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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藝人> 노희웅 화백
“향수(鄕愁)는 내 그림의 본향(本鄕)입니다”
어린 시절 동심을 그리는‘구름천사' 화가
광주 남구 양과동 수춘마을에 미술관 열어
작품 소개하며 관람객과 소통하는 행복한 시간 보내
입력시간 : 2020. 06.11. 12:04


“내가 처음 그린 그림은 도화지도 없고 크레용도 없고 연필도 필요 없는 파란 하늘이었다. 송이송이 구름이 작은 동물과 같고 구름천사와 고운 꽃들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내가 살아가면서 마음깊이 담아두었던 귀한 것들을 하늘에서 배웠다. 내가 처음 그린 그림은 풀밭에 누워 구름을 보고 만물의 형상을 그려보았던 오직 사랑만이 있는 그림학교였다.”

광주 남구 양과동 수춘마을에 자리한 ‘노의웅미술관’. 이곳의 주인장인 노의웅(77세) 화백이 어린 시절 구름을 보며 나타내었던 동심 속 이야기를 회상해 담은 글귀다.


이렇게 자연과 함께 하며 화가의 꿈을 키워온 노 화백은 중·고시절 미술반으로 활동하며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고,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며 미술학도가 됐다. 이후 대학원을 마치고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육자로 오랜 시간 활동한 노 화백은 호남대학교 예술대학 학장을 역임하고 퇴임했다.

예전에는 주로 보여 지는 풍경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려왔지만, 최근에는 ‘구름천사’를 소재로 한 그림만을 그리고 있어 ‘구름천사’ 화가로 더 소문나 있다.

노 화백은 지천명(知天命) 무렵부터 ‘구름 천사’를 주제로 그림 작업을 펼쳐오고 있다. ‘구름천사’는 고향인 광주 북구 우산동(당시 광산군 서방면)에서 뛰놀던 노 화백의 어린 시절 기억과 맞닿아 있다. 도화지 한장 구하기 어렵던 그때, 그에게 파란하늘은 도화지였고, 구름 크레파스였던 것.

어린 소년은 어느새 백발의 노인이 됐지만, 추억 속 풍경은 어머니의 따스한 젖가슴이 되기도,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의 숨결이 되기도 하며, 구름은 어느새 꽃잎과 새와 나무로 변해 천사처럼 환하게 미소 짓게 한다.

노 화백은 정년퇴임한지 14년이 되던 지난 2018년 꿈에 그리던 미술관의 문을 열었다. 70대 중반에 미술관 건립이란 평생의 소원을 이룬 노 화백은 우연히 지나는 길이거나, 소문을 듣고 찾아 온 이들에게 전시된 그림을 설명하고, 아담하게 마련된 휴게공간에서 담소를 나누며 날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술관은 포충사를 지나 (사)전통문화연구회 얼쑤와 빛고을공예창작촌 쪽으로 진입해 마을 안쪽 길을 따라 들어가면 마주할 수 있다. 미술관 입구에는 지난해 개관 한 빛고을농촌테마공원도 자리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로 하나씩 채워지고 있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미술관은 400여평 규모의 부지에 30평 남짓한 전시장과 화백의 작업실, 수장고, 외부 손님을 맞는 사랑방 등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전시장에는 ‘구름천사’를 주제로 한 노 화백 작품 30여점이 걸려 있다.

미술관 건물과 작업실, 살림집을 오렌지색과 파란색, 하얀색 등 원색으로 칠한 이유도 관람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 화백의 배려다. 직접 쓴 미술관 현판 또한 구름 모양을 형상화했다.

평생을 받쳐 그림을 그려온 노 화백은 단 한 점의 작품도 판매하지 않은 작가로 유명하다. 그림을 판매하면 왠지 모르게 거래 속에 위축되며 상업성에 젖게 될까봐 개인전도 한번도 열지 않았다. 이 같은 작가로서의 고집이 미술관을 운영하면서도 대관은 절대로 하지 않고, 2개월 주기로 전시장에 작품들을 교체해 내걸며 오롯이 개인전시 만을 이어가고 있다. 미술관은 매주 월·화요일 휴관한다.

“자녀들에게도 내가 이 세상을 떠나 없더라도 대관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그렸던 작품부터 지금까지 3000여점의 작품이 수장고에 있습니다. 이 작품들만 주기적으로 교체해 걸어도 되고 제 아내와 두딸, 사위도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가족전으로 작품전시를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노 화백 가족은 ‘예술가족’이다. 남편을 따라 그림을 시작한 부인과 1남4녀 중 세딸이 서양화와 공예, 조각을 하고 있으며, 사위가 서예를 하며 미술가 집안으로 똘똘 뭉쳤다.


‘한가족 5인전(2004)’ ‘한가족 6인전(2010)’ ‘노의웅 임순임 부부전(2013)’ 등의 가족전시회를 열었던 노 화백은 앞으로 자녀들이 대를 이어 미술관을 운영하기를 바라고 있다.

노 화백은 새벽 4시면 일어나 작업실에서 점심 전까지 그림 작업에 몰두한다. 요즘 노 화백이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은 관람객과의 소통이다.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일일이 그림을 설명해주고 차를 대접한다. 틈틈이 미술관 주변 숲속 오솔길을 따라 1~2시간 동안 트레킹을 즐기며 건강도 챙긴다.

노 화백은 오늘도 새벽에 작업실 불을 밝히고 화폭에 수만번의 붓질을 하며 ‘구름 천사’와 끝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들과 작품과 예술세계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참 따뜻하고 행복한 황혼의 여생을 보내고 있는 그의 아름다운 여정에 박수를 보낸다.



≫프로필

- 조선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조선대학교 대학원 졸업 -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전당 개관초대전 -프랑스르망시청, 파리 중견작가 초대전(5에뚜왈) -일본예술공론상 수상 -한가족5인전(2004), 한가족 6인전(2010) -오치오미술상, 광주시민대상(문화예술 체육부문), 미술대전 심사위원 -세계열린미술대축제 운영위원장 -세계미술연맹 수석부이사장 -호남대학교 예술대학 학장 역임 -전국무등미술대정 운영위원장 -한국미협 고문





박은정 기자 gnp@goodnewspeople.com        박은정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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