모가 살며시 눈짓을 하자 눈치빠른 월향은 적병을 문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집안으로 들어왔다.“김응서 장군이 와 계신다” 노모는 귀엣말로 속삭이자 월향은 놀라서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 월향!”“장군님!”두 사람은 다가가서 두 손을 굳게 마주잡았다.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깊은 뜻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옷을 갈아입는다 하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에요" 월향이 장군의 귀에다 속삭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런 위험한 곳에‥.”“각오하고 있다. 월향이 도 만나고 싶었지만 적군의 동태도 알고 싶구나” 노모가 문밖에서 망을 보고있는 동안 두 사람은 빠르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장군의 계략을 안 월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장군님! 장군님이 남들보다 뛰어난 힘과 용기를 가지신 것은 제가 가장 잘 압니다만, 아무래도 소서비를 쓰러뜨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놈의 온몸은 철판같은 비늘로 덮어있어 숨을 드리마시면 비늘이 곤두서고 숨을 내쉬면 비늘이 잡니다. 칼이나 창으로는 도저히 찌를 수 없습니다. 게다가 방의 사방에 방울을 단 모기장을 쳐서 살짝만 닿아도 방울이 울려 잠이 깨도록 장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몇겹의 막을 치고 또 그 안쪽에 큰 병풍을 세워두었습니다. 놈은 그 안에서 잠을 잡니다. 그리고‥” “음, 계속하라” “방 안에는 환하게 불을 켜 놓았는데 머리맡에는 청룡도를 세워놓고 발치에는 비수검을 세워두었습니다. 자고있어도 삼경까지는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오경까지는 눈으로 듣고 귀로 봅니다. 게다가 집 안과 밖에는 왜병들이 철저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에 만일 실패하면 큰일입니다” 이야기하는 월향의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그러나 장군은 무슨 까닭인지 빙그레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좋아. 그래도 놈을 토벌해야지!”“그래도 결행하시겠다는 것입니까?”“그럼”계월향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장군을 쳐다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조심하세요. 타인이 문을 열면 그 칼이 저절로 움직여 목을 벤다고 합니다. 그때는 검에 침을 뱉으세요. 그러면 검이 본래의 장소로 돌아갑니다” 월향은 마지막 의논을 나눈 뒤 급히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왜병을 따라 성안으로 향했다.

기척에 눈을 뜬 소서비는 기다리다 지친 듯“꽤 늦었군!”“예, 오랜만에 어머니도 뵙고, 옷도 챙기느라‥”그녀에게 빠져있는 소서비는 곧 기분을 바꾸고 술잔을 벌였다. 최근 한산과 부산 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참패한 소식을 전해들은 그는 불안감이 심해졌는지 주량이 매일 밤 늘어갔다. 월향은 의식적으로 평소보다 술잔에 술을 가득 따라서 몇 번이나 그의 입에까지 대어주곤 했다. 그는 기분이 좋은 듯 계속 마시다가 마침내 의식이 몽롱해질 정도로 취해서 잠들어버렸다.

그녀는 이제 됐다고 생각하고 방울의 입구를 솜으로 막고 뒤뜰로 나갔다. 그리고 약속대로 대기하고 있던 김응서 장군에게 신호를 보냈다. 장군은 월향의 뒤를따라 방으로 들어서자 소서비는 굉장하게 코를 골면서 푹 잠들어 있었다. 장군은 그녀가 말해준대로 침을 뱉은 비수검을 손에 들고 비늘이 거꾸로 설 때를 기다렸다. 잠시 후 비늘이 조용히 움직이는가 싶더니 살짝 거꾸로 섰다. 그 순간 단숨에 목을 찌른 장군은 다시 소서비의 목을 베어 떨어뜨렸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솜씨였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목 없는 소서비의 몸이 갑자기 일어나는가 싶더니 푹 쓰러지는 것이었다. 장군은 실수한 것은 아닌가 싶어 떨어져 있는 목을 다시 확인했다. 확실히 나동그라져 있었다.

장군은 월향을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나는 그대를 사랑한 사람이오. 오늘밤 적장을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은 그대의 덕이오. 어찌 호랑이 굴에 놔두고 떠나겠소”그때 추격대의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월향이 쓰러지며 장군에게“소녀를 여기에 놔두고 퇴각하십시오”그러나 장군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정말 야박하오. 나라를 위해 큰 공을 세운 사람을 두고 가라니”김응서 장군은 월향을 끌어안고 말을 탔다. 그러나 월향을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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