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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선의 당파와 '오케이 부머'
입력시간 : 2019. 12.19. 11:31


고운석 주필
우리 역사를 보면 남과 북이 갈려 전쟁을 했던 이전에도 이념이 다르면 부모 형제와도 싸웠다. 이렇다보니 길거리에서 어느 한 부인의 옷매무시나 쪽진 머리만 보아도 그 부인이 노론 또는 소론에 속한 집 마님인지의 여부를 알 수 있을 만큼 행색(行色)에 까지 당색을 드러내고 살았던 우리 조상들이었다. 이를테면 저고리의 깃과 섶이 둥글고 치맛주름이 굵고 주름수가 적으면 노론이요, 깃과 섶이 뽀족하고 모났으며 치맛주름이 잘고 많으면 소론이다. 또 머리쪽이 느슨하여 뒤통수가 가려져 있으면 노론 부인이요, 바싹 추겨 뒤통수가 노출되게끔 쪽을 올려 찌었으면 소론부인이다.

사색당파에 따라 경치 구경하는 동작도 이렇게 판이하게 달랐던 것 같다. 산천을 두루 돌아보며 활개치고 탄성을 지르며 구경하는 것은 남인이요, 산수를 자세히 보지 않고 냇물에 발을 담그고 노는 것은 소론이며, 몸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품위를 지키며 장중하게 오가면 틀림없이 노론이라고 《이순록(二旬錄)》이라는 문헌에 적혀 있다.

남인인 장현광의 손녀 장씨는 그의 아들이 서인에 붙자, 그 즉시로 아들집을 떠나 같은 남인인 사위집에 옮겨가 살다 그곳에서 죽었다. 파당이란 정치에 대한 주견의 차이에서 일어난 것인 것을, 우리 한국인의 억센 파당심은 파당을 이렇게 생활화하고 행동화하며 살았던 것이다. 네편이냐 내편이냐 하는 양분논리로 내편이 아니면 적이요, 적과는 학문이나 교훈이나 복색이나 교제나 거주지역이나 그 모든 것을 같이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한데 요즘은 '오케이 부머(OK boomer)'라는 구호가 세계 공통어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당초 미국 젊은이들이 잘난체 하거나 잔소리하는 기성세대들에게 "알았으니 됐고요"라는 뜻으로 응수하며 사용하기 시작해 점점 확산되던 표현이다. 11월 초 뉴질랜드 녹색당의 클로이 스와브릭이라는 25세 여성 의원이 이 말을 단번에 세계적인 구호로 만들었다. 스와브릭 의원은 기후변화를 외면해온 기성 정치인을 비판하는 의회 연설 도중 야유를 받게 되자 "오케이 부머"라고 맞받아친 뒤 유유히 연설을 이어갔다.

이 동영상은 소셜 미디어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고 '오케이 부머'를 소재로 패러디동영상도 무수히 만들어졌다. 여기서 '부머'란 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베이비 부머 세대'를 지칭한다. 그러나 30대라 해도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려 들면 '오케이 부머'의 표적이 된다. 스와브릭 의원은 자신의 동영상이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자 "소셜미디어를 통한 생각의 확산이 멋지다"면서도 "정치적 시도들은 해봤는가"라고 반문했다. 젊은이들의 정치 참여를 촉구한 것이다.

한국에서 45세 미만 국회의원 비율은 6.3%에 불과하다. 국제의회연맹이 조사한 150개국 가운데 143등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정치에 참여하기 힘들뿐 아니라 기성세대가 뿜어대는 정치 공해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조차 힘들다. 얼마 전 서울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이 "특정한 성향을 띤 교사들이 이념편향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 주장에 공감하는 전국 16개 중·고교 학생들이 '전국학생수호연합'이라는 단체를 결정하기로 했을 정도다. 그런데 정작 인헌고에서 정치·이념편향 교육장면을 촬영해 이 문제를 처음 제보했던 학생은 따돌림을 당하다가 전학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꼰대가 청년을 짓누르면 그 사회의 변화와 혁신은 멀어지게 된다. 함에도 지금 한국은 도둑과 좌파가 매를 들고 호령하는 꼴이다. 비리를 찾아내고 바르게 일하면 촛불로 매도당하고, 죄를 덮고 거짓말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세력이 큰 소리 치고 있다. 이런데 인헌고 교사의 이념편향을 보면서 한국 젊은이들도 '오케이 부머'라고 속시원하게 외치면 국민이 받아줄지 의문이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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