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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성교육 부끄럽다면-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입력시간 : 2019. 12.27. 15:57


얼마 전 오래도록 알고 지낸 친구와의 티타임을 가졌다. 사는 동네도 다르고 업무적인 면에서도 겹치는 부분이 없다. 그저 죽이 잘 맞아서, 몇 달에 한 번 보더라도 반갑고 편하게 근황, 사사로운 고민을 나누는 사이다. 그런 그가 다소 심각한(?), 또는 어렵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딸내미가 어제 저녁 먹다가 갑자기 아기가 어떻게 생기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더라."

친구의 딸은 초등학교 1학년이다. 딸이 텔레비전 육아 프로그램에 나오는, 자기보다 어린 아기들을 보고 동생이 갖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친구가 말한 '할 말이 없더라'는 건 아이에게 성(姓)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할 지 모르겠더라는 의미였다. 친구가 상상한 아빠의 모습 중에는 훗날 성에 관한 설명을 해줄 때가 오면 친절하고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모습도 있었다고 했다. '아직은 아니니까'라고 생각하며 미뤄왔는데 갑자기 마주한 그 상황이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프리랜서 성교육 강사 심에스더씨는 프리랜서 성교육 전문가로 활동하며 성을 주제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는 '어려서부터 성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고 일곱 살 유치원 때 음담패설을 주고받은 것이 자기 인생 최초의 성생활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솔직하고 적극적인 표현의 경험들은 나를 억압적인 성규범 혹은 지나친 성격 개방(?) 사이에서 나름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누구의 말에 휩쓸리기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갖게 됐고, 그 힘 덕분에 성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성을 주제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사람들은 세상의 통념과 내면화된 편견 때문에 성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길 꺼려하면서도 한편으론 자유롭게 존중받으면서 성에 대해 소통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심에스더씨가 최근 오마이뉴스 최은경 기자와 펴낸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에는 심씨의 솔직, 당당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답변들이 담겼다. 두 딸의 엄마 최은경 기자가 육아 중 생긴 아이들의 성교육 관련 질문을 던지면 심씨가 답한다.

이들이 꼽은 '이런 질문'은 총 20가지.'섹스라는 말, 해도 될까요?', '야동 봤다는 아이에게 자꾸 캐물어도 될까요?', '여자는 먼저 고백하면 안 되나요?', '19금 동영상 막을 수 있나요?', '청소년 데이트 폭력, 어떻게 예방하죠?' 등이다.

단순히 신체적인 부분과 임신, 피임, 성병 등에만 제한된 게 아니라 고정관념 깨기, 다양성 수용, 성 인권 등 전체적인 인성 교육 중 하나로써의 성 교육 내용을 다룬다.

부모가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면 그것에 대한 개념과 가치관을 부모 스스로부터 세워놓을 필요가 있다. 아이들에게 보다 쉽게 올바른 성 인식을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뿐더러 이때까지 단면만 알고 있었던 성 교육의 개념을 다시 정립해볼 수 있다. 264쪽, 1만5000원.



조영남 대작 사건, 무지에서 비롯됐다?-미학스캔들

"대중은 화가가 자기 그림을 남에게 대신 그리게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수십년 전에 창작의 정상적인 방법으로 확립된 그 관행을 여전히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미학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지난 2016년 불거진 가수 겸 화가인 조영남씨의 '그림 대작 사건'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대작 사건은 조씨의 작품으로 알려진 것들이 온전히 본인이 그린 것이 아니라 한 무명화가의 선(先) 작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조영남씨는 오랜 시간 그림을 그려왔고 개인전도 치를 정도였기 때문에 그를 화가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잖았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화투 시리즈다. 조씨의 그림은 1점당 300만원에서 1200만원 선에서 유통됐을 정도라고 한다.

무명화가가 작품의 90% 정도를 그리면 조씨가 덧칠 등 10% 작업만 더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작품에는 조씨의 서명만 있었다. 구매자들은 항의했고 검찰은 조씨에게 사기죄,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조씨는 미술계 관행이라고 항변했지만 한국미술협회 등 다수 단체들은 조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재판 결과 1심은 유죄였으나 항소심에서는 무죄 판결이 나왔다. 검찰이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이 남은 상태다.

진 교수는 당시 대작이 아닌 조씨의 작품으로 봐야한다는 목소리를 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조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교수는 이 사건에 대해 "현대미술에 대한 몰이해가 빚어낸 소극"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그 사건의 불편한 기억과 더불어 사건이 우리에게 던져준 교훈까지 흘려보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책을 통해 미켈란젤로, 루벤스, 렘브란트 등도 조씨의 사례처럼 조수에게 미술 작품의 기초를 맡겼고 이것은 르네상스 이래 서양미술의 전통이라고 전했다. 화가가 그림을 손수 그리는 친작(親作)의 관행은 19세기 이후 인상주의 시대에 보편화됐지만 20세기 초 현대미술에 일어난 '개념적 혁명' 이후에는 필수 요건으로 여기지지 않았다고도 설명했다.

진 교수는 자신이 조영남 대작 사건으로 불거진 사안에 끼어든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는 검찰이 무차별하게 예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일부 언론에 의해 현대미술에 대한 오해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친작 숭배가 미래 예술의 상상력을 제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렇다고 진 교수가 미술사를 거론하면서 무조건적으로 조씨의 편을 드는 것만은 아니다.

진 교수는 "나는 조영남이 조수를 사용할 권리를 옹호했지, 그가 조수를 사용한 방식까지는 옹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가와 조수 관계를 합리적으로 바꾸려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데, 조수 사용 자체를 불법처럼 몰아가고 검찰이 기소까지 하려한다면 이러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꼬집고 있다. 404쪽, 1만8900원.



NP gnp@goodnewspeople.com        NP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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