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奇人奇事<108> 선조 때 재판 놀이로 시집간 세 자매
양주에 최씨 성의 혼기 놓친 세 자매 태수 도움으로 혼인
입력시간 : 2020. 04.17. 10:42


‘사필, 사론으로 본 조선왕조실록’
조선 선조(1552~1608) 때 양주에 최씨 성을 가진 선비가 살았는데, 딸 셋을 두고는 하나도 출가시키지 못한 채 부부가 모두 왜란 때 사망했다. 그리하여 세 자매는 살림이 어려운 오라비에게 의지해 있었는데 각각 25, 22, 19세로 혼기를 모두 놓친 상태였다.

어느 따뜻한 봄날 세 자매는 뒤뜰에 나와서 “우리 셋이 모두 시집을 못가고 있으니 노처녀 연극을 꾸며 관장의 재판하는 모습인 ‘태수(太守) 놀이’나 한번 해 보자꾸나”하고 의논하면서 깔깔대고 웃었다.

세 자매 중 큰언니가 재판관인 태수가 되고 둘째는 죄인을 잡아오는 형리(刑吏)가 되었으며 막내는 세 자매의 오라비 곧 죄인으로 분장했다.

관장으로 분장한 큰언니가 지붕에 걸쳐있는 사다리의 두 계단 위로 높이 올라가 걸터앉았고 둘째인 형리는 오라비로 분장한 막내를 묶어서 끌고 와 관장 앞에 꿇어 앉혔다. 그러고는 둘째가 관장에게 고하듯 크게 외쳤다.

“나으리, 이 죄인은 양주고을에 사는 최씨 선비입니다. 부모가 모두 사망하고 세 여동생이 오라비인 이 선비에게 의지해 왔는데 여동생 셋이 모두 시집갈 나이가 넘었는데도 이 선비는 누이동생들을 혼인시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 그 죄를 물어 벌을 내려야 하겠기에 끌고 왔사옵니다” 이러면서 허리를 굽히고 큰소리로 아뢰었다.

이에 사다리 위에 걸터앉은 큰언니는 관장처럼 목청을 가다듬어 내려다보면서 문책했다. “듣거라 죄인은 여동생 셋을 하나도 혼인시키지 않았는데 막내 동생이 나이 이미 19세이니 위의 두 여동생은 묻지 않아도 벌써 혼기를 놓친 것이 뻔하지 않느냐? 여동생 셋이 모두 재주와 얼굴이 뛰어나서 동네에 소문이 나 있거늘 어찌하여 그토록 늙어가게 내버려 두고 혼인시킬 생각을 하지 않느냐?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러니 벌을 받아 마땅하니라” 이렇게 호통치니, 꿇어 앉아 있는 오라비역을 맡은 막내 동생이 머리를 조아리며 남자 목소리를 내면서 변명하는데, “관장 어르신! 그게 아니오라 전쟁이후 집안 살림이 피폐해져 세 여동생들 시집보낼 비용이 없는데 또 막상 마땅한 혼처도 없어 차일피일 늦어진 것이옵니다. 사정이 이러 하온데 이것이 어찌 죄가 되겠나이까? 억울하옵니다” 하면서 하소연하는 것이었다.

이에 큰언니는 다시 목청을 가다듬어 관장의 위엄을 보이면서 엄숙하게 꾸짖었다. “네 듣거라! 그것은 모두 핑계에 지나지 않느니라. 혼인에 무슨 큰 비용이 든다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 그리고 건너편 김씨 선비 집에만 해도 노총각인 아들이 셋이나 있거늘 왜 혼자서 없다고 핑계를 대느냐? 널리 구해 보지도 않고 무슨 소리를 하느냐? 그러니 네 죄를 물어 매를 치겠다” 이렇게 호통치고 매를 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때 마침 관청에서 나온 매사냥꾼이 이 집 앞을 지나다가 울타리 밖에 서서 세 처녀의 이러한 재판놀이 광경을 처음부터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큰언니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지금 고을 관장으로 있는 분의 목소리와 너무나 흡사하여 매우 실감 있게 들려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매사냥꾼은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갑자기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듣고 놀란 처녀들은 제각기 도망쳐 숨기에 바빴다. 이 때 태수로 분장한 큰언니는 사다리에서 급히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디어 그만 아래로 떨어지면서 발목을 접질려 도망도 못가고 사다리 아래에 주저앉아 아파서 울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본 관청 매사냥꾼은 다시 한 번 크게 소리내어 웃고 거기를 떠났다.

매사냥꾼이 관청으로 돌아오는데 관장과 친한 손님 한 분이 지나가다가 매사냥꾼에게 물었다. “내가 관장 어른에게 볼 일이 있어서 만나 뵈러 가는 중인데 지금 가면 관장어른을 만날 수 있을까” 손님의 이 말에 매사냥꾼은 싱글싱글 웃으면서 조금 전에 보았던 세 처녀의 재판놀이를 결부시켜 장난삼아 말했다. “예 지금 관청에 가면 관장어른이 계시기는 하겠지만 조금 전에 발목을 접질려 앉아 울고 계실 것입니다” 이렇게 짓궂게 대답했다. 이는 조금 전 관장으로 분장했던 큰언니가 발목을 다쳐 앉아 울고 있는 것과 연관시킨 엉뚱한 대답이었다.

손님이 부지런히 달려와 관장을 만나 인사드리니 관장은 발목이 아픈 것 같지 않았다. “아니 관장어른 그새 접질린 발목이 다 나았습니까?” 이렇게 물으면서 다행스러워하니 관장은 의외라는 듯 발을 보여 주면서 다친 적이 없다고 했다. 곧 손님이 관청의 매사냥꾼에게서 들은 말을 전하니 관장은 즉시 매사냥꾼을 불러오라 해서 손님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꾸짖었다.

매사냥꾼이 웃으면서 최씨 집 세 자매의 재판놀이 광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관장으로 분장한 큰언니가 발목 접질린 것과 결부시켜 농담으로 그렇게 말했다고 아뢰면서 용서를 빌었다.

얘기를 들은 관장과 손님은 한바탕 웃고, 관장은 세 자매의 오라비인 최씨 선비를 불러들여 여동생들을 왜 빨리 혼인시키지 않느냐고 물으며 꾸짖었다. 그러자 최씨는 앞서 세 자매가 재판 놀이 할 때에 막내 여동생이 변명한 말과 꼭 같은 내용으로 대답하며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즉, 비용이 없고 마땅한 혼처 또한 나서지 않는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에 관장은 최씨를 일으켜 앉히고 세 여동생이 했던 재판 놀이를 설명해 준 다음 세 여동생의 혼인 준비를 어서 서두르라고 했다. 그리고 관장은 다시 건너편에 사는 김씨 선비를 불러 혼기가 넘은 세 아들을 최씨의 세 여동생과 차례로 혼인시키라고 권했다. 또한 관장은 이들의 혼수비용을 모두 마련해 주고는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최씨 집 세 처녀의 재판 놀이야 말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어. 자신들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방법이 정말 좋았거든” 고을 사람들도 이러한 처치를 해 준 관장을 찬양하고 이 얘기를 미담으로 전하니, 관장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사람이 없더라고 전한다.


고운석 주필 gnp@goodnewspeople.com        고운석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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