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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업들 '공포'에 질려있다
입력시간 : 2019. 05.18. 15:44


공동임무에 대한 공동노동만큼 서로 대립하는 사람들은 융합시키는데 효과적인 것은 없다. 한데 대한민국은 융합에 힘쓰기보다는 촛불에, 강성노조에 기우는 정책 등에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한 중견기업 오너는 한국 사업을 정리하고 싱가포르행을 고심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의 부담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수출 오더를 못받는 상황도 분통 터진다. 이러던 차에 싱가포르 투자 추천을 받고 현장을 다녀왔다. 상속세·증여세·양도세가 없다. 법인세도 우리보다 8% 포인트 낮은 17%다. 매력적인 투자여건이라고 판단했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위원회(EDB)와 IE직원들은 고심하는 우리기업들 사정을 훤히 들여다보고 접근한다. 투자이민을 장려하는가 하면, 자신들이 직접관장하는 산업단지인 인도네시아의 빈탄, 바탐, 카리문과 말레이시아의 조호르바루 등에 투자할 것을 안내한다. 이곳에선 근로자 임금이 월 160~300달러에 불과하다. 게다가 영주권, 시민권을 받는데 공식적으론 3~5년 걸리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알짜기업인에겐 특별우대를 해준다. 기업오너들에겐 '치명적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이런 상황 때문에 싱가포르, 베트남 등으로 떠나는 기업인들이 계속 늘고 있다.

한데도 정부가 기업들의 호소와 탄원에 귀막은 채 기업 경영을 불확실·불투명·불안 속으로 몰아넣을 법령을 강행하기로 했다. '중대재해' 등이 발생하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경영자를 처벌하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의 처분 기준을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구체화 해달라는 기업들의 요구를 끝내 외면한 것이다. 정부가 입법예고 예정인 신안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이대로 시행되면 기업들은 언제 어떤 기준에 걸려 얼마나 공장가동을 멈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개정된 산안법이 작업중지 명령 발동요건 등을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 등으로 모호하게 규정해 남발된 소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담당공무원과 정부가 자의적 판단이나 여론에 밀려 작업중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기업들은 시행령과 규칙에 구체적인 작업중지 기준을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말 이런 내용을 담은 경영계의견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반영된게 사실상 하나도 없다는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업종이나 기업별로 사정이 달라 세세한 기준을 시행령에 포함할 수 없다"는게 정부 논리인데, 다른 말로하면 "당신(기업)들이 알아서 잘 하면 될 것 아니냐. 우리는 아쉬울게 없다"는 배짱부리기와 다를게 없다.

작업중지명령해제 사건은 되례 강화됐다. 기업이 해제를 요청하면 '4일내 심의위원회를 연다'는 조항에 '심의위원회 구성이 어려우면 4일 내 회의를 열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기업 대표자에게 전국 각지의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산업재해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게 한 조항도 '걸리기만 해보라'는 독소규정으로 꼽힌다. "원청 사업주가 사업장 밖에서 이뤄지는 작업 안전을 책임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기업들의 하소연을 정부는 끝내 외면했다.

한국에서 공장을 돌리는 기업가들은 언제 어디서 어떤 날벼락을 맞을지 모르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시장과 기업이 가장 꺼리는게 '불확실성 리스크'라는 말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공포'가 기업인들을 겁박하는 지경이 됐다. 고용부가 이런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만들면서 기업들과 거의 소통하지 않았다. 기업하는 자들은 잠재 범죄자로 단정짓고 어떻게든 억압하겠다는 심보가 아니라면 이런 식의 일방통행을 해댈 수 없을 것이다. 이렇다면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거듭된 다짐도 공염불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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