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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뒷거래 의혹
입력시간 : 2019. 07.15. 15:07


나경택 본지 고문·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2007년 대선 당시 한 대선 후보가 모 직능협회와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몇몇 협회 간부가 메모를 돌리며 필담을 나눴다. “내년에 몇 번 준대?” “○○번 정도?” “△△△(협회장) 말고 ×××가 하는 게 좋을 듯…” 대선 직후 있을 총선 때 이 단체 몫이 비례대표 의석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당시 현장에서 목격한 기자는 “협회 사람들이 정책 발표는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오로지 ‘비례대표 잿밥’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었다”고 했다. ‘전국구’에서 명칭이 바뀐 비례대표제는 각계 전문가를 국회로 보내 높은 식견과 다양한 민의를 수렴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런 취지가 무색하게 우리 정치사의 비례대표는 온갓 거래와 추문으로 얼룩져 있다. 선거 지원 대가, 정치자금 조달, 농공행상의 통로 역할을 한다는 건 비밀도 아니다. 비례대표 되는 데 최소 몇 억이 필요하다며 ‘전국구’라 일컫던 시절도 있었다.

2008년 총선 때 어느 당에서 당 대변인조차 얼굴 한 번 본 적 없다는 인물이 비례대표 1번을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십수억 공천 헌금의 대가였다는게 드러나 의원직을 사퇴했다. 2012년에는 진보 인터넷 매체 인사가 실세들과 맺은 친분을 앞세워 비례대표 공천 희망자들에게서 40억원을 챙긴 일도 있다.

재외 국민 투표가 허용된 후에는 선거 때마다 비례대표를 미끼로 한 주요 정당들의 러브콜에 교민 사회가 사분오열된다고 한다. 외식업중앙회장이 민주당과 간담회를 하면서 선거 지지 대가로 비례대표를 공개적으로 요구해 화제가 됐다.

이 단체 회장은 “대선 때 20만 진성 당원을 만들어 지지 회견을 했다” “1억원 들여 주요 언론에 성명 광고를 냈다”는 등 어떻게 민주당을 도왔는지를 소상히 공개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꼭 주셔야 한다. 지난번에 새벽까지 운동해서(비례대표 순번) 12등 했는데 결과 발표는 28등이었다. 배신 당했다”고도 했다. 기자들까지 있는 자리에서 너무나 노골적으로 ‘한자리’ 달라고 하니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민주당 대표도 말문이 막혀 어색한 웃음만 지었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후 “절대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고 했지만 이 해프닝은 비례대표의 실상이 어떤지를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국당을 뺀 4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현행 47석에서 75석으로 28석 늘리기로 합의한 상태다. 각종 직능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지지 대가로 비례대표 공천을 대놓고 요구하는 것은 도를 넘는 행위다. 일부 단체들은 소속 회원수를 부풀리면서 표에 목을 매는 정치인들을 압박해왔다. 이 과정에서 온갖 불법·탈법 행위가 벌어져 왔다. 외식업 회장은 현 정부 출범 후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는 소상공인 집회 때 민주당의 요청으로 참가 인원수를 줄인 일을 전공을 세운 것처럼 과시하기도 했다. 이어 “우리를 앞세워서 필요할 땐 부르고 그렇지 않을 땐 나 몰라라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민주당은 성토했다. 민주당이 모르쇠로 버틸 일이 아니다. 관련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외시업 회장에게 지원 대가로 무슨 약속을 했는지, 최저임금 집회와 관련해 협조 요청을 했는지, 다른 직능단체에도 유사한 협조 요청을 했는지 등 진상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중단 없는 적폐청산을 내걸고 있는 여권은 먼저 이런 구태정치를 청산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87조는 각종 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대상에는 향우회, 종친회, 동창회, 산악회까지 포함된다. 기부행위 제한 규정을 위반했는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여당이 진실을 낱낱이 밝히지 않으면 직능단체의 대가성 선거지원 논란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나경택 본지 고문·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gnp@goodnewspeople.com        나경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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