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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부, 18번째 집값 대책
입력시간 : 2020. 01.31. 10:54


고운석 주필
정부가 부동산 세금을 올린다고 하는데 광주를 비롯 지방들은 집값이 내리고, 서울 등 수도권은 집값이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데 재정학에서는 '시장 수급구조에 따라 조세부담이 전가되면서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세정책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공급자 우위시장에서 공급자에게 부과한 조세는 수요자에게 전가되면서 가격이 올라간다. 이러한 현상은 참여정부시절 강남 아파트 시장에서 목격되었다. 강남은 긍정의 대상이자 부정의 대상이다. 나도 언젠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부러움의 대상이고, 영원히 접근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백안시해 버린다. 김대중 정부로부터 시작된 강남 아파트 규제로 인해 역설적으로 강남이 프리미엄 주거지역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강남이 부자동네로 인식되자 새로 성공한 사람들은 강남에 가려하고, 기존 거주자들은 파산하기 전까지는 강남을 지키려하니까 강남 아파트 시장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공급자 우위시장이 되었다.

광주의 남구 봉선동이 서울 투기세력의 영향으로 한때 강남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 언론의 조명을 받았는데, 최근엔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이는 바로 수요자가 많은 수도권과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 강남은 지방보다 아파트 값이 턱없이 높아 집을 팔고 양도소득세를 내면 같은 가격대의 강남지역 다른 아파트를 살 수 없어서 아파트를 팔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해 팔도록 압박을 가했지만 가격만 올랐다. 가뭄에 콩나듯 겨우 매물이 하나 나오면 벌떼같이 실수요자가 달려드니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얹은 가격 이상을 제시해도 덥썩 물어가서 가격이 오르고, 다음거래 때는 오른 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또 얹으니 아파트 한 채 팔릴 때마다 천정부지로 가격이 올라간 것이다.

한데 정부가 연말에 내놓은 18번째 부동산대책은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을 묶고 보유세를 올리는 등 수요 억누르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안정화대책을 내놓은 것인데 과거 대책과 유사하게 당근보다는 채찍에 방점이 찍혔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공급부족에 대한 공포를 키워 집값을 밀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부는 대상지역을 서울 18개구와 과천, 하남, 광명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문제는 광주같은 지방이 수도권 흐름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광주·전남의 새 아파트값 상승도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 등이 주 원인인데, 다주택자들의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풀어 퇴로를 열어준 조치는 집값 상승을 부추긴 매물 부족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10년 이상 보유주택으로 한정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에 나온 가장 강력한 규제는 대출 옥죄기다.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은 발표 다음날부터 전면 금지하고, 9억원이 넘는 주택은 초과분에 대해 주택담보 대출비율(LTV)을 40%에서 20%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초강력 대출규제는 실수요자인 중산층의 내집 마련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나 다름없다.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안돼 강남 아파트 청약도 현금 부자들의 잔치가 되고 있는데 대출규제 역시 주택시장에서 중산층과 서민을 소외시킬 가능성이 크다. 대출을 받아 평수를 넓히거나 상급지로 갈아타는 통로가 사실상 막힌 것이다.

종합부동산 세율도 현행 0.5~3.2%에서 0.6~4.0%로 1년만에 인상된다. 3주택 이상 소유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인상률은 더 높다. 종부세 인상은 "빨리 집을 팔라"는 시그널을 준 것인데 종부세가 인상돼도 보유하고 있으면 집값이 더 많이 오른다는 것을 학습한 이들이 과연 매물을 내놓을지도 미지수다. 현 정부 들어 추진해 온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서 안 먹혔는데 또다시 강력 규제를 꺼내든 것에 대해 시장은 회의적이다.

정부는 "부동산은 자신있다"고 했는데, 억누르기만 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은 심리다. 안정적인 공급 시그널을 통해 집값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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