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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부글부글 끓는다
입력시간 : 2019. 07.15. 15:08


고운석 주필
백성의 의견을 널리 들어 정사에 참작하는 것을 언로(言路)를 튼다고 말했다. 따라서 예로부터 언로를 트는 제도나 관습도 다양했다. 태평성세였다는 순(舜)나라 언로로 비방목(誹謗木)이라는게 있었다. 나라 도처에 있는 다리목마다 널펀한 나무판을 세워두고 백성들로 하여금 조정이나 그 지방을 다스리는 수령(守令)의 과실을 거기에 적게하여 정사하는데 스스로 반성을 하고 또 반성하게끔 했다한다. 대단한 신문기능이 아닐 수 없다.

제도화된 것은 아니나 우리나라에도 그와 유사한 습관이 있었다. 신라시대부터 있었던 익명서, 또는익명부방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어느고을 원님은 동헌 나들이보다 기방(妓房)나들이가 잦느니 하는 모해·모략하는 내용이 많았던지 금령이 자주 내려지고 있으나 건설적인 것도 많았다. 고을에 따라 민원을 수렴하고 자신이 베푼 정사에 대해 비평을 듣고자 고을 원님이 날을 정해 동구밖 널펀한 바위 위에 올라가 앉는다. 그러면 민원을 가지고 큰 소리로 백성이 털어놓는다. 고을 원님은 그것을 경건히 듣고 정사에 수렴했던 것이다.

한데 요즘 정치판은 잘못을 덮으려고만 한다. 이렇다보니 어떤 이슈도 대개 열흘을 못간다. 새롭게 더 센 이슈가 튀어나와 종전 이슈를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여당의원의 목포 투기 논란이 야당의 ‘5·18발언’에 묻히더니, 이번엔 여당의원의 ‘20대 교육 부족’ 설화로 시끄럽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대 남성 국정지지율 하락에 대해 “보수정권에서 교육을 잘못 받은 탓”(2월21일)이라고 했다가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하루 만에 “젊은 세대를 겨냥한 게 아니냐”고 해명했지만, 비슷한 발언이 또 나와 불에 기름을 부었다.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적대감을 심어준 탓”이란 홍익표 의원의 발언이 뒤는게 알려진 것이다. 여권 인사들의 ‘20대 폄훼’ 발언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작년 말 “여자들은 축구도 안보고 게임도 안하고 공부해서(남자들이) 모든 면에서 불리하다”고 했다. 지난 달에는 김현철 당시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여기 앉아서 취직 안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마라. 아세안에 가보면 ‘해피 조선’”이라고 했다가 결국 물러났다. 이쯤되면 여권 인사들이 20대를 어떻게 보는지 짐작할 만다. 야당시절엔 ‘분노하라’며 청년세대의 상실감을 자극하고 이용하다가 집권 후 지지율이 떨어지자 엉뚱한 ‘설교’를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단순 실언으로 넘기기엔 일관성이 있어, 암묵적인 ‘집단사고’가 형성된 듯하다. 가뜩이나 불만이 쌓일대로 쌓인 20대는 부글부글 끓는다.

인터넷 게시판마다 “저는 못배운 20대 남성입니다. 멍멍 꿀꿀” “투표로 돌려드리겠습니다” 같은 댓글로 도배돼 있다. 20대는 반공교육 때문에 종북을 혐오하는게 아니다. 자라면서 봐온 북한의 현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청년의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청년실업, 젠더 갈등,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도 모자라 정부가 자꾸 기름을 붓고 있어서다. 여성가족부의 ‘걸그룹 외모간섭’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불법 음란 도박 등 900개 사이트 접속을 막은 ‘보안접속(https)차단’ 사태가 인터넷 검열 논란으로 번진게 심상치 않다. 배고픈 것보다 연결이 끊기는 걸 더 두려워하는게 요즘 세대다. 수십 건의 청와대 청원에다 시위까지 벌어졌다. 정부가 부인해도 ‘내 관심사와 일거일투족을 국가가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공포로 와닿은 탓이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32%) 뿐 아니라 20대 여성 지지율이 12% 포인트(62%→50%)나 떨어진 것도 그 여파로 해석된다. 20대를 잘못 읽으면 대가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야권에선 호재를 만난 듯 ‘꼰대 망언’이라고 비난하지만 조심하는게 좋다. 청년들 눈에는 죄다 ‘남탓하고 설교하는 꼰대’로 비치는 점에서 오십보백보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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