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1일(금)
HOME 커버스토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국제 스포츠 여성.가정 건강 이웃 전국

이동하기
<사논평> 김우중의 도전정신
입력시간 : 2020. 01.31. 10:53


나경택 본지 고문·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1980~90년대 대한항공 승무원들에게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별난사람'이었다. 일등석을 탔지만 의자엔 거의 앉지 않았다. 마치 노숙인처럼 바닥에 드러누워 담요를 뒤집어쓰고 내내 잠만 잤다.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기내식조차 거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시차를 이겨내고 이 나라 저 나라 날아다니며 '세계경영'을 하고 다녔다.

대우가 아프리카·동유럽·남미·동남아 등으로 뻗어나갈 때 그는 1년 중 200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시간을 아끼려 스케줄을 분 단위로 쪼개서 움직였다. 직원들과 회식은 길어야 20분 이었다. 한 비서출신은 "우리가 두 숟가락 먹고 나면 회장님은 벌써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고 했다. 술은 한 방울도 못하는 체질이어서 외국 귀빈을 접대할 때는 비서가 몰래 양주잔에 넣어둔 보리차를 마셔가며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한다. 일 외엔 취미도 없고 골프조차 안 치는, 말 그대로 '일벌레'였다.

1990년대 중반 대우가 동유럽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자 현지 언론은 그를 '김키스칸'이라 불렀다. 징기즈칸 이후 동유럽을 휘젓고 다닌 첫 아시안이라고 했다. 초원을 휩쓰는 몽골 기마병처럼 김 회장의 '세계경영'도 지구가 좁게 보일 만큼 가공할 스피드로 진행됐다. 단순 제품 수출을 뛰어넘는 현지화 전략으로 세계 곳곳을 '경제 영토'로 만드는 장대한 비즈니스 모델을 펼쳤다. 숨가쁜 확장을 거듭하는 '닥공(닥치고 공격)' 경영으로 한때 재계 순위 2위까지 올랐지만 기적은 거기까지였다.

외환 위기의 쓰나미가 닥쳐오면서 대우는 빚에 못 이겨 공중분해가 되는 운명을 맞고 말았다. 대우는 해체됐지만 '김우중'은 사라지지 않았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그의 말은 젊은 세대의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어록이 됐다. 그는 청년들에게 입버릇 처럼 "밖을 보라"고 했다. "해외에 나가면 도처에 돈이 보인다"며 세계를 무대로 뛰라고 했다.

그는 지난 2000년 도피하다시피 출국해 주로 베트남에서 살았다. 하노이에 교육시설을 차려놓고 해외 사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데려다 직접 강의도 하며 교육을 시켰다. 이 인재 양성 사업이 그의 '유적'이 됐다. 김 회장 건강에 이상이 감지된 것은 재작년 여름이었다. 투병 생활 동안 거의 말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넓은 세상'을 외쳤던 그가 자꾸만 적어지고 쪼그라드는지금 시대를 향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세계를 삼킬 기세로 지구촌 구석구석을 개척했던 '김우중 정신'이 절실한 요즘이다!

기업가정신은 성공한 기업인과 경영학자들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이다. 끊임없는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해 도전과 변화에 대응해 도전과 혁신, 리더십으로 기업을 일으켜 나가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창업이 힘들고 기업하기 어렵다고 해도 그가 보여준 기업가정신을 돌아보면 세월 탓만 하기는 어렵다. 김 회장 역시 가진 것 없이 자산이라고는 도전과 혁신뿐이었다. 하지만 세계경영으로 돌파구를 만들었다.

서울 충무로에서 자본금 500만원에 직원 5명으로 동남아에 의류를 수출하는 회사로 출발한 그는 수출로 번 돈으로 자동차·조선·건설·전자산업을 키워 나갔다. 국내 시장이 좁으니 해외시장을 향해서였다. 국내 다른 기업도 대우만큼 밖을 내다 본 기업은 없었다. 세계는 그의 비전대로 움직였다. 90년대 들어 동서냉전이 끝나고 자유무역이 확산하면서 세계경영은 날개를 폈다.

결국 김 회장이 외환위기와 부채경영 때문에 좌절했다면 지금 기업인들은 정부의 규제 앞에 무너지고 있다. 이래서는 김 회장이 보여준 기업가정신이 싹틀 여지가 없다. 타계를 계기로 그가 남긴 기업가정신의 가치는 더욱 결실해졌다. 김 회장의 명복을 빈다.


나경택 본지 고문·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gnp@goodnewspeople.com        나경택의 다른 기사 보기

기사 목록     프린트 화면     메일로 보내기     뉴스 스크랩    


굿뉴스피플 만평
<시사논평> 중동의 전운 일촉즉발
<칼럼> 검찰, 조선시대 사헌부를 보라
<청강의 세상이야기> 일본의 옛 간통죄…
큐슈지방은 남권이 대단한 곳으로 간통을 한 여성의 처벌이 혹독하다. 간부(姦婦)들 옷…
<선진조합을 찾아서> 박진옥…
40년의 긴 시간 동안 산림조합과 인연을 함께한 완도군산산림조합 박진옥 조합장. 무엇…
이 사람/공무원 화가 윤창숙씨
만화를 활용한 지방자치단체의 홍보기법과 효과 등을 종합 분석한 을 펴내 관심을 모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